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 앞에서 국제적 갈등 현안에 대한 한국의 입장 분명하게 밝힌 박진 장관

프놈펜(캄보디아) | 유신모 전문기자 2022. 8. 5. 19: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프놈펜의 소카호텔에서 5일 열린 EAS(동아시아정상회의) 외교장관회의 도중 박진 외교부 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외교부 제공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ASEAN) 장관회의에 참석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등이 한자리에 모인 회의에서 국제적 갈등 현안인 우크라이나 사태, 남중국해·대만 문제 등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법과 국제질서에 대한 전례없는 도전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또 대만 문제로 인한 미·중의 군사적 긴장 고조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했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법과 규칙에 의한 질서 유지’를 강조했다.

박 장관의 이날 언급은 미·중 및 미·러 갈등 현안에 대해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미국의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 방향을 선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오는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리는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앞두고 분명한 입장을 선제적으로 밝힌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ESA 외교장관회의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미국·중국·러시아·일본·호주·뉴질랜드·인도 등 8개 대화상대국 등 18개국이 참여하는 역내 정치적·전략적 협의체다. ESA 외교장관회의는 매년 미·중의 입장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경쟁의 무대였다. 올해에는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더해져 미·중·러가 각각 자신들의 입장을 강하게 펼치며 상대를 비난하는 등 뜨거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박 장관은 이날 발언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 헌장의 주권, 영토적 완전성, 정치적 독립 원칙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는 대화를 통해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박 장관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고 전제하면서 “대만해협에 평화와 안정은 한국에게 중요하며 역내 안보와 번영에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대만해협에서의 갈등 격화는 공급망 교란을 포함해 커다란 정치적 경제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으며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대규모 군사훈련 자제를 촉구한 아세안 외교장관들의 성명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박 장관은 “남중국해 긴장고조 행위는 규칙기반 해양질서에 심각한 도전”이라고 규정하며 “한국은 남중국해에서의 법칙과 규칙기반 질서 유지를 위해 역내 국가들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이 이날 미·중, 미·러 간의 핵심 갈등 현안에 대해 이례적으로 분명하게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회의에 배석했던 한 외교부 관계자는 “그만큼 굉장히 중요하고 심각하게 이 상황을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블링컨 장관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빌미로 중국이 무력 시위에 들어간 것을 비판했다. 그는 중국의 군사훈련에 대해 “과도하고 정당하지 않은 중대한 긴장고조 행위”라며 “중국이 한 행동은 어떤 정당성도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도 중국의 군사훈련 때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고 비난하며 즉각적인 훈련 취소를 촉구했다. 중국은 아세안 국가들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대만해협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정당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면서 “위기를 조성한 것은 미국”이라고 비난했다.

프놈펜(캄보디아) | 유신모 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