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우영우 자주적 삶, 자기 능력보다 주위와 호흡 덕분"..'무릎 호소' 장애학생 학부모 "내 아이도 우영우와 다르지 않아"

최정근 2022. 8. 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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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명희(서울서진학교 학부모 회장) 이은자(전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부대표)
-'특수학교 세워달라' 무릎 꿇고 호소한 뒤 사회적 공론화..2020년 서울서진학교 개교
-발달장애·지적장애 전교생 180여 명, 수준별 수업과 시설 만족도 높아
-전국 특수학교 190여 곳, 여전히 부족..장애 중증도 각자 증명해내야 입학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 개선·다양한 시각 도움
-'우영우' 자주적인 삶은 혼자 능력·노력 아닌 주위 사람들과 호흡 덕
-장애학생 졸업 후 사회 구성원으로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 필요

■ 방송시간 : 8월 5일(금)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이경호 KBS 해설위원


https://youtu.be/EOxgQembEpM

◎범기영 5년 전에 무릎 꿇고 특수학교 설립 호소했던 장애 학생 부모들 기억하실 겁니다.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이경호 해설위원이 만나고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이경호 안녕하세요?

◎범기영 학교 그때 당시에 갈등 굉장히 심했는데 열리긴 열렸군요.

▼이경호 2018년 8월에 공사를 시작했고 2020년 3월에 개교를 했습니다. 현재는 초중고 과정에 한 180명 정도의 지적장애인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범기영 지금 사진이 나가고 있는데, 교사도 예쁘게 지었네요.

▼이경호 신식 건물이어서 아주 예쁩니다.

◎범기영 편하게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고. 그때 당시에 학부모 무릎 호소 후에 설립 공론화가 시작됐고 그 아이들도 다니고 있는 겁니까?

일부만 다녔고요. 사실 학교가 지어진 다음에는 새로 전학 온 학생들 혹은 신입생으로 입학한 초, 중, 고등학생들이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학교를 한번 다녀와 봤는데요. 보시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서울서진학교에는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 학생들이 다니는데요. 지금은 방학이어서 학생은 학교에 없고요. 5년 전에 가장 앞장서서 눈물로 학교 설립의 필요성을 호소하셨던 이은자 씨와 지금 현재 학부모 한 분을 만나봤습니다.

<녹취> 이은자/ 전 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
위험한 발달장애인들이 모여 있는 학교면 정말 여기 더 위험해지는 거 아니냐. 이렇게 많이 말씀을 하셔서, 생각보다 사람들이 발달장애인에 대해서 참 모르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그리고 이제 또 한 가지는 너무나 많이 집값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본인들은 집값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라고는 하셨는데 어쨌든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런 염려를 많이 하셔서 사실 저희 입장에서는 학교가 막상 만들어지고 아이들이 등하교를 하게 되면 어떤 막연한 발달장애인에 대한 불안감은 그냥 자연스럽게 없어지실 것이고, 그리고 어느 곳도 특수학교가 들어와서 집값이 떨어졌다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저희는 일단 학교가 만들어지고 학교가 운영이 되면 주민분들의 그런 걱정은 정말 다 사라질 거다, 이런 믿음이 좀 있었어요.

▼이경호 하지만 지나고 보니 당시 주민들 심정도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고 하십니다. 당시 반대 주민들이 사실 그 주변의 임대 아파트 단지의 일반 주민들이었는데요. 원래 그 안에 일반 학교가 있다가 학생 수가 줄다 보니까, 임대 아파트 단지 학생 안 보내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폐교를 하게 됐고 또 그 폐교된 자리에 특수학교가 들어온다니까 주민들이 반발한 게 있어서 그 심정을 또 같은 주민 입장으로 생각해보면 이해 못 할 측면도 아니었다,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범기영 하긴 그 입장에서는 뭔가 두 번 뺏기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있었겠네요.

▼이경호 그렇죠.

◎범기영 우여곡절 끝에 설립이 됐고 지금은 개교 2년 차네요, 그러니까?

▼이경호 이은자 씨, 말씀드린 대로 이은자 씨 자녀는 혜택을 못 봤지만 현재 통학 중인 학생들 만족도 아주 높다고 하는데요. 어떤 만족하시는지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엄명희 / 서울서진학교 학부모회장
굉장히 좋아해요. 일단은 저희 아이는 지적장애가 있는데, 좋고 싫고를 알아요. 그래서 일단 시설이 너무 깨끗하고 좋고, 넓고. 좀 이렇게 답답함을 느끼거든요, 좁으면. 그래서 되게 자유롭고, 다음에 특별실 같은 게 나눠져 있어가지고 여기 안에서도 뭐 체육관, 뷰티실, 다 나눠져 있으니까 그런 걸 이용하고. 같은 발달장애를 가진 친구들이랑 생활하고, 같은 또래 친구들이랑. 그런 것을 굉장히 좋아하고 선생님도 일단 개별적으로 맞춰서 수업을 해 주시니까 아이들이 정말 똑같은 아이는 하나도 없거든요.

당시 설립을 위해서 정말 노력하셨던 그 많은 분들의 혜택을 지금은 다른 분들이 보고 계시는 셈인데요. 아쉽지 않은지 한번 여쭤봤습니다.

<녹취> 이은자/ 전 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
그런 질문을 되게 많이 하시더라고요. 당신이 갈, 당신 아이가 갈 학교도 아닌데 왜 그렇게 어머님들이 애를 쓰냐. 그러는데 이제 사실 저희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사실 뭐 이게 네 일, 내 일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그러니까 이제 저희 아이는 성인이지만 학령기에 갈 친구들의 학교가 없으면 또 다 같이 애를 써야 되는 거고, 또 성인 아이들한테 어떤 문제가 생기면 학령기 엄마들도 다 같이 애를 쓰고 이런 생각이어서 저희는 이제 뭐 그런 (서운한) 것에 대한 생각은 없는데, 여기 학교가 이제 다 만들어지고 교장 선생님이 한번 학교 투어를 시켜주셨어요. 그런데 학교가 너무 예쁜 거예요.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그 생각을 했어요. (딸) 지현이가 서진학교에 다녔으면 참 좋았했겠다. 여기 다니는 친구들은 참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범기영 그런데 학교 시설은 정말 좋네요. 저런 특수학교가 여전히 많이 부족한 거잖아요?

▼이경호 현재 서울에 29개 정도가 있고요. 전국에 한 190개 정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숫자라고 합니다. 이야기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이은자/ 전 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
보호자가 생각했을 때 이 학교이 특수학교에 가야 될 것 같은, 그 선택을 할 수 있어야 되는데 지금은 특수학교에 자리가 없어요. 자리가 없으니까 보호자나 당사자는 특수학교에 가고 싶어도 그냥 일반 학교에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거든요. 서진학교도 작년에 제가 알기로 20명인가 1학년에 못 들어온 걸로 알고 있거든요.

이렇게 특수학교를 희망하지만 못 가는 학생들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어쩔 수 없이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녹취> 이은자/ 전 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
그냥 일반 학교에 배정을 받는 거죠. 저는 그걸 강제 배정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물론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는 다 되어 있어요. 이 아이가 일반 학교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 어떤 교육 계획을 짜라, 이렇게 해놓긴 했지만 사실 그게 현실 가능성은 거의 없는 시스템인 거고. 그래서 굉장히 지금 어렵게 다니는 친구들이 많이 있어요, 실제로. 엄마들이 특수학교를 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냐면, 우리 아이가 얼마나 중증인지를 설명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 심사를 받아요. 중증 우선으로 특수학교에서 받으니까. 그러니까 우리 아이가 사실 요만큼 중증이라고 하면 이만큼 중증이라고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거죠.

◎범기영 그러니까 복지 시스템에서 항상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고통을 말씀하시는데, 여기는 또 장애 중증도를 증명해야 되네요. 건립 논의도 그런데 쉽지 않잖아요.

▼이경호 일단 부지 선정부터가 아주 힘든데요. 지금 현재도 서울 중랑구에 특수학교가 계획이 돼 있고 완공까지 목표로 하고 날짜가 정해져 있지만 여전히 부지 선정 못 하고 있답니다. 아무래도 주민들이 반대를 하기 때문이겠죠.

◎범기영 이런저런 이유가 또 있으시겠죠. 요즘에 드라마 우영우 참 인기인데, 현실과는 다르다는 거죠, 그런데?

▼이경호 글쎄요.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는데요. 두 분의 자녀들이 또 지적장애인들, 우영우 같은 지적장애, 자폐장애를 갖고 있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현재 부모들은. 한번 그거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녹취> 이은자/ 전 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
우영우의 삶이나 저희 딸 이름이 안지현이거든요? 안지현의 삶은 다르지 않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영우가 우영우가 되는 것, 우영우로서의 자주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우영우 혼자의 능력이나 노력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이 사람과 어떻게 호흡을 하는지가, 어떻게 같이 살아가는지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녹취> 엄명희 / 서울서진학교 학부모회장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를 느껴서 어떻게 보면 부모들이 조금 마음이 그런 분들도 계셨겠지만. 저도 일단은 발달장애인을 이렇게 주인공으로 세워서 하셨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이런 것을 그리고 또 워낙 지금 인기가 많잖아요. 그걸 보면서 그냥 인식 개선이 되겠다, 비장애인들에게 인식 개선이 많이 되고 바라보는 눈도 많이 다양해지겠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현실과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면서도 그냥 노출되는 것 자체가 반가우신 거네요.

▼이경호 그렇죠. 아무래도 옛날보다 관심이 너무 많아졌고요. 또 우호적인 시선들도 많아지기 때문에 그 부분을 너무 좋아하십니다.

◎범기영 정책적 뒷받침을 그래도 요구하시는 거잖아요.

▼이경호 현실에서 가장 필요한 건 사실 교육을 마친 다음에 지적장애인들이, 발달장애인들이 어엿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부분인데요. 사실 학교를 마치고 난 다음에 일자리 구하기 그렇게 쉽지 않고요. 또 일자리를 못 구하게 되면 다시 또 정도가 퇴행하기 때문에 그 부분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하시는데요. 그래서 어떤 해결책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도 한번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녹취> 이은자/ 전 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
12년 동안 교육을 잘 받아서 이 사람들이 사회에 나가야 국가적인 비용이 줄어드는 거죠. 그렇잖아요? 이 사람들이 졸업을 하고 시설에 가면 그 비용을 다 국가가 대야 되는 건데, 이 사람들이 졸업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살 수 있게 해 주면 사실 국가 부담이 주는 것이고, 국가 부담이 준다는 것은 국민들의 세금이 그쪽으로 쏠리지 않는다는 거잖아요.

<녹취> 엄명희 / 서울서진학교 학부모회장
다 우영우 같지는 않죠. 그렇지만 우리 장애인들도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고 잘하는 게 있고, 어디나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바라보고 어떻게 지원해 주느냐에 따라서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범기영 모든 자폐장애인이 우영우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인식 개선, 제도,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 이경호 해설위원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드라마로 또 흥미로운 콘텐츠 속 캐릭터로 소비하고 잊어버릴 일이 아닙니다. 장애인들은 실제로 적지 않은 사람들의 가족이고 또 우리들 이웃입니다. 배우고 일할 권리 또 그것의 기반이 될 이동할 권리, 왜 이렇게까지 어려워야 됩니까? 이번 주 준비한 소식 여기까지입니다. 주말 시원하게 보내시고요.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4시엔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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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근 기자 (jkcho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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