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청원' 5만 넘은 날 이재명 "당원과 여의도 생각 왜 다른가"

김형섭 2022. 8. 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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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민주당, 리더십 부재 상태…방향도 책임지는 사람도 無"
"과거엔 민주당 하면 민주화…거기까지가 끝, 이젠 모르겠다"
"우리 교육, 필요한 것 안 가르치고 쓸데없는 것 가르쳐"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4일 오전 제주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주지역 당원 및 지지자와의 대화'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2.08.04. woo1223@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여동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에서 '부정부패 혐의 당직자 검찰 기소시 자동 직무정지' 당헌 개정 요구가 5일 이른바 '개딸'들의 지지로 5만명 이상 동의를 받은 가운데 이재명 당대표 후보는 "당원 생각과 여의도 생각이 대체 왜 이렇게 다른 것이냐. 비민주적 정당이란 뜻"이라면서 '당원 중심주의'를 내세워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대전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대전 지역 당원·지지자들과 토크콘서트를 가진 자리에서 "이 당이 국민의 뜻, 당원의 뜻과 좀 다르게 운영되다보니 당원 생각과 중간층 생각과 최상층 생각이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는 "당원이 주인인 당, 국민이 주인인 나라, 민주정당 민주국가라는 이 당연한 원칙이 관철되지 않다보니 다 싫어하고 절망하고 포기하고 그러는 것 아니냐"며 "당을 바꾸자. 이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지방행정을 해왔기 때문에 민주당을 당의 중심이 아니라 바깥에서 오랫동안 봤는데 당을 최근에 들여다보니 당이 장기 계획이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리더십 부재 상태다. 그냥 방향도 잘 모르겠고 책임지는 사람이나 세력도 없고 당장 닥친 일을 해내기 급급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가 당원 중심주의를 내세우며 당을 강도 높게 비판한 이날은 공교롭게도 '당헌 제80조(부패연루자에 대한 제재) 개정 요구 청원글'이' 5만명 동의 요건을 넘겨 비상대책위원회에 보고된 날이다.

당헌 제80조 1항은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청원인은 윤석열 정부의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정치·보복수사를 명분삼아 당헌 제80조의 변경 또는 삭제를 요구했고 이는 5만명 이상 동의 요건을 넘었다.

해당 청원은 유력 당권주자인 이 후보에 대한 사법 리스크를 고려,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많은 동의를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 진전과 그의 아내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 결과가 오는 8월 중순께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번 청원글을 두고 '이재명 방탄용' 당헌 개정이란 당내 시각도 엄존한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가 당원과 여의도 간 생각의 괴리를 언급한 것은 민주당 지도부를 향한 압박성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후보는 "우리 민주당은 과연 개혁을 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국민께서는 이제 희미해진 것 같다. 과거에는 민주당 하면 딱 떠오르는 게 있었다. 민주화 운동이다"라며 "아무나 잡아가 고문하고 사건 조작해서 사람을 사법살인하는 세상에 정말 치열하게 싸워 왔잖냐. 민주적인 사회를 만드는 게 민주당의 가장 큰 과제였다"고도 했다.

이어 "국민들은 그것을 보고 민주당 하면 딱 떠오르는 게 민주주의 확보였다. 그래서 민주당에 기대를 걸었고 실제로 민주당이 열심히 싸워서 민주주의 체제를 회복해냈다"면서도 "그런데 거기까지가 끝이다. 성공의 역설인데 이것을 거의 다 완수했다보니 대체 민주당이 하려는 게 무엇인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당원·지지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 크게 실망한 2030 남성표를 빼앗긴 게 0.73%포인트의 차이를 만들어 패배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지지자 질문에 "2030들은 사실 섬세하고 예민하고 합리적이다"라며 "그래서 당의 퇴행적 행태를 사실 매우 싫어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착한척 하지 말고 착하자. 그러니까 지키지 못할 약속하지 말아야 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며 "그게 마음에 안 들면 양해를 구해야지 아닌 척 하면 안 된다. '척'이 문제다. 척 하지 않는 것으로도 꽤 인정받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만 18세에 생애 첫 투표를 한 지지자가 '진정한 유권자로 성장하기에는 선거 교육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우리나라 교육이 정말 문제인 게 삶을 살아가는 데 진짜 필요한 것은 안 가르치고 별로 안 필요한 것, 심하게 얘기하면 쓸데없는 것을 많이 가르치는 경향이 있다"고 호응했다.

이 후보는 "대량생산 시대의 교육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창의적 인재, 개성 있는 인재가 더 필요하다"며 "그러려면 사실 철학·환경·인권·노동·정치 교육이 정말로 필요하다. 교육 현장에서 이런 게 의도적으로 회피되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20살이 될 때까지 사회주의자가 아니면 바보고 20살이 넘어서도 사회주의자를 하는 것도 바보라는 이야기"라며 "공교육 과정에서 사회 현상에 대한 인식과 판단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정말 필요하다. 이제 16세부터 정당 가입이 가능하고 18세부터 투표권을 갖고 있으니 학생들이 정당 활동을 많이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yeod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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