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부의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폐지, 국민 반발 자초할 것"

2022. 8. 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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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선 전북전주수퍼마켓협동조합(이하 조합) 이사장 "논의 자체가 공정성 문제"
[송부성 기자(=전북)(bss20c@naver.com)]
ⓒ프레시안(송부성)

10년 동안 지속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에 대한 폐지 논의가 시작됐다. 국민제안 정책화에 나선 정부의 기조에 맞춰 국회에서도 관련법 개정에 불이 붙었다. 대형마트는 연 2조 원에 달하는 매출 증가 효과가 기대되지만, 골목상권 등 소상공인 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프레시안]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란과 관련해 정양선 전북전주수퍼마켓협동조합(이하 조합)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편집자주 

프레시안 : 대통령실이 지난 7월 31일까지 열흘 간 진행한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57만 7415개의 '좋아요'를 얻으며 총 10개 안건 가운데 1순위로 꼽혔다. 먼저 이 결과에 대한 견해를 말해달라.

정양선 이사장 : 20~30대 중심의 온라인 세대들을 위한 이벤트로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를 벌여놓고, 생존을 위해 일하고 있는 당사자들에게는 의견을 묻지도 않는 것은 공정성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소상공인들에게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인데 국무조정실이 현안 과제로 올린다고 한다. 앞서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탑10 투표안건으로 이 사안을 올렸다가 결국 ‘없던 일’로 끝냈다. 정부 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를 아무런 설명도 없이 제목만 보고 '좋아요'를 눌러서 결정하라니 얼마나 졸속인지 모르겠다. 반성은커녕 '끝장을 내자'는 식이니 국민들의 반발을 자초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정부가 상위 안건에 대해 국정 반영 의지를 밝혀 놓은 상황인 만큼, 실효성 논란이 불거진 대형마트의 영업규제 완화가 주요 정책 과제로 떠올랐다. 왜 이같은 분위기가 정부 주도 아래 형성됐다고 보는가.

정양선 이사장 : 대형마트는 한 달에 두 번 휴업을 하게 돼 있다. 그리고 이 날에는 온라인 배송도 하지 못하게 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러한 규제가 '과도한 규제'라고 한 것이 발단이 됐다고 본다.  이 내용이 왜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서 나왔는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나온 이 내용이 과도한 규제인지 생각해 보자는 것인데, 윤석렬 정부가 대기업 친화정책을 펼치니 자연스레 이런 분위기가 잡힌 것이지 않을까 싶다.

프레시안 :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지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는데, 10년 만에 규제 완화 착수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먼저 유통산업발전법안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

정양선 이사장 : 유통산업발전법은 유통산업의 증진과 건강한 상거래를 통한 소비자 보호 및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이러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자방자치단체장이 매월 2일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고 있고, 영업시간도 0시부터 오전 10시 사이의 범위에서 제한을 할 수 있다. 이 내용이 2012년부터 도입이 됐는데, 그래서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도 제한시간에 오프라인 점포를 통해서 새벽배송을 못하게 돼 있다. 하지만 별도 물류창고를 통해서는 온라인 배송이 가능하다. 

프레시안 : 말씀한대로 매월 2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고,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것이 유통산업발전법이다. 그동안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지정으로 우리 골목상권에는 어떤 영향을 가져왔는지 말해달라.

정양선 이사장 :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지난 6월에 발표한 내용(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구매는 대형마트가 아닌 다른 채널 이용 49.4%, 대형마트가 문 여는 날에 맞춰 방문33.5%, 당일 전통시장에서 장을 본다 16.2%로 나타났다고 한다. ‘다른 채널을 이용한다’고 응답한 소비자 절반 이상(52.2%)가 중규모 슈퍼마켓을 이용한다고 한다. 이 중 동네 슈퍼마켓 이용도는 20.6%로 조사됐다고 한다. 매출도 20%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 즉,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소비자들 중 상당수는 주변 매장을 이용하고 있고, 동네 슈퍼마켓의 매출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에 겨우 이틀 정도지만 지역상권과 전통시장의 꺼져가는 불을 다시 켜주는 아주 귀중한 시간으로 작용하고 있다.

프레시안 : 그런데 일각에서는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오히려 소비 위축과 온라인 성장만 촉진시켰을 뿐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의 활성화라는 목적은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정양선 이사장 : 앞에서 말씀드린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연 누구의 의견일까 생각해 볼 문제이다.

프레시안 : 어찌보면 유통산업발전법으로 인한 이른바 '풍선효과'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형마트 규제로 인한 온라인 상품 배송 시장의 배만 불려준 것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이로 인해 골목상권이 오히려 대형마트보다도 온란인 상품배송 시장에 더 잠식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정양선 이사장 : 대기업들의 온·오프라인 플랫폼 경쟁에서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이 선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가 오프라인 플랫폼 대기업들의 의견을 들어 의무휴업을 완화해서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대형 플랫폼들의 과도한 시장 독과점을 방지해 ‘기울어진 운동장’에 균형을 맞출 때이다.

프레시안 : 최근에는 이마트 대표교섭노조 한국노총 소속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이 '노동자의 일요일 휴무와 국민의 편의를 같이 생각한다!'라는 성명서를 내고 의무휴업은 지켜져야 하지만, 모든 것을 법에 맡기지 말고, 우리 스스로가 국민의 쇼핑 편의와 사원의 휴무,건강권의 타협점을 찾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주장에 대해선 어떤한가.

정양선 이사장 : 법으로 최소한은 지킬 수 있도록 강제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특히 배송기사들은 하루 10시간, 주 6일을 일하고 있다. 그런데 의무휴일 마저 없애버리면 그분들은 어떻게 될까 싶다. 그 분들은 하루종일 물건을 포장하고 차에 실어 나르기를 반복한다. 이 일이 끝나면 또 배송을 해야 한다. 쉬는 시간이 거의 없다고 한다. 끼니는 대충 때우거나 거를 때가 많다고 한다. 퇴근도 기사들에게 그 날 주어진 주문, 그 것을 다 마무리해야 퇴근을 하는 구조이다. 특수고용직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렇다 보니 52시간 적용도 받지 못한다. 쉬는 날은 한 달에 고작 5일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 중 주말에 쉬는 것도 격주로 2일 정도 밖에 안된다. 바로 대형마트 의무휴일 때 쉬는 거다. 대형마트 배송기사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하루 10.4시간이고, 평균 근로일 수는 25.9일 (출처:장시간 노동 및 과로사 등 건강장해 예방 방안 연구, 2021)이라고 한다. 매장 노동자들도 의무휴일이 없어지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다고 한다. 마트 노동자들도 주말에 쉬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현실은 일요일에 쉰다는 것이 평범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 할 만큼 특별한 것이 돼버렸다.  최소한의 법테두리 없이는 대기업과 노동자들의 타협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프레시안 : 더욱이 이들은 일자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전통시장을 비롯한 모든 유통이 온라인에 밀리고 있는 시대에 대형마트 출점 제한을 폐지안을 들고 나오고 있다. 만약 출점 제한이 폐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골목상권에는 그야말로 앞친데 덮친격이 된다. 출점 제한 폐지 주장에 대한 입장을 말해달라

정양선 이사장 : 앞에서도 말했듯, 대기업들의 의견만을 들어 규제를 완화해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대기업들의 대형 플랫폼의 과도한 시장 독과점을 방지해 ‘기울어진 운동장’에 균형을 맞출 때라고 생각된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골목상권만의 고유한 특색과 장점, 그리고 영업전략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다. 자성론과 함께 대안을 말해달라.

정양선 이사장 : 전북전주수퍼마켓협동조합에서는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해 여러 대안들을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편의점과 SSM이 골목상권에 들어와 있다. 대기업 편의점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기존 슈퍼마켓을 ‘편의점형 마트’의 형태로 변형해 운영하기 시작했고, SSM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전주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를 통해 공동물류를 확보해 가격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보다 나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전북 소상공인들의 물류를 책임질 수 있는 ‘전북지역 거점형 물류센터’의 건립해 기존보다 좋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저희 조합은 더 많은 소상공인들로 똘똘 뭉칠 것이다.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되는 것처럼, 전북전주수퍼마켓조합원 한분 한분이 모여 힘을 모아 대기업을 이겨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송부성 기자(=전북)(bss20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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