이천 건물 화재, 불길 번지지 않았는데 인명피해 왜 컸나
병원 내 투석·고령환자 많아 거동불편 긴급대피 어려웠을 듯
5일 경기 이천시 관고동 건물 3층에서 발생한 화재는 1시간여 만에 완전히 진화됐지만 4층 투석전문의원에 있던 환자 등 5명이 숨지고 42명이 다치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불길이 다른 층으로 번지지 않았지만 매케한 연기가 거동이 불편한 투석 환자, 고령 환자가 많은 의원을 덮치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화재는 스크린 골프장 1번방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스크린골프장은 폐업을 앞두고 영업하지 않는 상태였고, 철거작업 중이었다. 소방당국은 불길이 다른 층으로 번지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량의 짙은 연기는 4층 의원 계속 유입됐다. 화재 직후 의원에서 탈출한 A씨는 “검은 연기가 (병원으로) 정신없이 들어왔다”며 “사람들이 쓴 마스크가 완전히 까맣게 변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화재진압에 나섰던 한 소방관은 “예상했던 것보다 화재의 수준은 강하지 않았다”면서 “불이 약했지만 연기가 4층으로 올라가 피해자가 많이 발생했다.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층이어서 구조하는 데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의원에는 환자 33명과 의료진 13명 등 46명이 있었다. 환자들은 대부분 투석 중이거나 고령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다. 투석은 환자의 혈액을 투석기계에 통과시켜 노폐물을 걸러내고 몸에 다시 주입하는 치료법으로, 갑자기 투석을 중단하거나 이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작동 중에는 관이 잘 빠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재구 이천소방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소방대원 진입 당시 간호사들은 환자 옆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는데, 투석 환자를 위한 조처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진입했을 당시 간호사들은 환자들에게 연결된 투석기관을 자른 뒤 대피시키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 서장은 “연기가 서서히 차올라 충분히 대피할 시간이 있었지만 투석 중인 환자들이 많아 바로 대피시키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숨진) 간호사는 투석 환자를 지키다가 변을 당한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함께 피해가 커진 이유에 대해 조사 중이다. 여운철 경기남부청 과학수사대장은 이날 화재 현장 감식 후 브리핑에서 “발화한 곳은 3층 입구에 있는 1번방으로, 집중적으로 탔다”며 “발화 원인은 전기적 요소, 용접 과실 등 이유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확정하기 어렵다. 추가감식과 국과수의 조사 후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연기가 어느 통로로 4층으로 옮겨갔는지에 대해서도 추가 감식을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며 “4층에는 연소된 흔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오후 강력범죄수사대, 이천경찰서 직원 등 총 70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편성하고 화재 사고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발화지점과 화재 원인, 안전관리 전반에 대해 수사하고, 유족 심리 치료를 병행할 방침이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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