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우린 아직 학교 갈 준비 안됐어요"..폭염 속 거리로 나선 아이들

김수연 2022. 8. 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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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하향조정하는 정책과 관련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육·보육·학부모 단체 45곳으로 구성된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는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만 5세 초등 취학 반대 총력 집회를 열고 정책 철회와 윤석열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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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1000여명 학부모·교육단체·학생 등 모여 집회
"유아들의 인지·정서 발달 특성상 부적절"
참여 학생들 "아이들, 지금 당장 놀아야"
사교육없는세상 등 45개 시민단체가 모인 만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맞은편에서 집회를 개최한 가운데 어린이들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하향조정하는 정책과 관련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육·보육·학부모 단체 45곳으로 구성된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는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만 5세 초등 취학 반대 총력 집회를 열고 정책 철회와 윤석열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다.

당초 집회에 신고된 인원은 전쟁기념관 앞 400명, 삼각지파출소 앞 500명이었지만, 양쪽 모두 500명 넘는 인원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참석 인원을 1000여명으로 추산했다.

이들은 ‘만 5세 취학 즉각 철회’가 적힌 피켓을 들고 폭염 속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이날 집회에서는 미취학 아동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가 공개됐다. “대통령님, 우리는 아직 학교에 갈 준비를 하지 못했어요”, “내 동생이랑 오래오래 어린이집에 다니고 싶어요” 등 만 5세 초등 취학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적혀 있었다.

초등학생들이 직접 나와 반대 입장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7살 동생들이 초등학교에 간다면 학교에는 뾰족하고 딱딱한 물건들이 많아 위험할 것 같다”, “어린 나이인데 조용하게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면 스트레스가 많을 것 같다” 등의 발언을 하며 정책을 반대했다.
사교육없는세상 등 45개 시민단체가 모인 만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맞은편에서 집회를 하며 어린이들이 직접 쓴 편지를 펼쳐보이고 있다. 뉴시스
 
허탁(11)군은 “내가 7살 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없었고 공부도 안 했다. 밖에서 뛰어놀면서 쓰레기를 왜 주워야 하는지, 술래잡기를 하면서 왜 약속을 지켜야 하는지를 배웠다. 다시 7살이 되고 싶다”며 “하지만 만약 7살로 돌아가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한다면 돌아가기 싫다. 아이들은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인(9)양도 “아직 어려서 말하는 게 어렵지만 나의 이야기로 7살 동생들이 유치원에 가지 않을 수 있다면 100번도 말하겠다”며 “나의 7살은 친구들과 놀아서 재밌었다. 그때를 떠올리면 웃음이 나고, 어른이 돼서도 생각날 것 같다. 7살 동생들이 학교에 다니지 말고 유치원에서 행복하게 놀았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범국민연대는 “만 5세 초등 입학은 유아들의 인지·정서발달 특성상 부적절하고 입시경쟁과 사교육의 시기를 앞당기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학부모들은 의무교육이 시작되는 시점을 본격적인 학습 시기로 인지해 조기 취학에 대비하기 위한 선행학습과 과잉 사교육 열풍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교육없는세상 등 45개 시민단체가 모인 만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맞은편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어 “국민적 여론은 무척 거세다. 정책에 반대하는 대국민 서명에는 5일만에 20만명이 참여했고, 강득구 의원실의 설문조사에 따르더라도 국민의 97.9%가 반대하고 있다”며 “교육부의 대국민 수요조사 계획이 불필요하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학제개편에 대해 교육부 차관, 교육부 장관, 대통령 대변인실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어 대통령 면담을 요구한다”며 “학부모를 불안에 떨게 하고 영유아의 발달과 놀 권리를 침해하는 만 5세 조기 입학 정책을 즉각 취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용산구 회의장에서 학부모, 어린이집 관계자들과 함께 만 5세 입학 관련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정부 정책이 섣부르게 발표됐고, 발표 이후 교육부 장·차관과 대통령실 등의 입장이 모두 오락가락해 혼란이 이어지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가 공론화를 할 게 아니라 정책을 즉각 폐기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지현 공동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회의실에서 열린 '만5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개편안에 대한 영유아 학부모 긴급 간담회'에서 발언하며 울먹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교육부는 교육계와 학부모계의 반발과 별개로 만 5세 취학 정책을 의견 수렴을 통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제개편 정책이 반발에 부딪히자 폐기 가능성을 거론했으나 교육부는 공론화 절차를 밟기 위한 학제개편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내부 조직으로 정책 연구를 수행, 초등학교 취학 연령 1년 단축 방안에 대한 시안을 올해 하반기에 마련할 계획이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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