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누룩 듬뿍 넣은 '곰표' 막걸리.. '핫플' 성수동 양조장서 이렇게 뚝딱 [味술관]

최지희 기자 2022. 8. 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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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강주조' 양조장

조선비즈 유튜브 채널 ‘味술관(미술관- 맛있는 술이 모여있는 곳)’은 전국 전통주·맥주·위스키 등 주류 양조장에 찾아가 주조 과정을 살펴보고 각 술과 함께 곁들여 즐길 수 있는 양조장발(發) 추천 음식을 소개한다.

미술관 찾아가기- https://youtu.be/yFK-Rx_R--M

열번째 미술관 탐방은 옛 공장 지대와 젊은 감각의 가게들이 공존하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한강주조’다. 2019년 문을 연 한강주조는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산(産) 쌀을 사용해 지역특산주면허를 받았다. ‘서울 쌀로 빚은 무감미료 나루 막걸리’로 입소문을 탔고,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탁주 부문 대상을 타면서 신생 양조장으로서는 전례 없는 판매고를 올렸다.

첫발을 뗀 지 3년 만에 월 5만병을 생산하는 신생 양조장은 한강주조가 유일하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한강주조 사례는 흔치 않은 일”이라며 “최근 전통주가 각광받는다 하더라도 이 정도 생산량을 기록하는 건 업력이 최소 10년 이상 된 업체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단일 제품만 생산해오던 한강주조는 지난해 밀가루로 유명한 70년 업력의 식품 기업 대한제분 곰표와 협업해 새 막걸리를 내놨다. ‘곰표’ 글자를 거꾸로 뒤집은 ‘표문막걸리’는 출시 2분 만에 온라인에서 품절됐다. 인기에 힘입어 작년 10월부터는 전국 편의점과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 납품되고 있다.

서울 성동구 상수동에 있는 한강주조 양조장. /유튜브 '味술관'

◇ 이 양조장은?

지난달 19일 성수동 끝자락에 있는 5층 건물에 들어서자 젊은 청년들이 쌀을 찌는 스팀 열기에 땀을 뻘뻘 흘리며 고두밥 200L를 대형 주걱으로 뒤적이고 있었다. 바깥 온도는 30도. 양조장에 들어선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흘렀다. 대형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열기가 바람을 압도해 찜통 안에 서 있는 듯했다. 그 와중에도 고소한 쌀밥 냄새와 갓 짠 시큼 고소한 막걸리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한강주조 양조장에서 직원이 고두밥을 퍼옮기고 있다. /유튜브 '味술관'

평일 오전 5시마다 양조를 시작하는 한강주조는 매일 술잔을 함께 기울이던 두 친구가 합심해 만든 양조장이다. 카페를 운영하던 고성용(40) 대표는 ‘좀 더 재밌고, 지평을 확장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결심한 뒤 과감히 카페를 접고 이상욱(40) 이사와 새로운 미래를 그렸다.

고 대표는 “무턱대고 사무실부터 구해 어떤 사업을 할지 구상했다”며 “그러던 중 둘 다 술을 즐기니 새로운 술을 자주 사 먹다가 ‘이제 희석식 초록병 소주는 지겹고 전통주가 이렇게 맛있고 다양한데 우리도 맛있는 술 한번 만들어 볼까’ 얘기하면서 모든 게 시작됐다”고 했다.

고성용 한강주조 대표가 양조장 근처 뚝도시장에서 표문막걸리를 들고 서있다. /유튜브 '味술관'

두 친구는 바로 다음날 전통주 교육기관인 가양주연구소에 등록했다. 고(古)문원에 나온 전통술을 배우는 즉시 이를 응용해 집과 사무실과 가리지 않고 술을 빚었다.

주조 방법을 수백번 바꿔가며 ‘유레카’를 외칠 때까지 실험을 반복했다. 그는 “고문원을 보면 대개 단맛이 진하고 묵직한 술이 명주인데, 현대인 입맛에는 너무 달아 부담 없이 즐기기엔 어려운 맛이었다”며 “그 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탄산감 없이 산미가 적당히 느껴지면서 목 넘김이 좋은 술을 빚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이때 개발한 ‘슴슴’한 맛이 나는 막걸리 제조법과 색다른 막걸리 병·라벨은 이들만의 병기가 됐다.

이 이사는 “500L 발효 탱크 3개로 시작하면서 여기에 과연 술을 다 채울 수나 있을까 싶었다”며 “‘탱크 3개만 다 채워도 우리는 성공’이라고 말하던 때가 바로 3년 전인데, 운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현재 이들은 매일 쌀 200L를 쪄 막걸리를 빚는다. 최근에는 실험실을 얻어 증류주 주조 등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 “밀가루 브랜드 ‘곰표’ 특성에 맞춰 밀 누룩 4배 더 넣어”

그래픽=이은현 디자이너

서울 강서구 오곡동에서 나는 ‘경복궁 쌀’과 밀 누룩, 정제수가 재료로 쓰인다. 밑술에 고두밥을 더해서 만드는 이양주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표문 막걸리는 기존 막걸리에 비해 밀 누룩이 4배가량 더 들어간다. 밀 누룩이 많이 쓰이는 만큼 누룩의 다양한 향미를 술에서 느낄 수 있다고 한강주조는 설명했다. 고두밥과 밀 누룩, 물을 섞어 7~9일가량 발효시킨 뒤, 술지게미를 걸러낸 원액을 최소 1주일 동안 냉장 숙성한다. 알코올 도수는 6도로 가볍게 마시기 알맞다. 쌀 본연의 단맛과 적당한 산미가 동시에 느껴진다.

한강주조 양조장에서 발효되고 있는 막걸리. /유튜브 '味술관'

양조장 추천 페어링 안주는 페퍼로니 피자. 고 대표는 “막상 피자와 막걸리를 같이 먹어보면 ‘피맥’(피자+맥주)만큼 ‘피막’(피자+막걸리)도 잘 어울린다는 것을 단박에 느낄 것”이라며 “짭조름하고 기름진 피자 맛을 막걸리가 깔끔하게 잡아준다”고 말했다.

한강주조 대표가 추천한 막걸리 페어링 음식 '페퍼로니 피자'. /유튜브 '味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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