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컴백' 당헌도 부결..이준석 측 "소뿔 고치려다 소 잡아"

2022. 8. 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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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반발 여전하지만..정미경마저 "손 놓을 때 됐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의 복귀 길을 막고 당 지도체제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방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상임전국위원회는 '현재는 비대위 출범이 가능한 비상상황'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데 이어, '대표 직무대행'에게 비대위원장 지명권을 주는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친이(親이준석)계가 추진한 '비대위가 출범해도 사고 상태인 당 대표는 그 지위가 유지된다'는 취지의 당헌 개정안은 부결시켰다. 국민의힘은 오는 9일 전국위에서 상임전국위가 통과시킨 당헌 개정안을 가결시키고 비대위원장 임명안도 의결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상임전국위·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5일 열린 상임전국위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크게 세 가지 안건을 논의했다"며 이같은 내용의 논의 결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전체 상임전국위원 54명 중 40명이 참석했다.

상임전국위에서는 '전국위 소집 안건'을 뺀 '비상상황 유권해석 안건'과 '당헌 개정 안건'을 두고 격렬한 찬반 논쟁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당원권 정지와 최고위원 4명 사퇴가 겹친 현재 당 상황을 당헌상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킬 수 있는 비상상황으로 본다'는 유권해석에는 참석 위원 40명 중 29명이 찬성했다.

반대 의견을 낸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은 회의 중간 자리를 나서던 중 기자들과 만나 "위기 상황이 지지율이 좀 낮아지는 상황인데 이를 해결하는 방식이 이런 방식이어야 하나"라며 "실질적으로는 당 대표를 해임하는 거나 다름없다. 간접적인 방식으로 당 대표를 해임하는 건 좋지 않은 선례가 된다"고 주장했다.

당헌 개정안은 두 개의 다른 안(案)이 올라왔다. 현재 대표와 대표 권한대행에게만 주어져 있는 비대위원장 지명권을 '직무대행'에게도 준다는 '최고위원회의 안'과, 당 대표 궐위가 아닌 사고시에는 비대위가 출범하더라도 기존의 대표는 그 지위를 유지시키고 복귀시 잔여 임기를 수행할 수 있게 한 '조해진·하태경 안'이다. 

상임전국위에서는 어느 안을 전국위 의결 안건으로 올릴지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참석 위원 40명 중 26명이 '최고위안'에 찬성했다.

이로 인해 당원권 정지 기간이 끝난 뒤 이 대표가 복귀할 길은 사실상 막혔다. 서 의원은 "당헌·당규상 비대위가 구성되면 최고위 지도부가 해산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건 당 대표 '사고' 유무와 상관 없는 것"이라며 "자의적 해석이 아니라 당헌·당규에 못박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의원의 해석은 국민의힘 당헌 제96조 5항에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되면 최고위원회는 즉시 해산되며,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을 수행하고,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대표의 지위와 권한을 갖게 된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다만 조해진 의원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가 출범하면 당 대표가 해임되는 게 맞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거기에 대해 의결을 안 했다"며 "각자의 견해에 맡겨진 상황이 됐다"고 다른 의견을 주장했다. 

관심은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에 누구를 지명할지로 모인다. 

당내 의견은 중진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쪽으로 모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후보군은 정우택·정진석·주호영 의원 등이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박대출·유의동·이종배·이채익·하태경 등 3선 의원과 오찬 회동을 갖고 주로 초·재선 의원에게서 수렴한 비대위원장 관련 여론을 설명한 뒤 의견을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서 특정인이 언급되지는 않았고 권 원내대표는 '다른 의원 앞에서 실명 언급이 어렵다면 문자로라도 의견을 달라'고 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서병수 상임전국위원회 의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상임전국위원회 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반발 여전하지만…'우군' 정미경도 "손 놓을 때 됐다"

이 대표 측의 반발은 여전한 상태다. 이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이 권 원내대표에게 보낸 문자에서 자신을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로 표현한 데 대해 "선출된 당 대표가 당내 상황에 대해 말하는 것이 내부총질이라는 인식도 한심하다"고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SNS에 올리며 바싹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이날 한국방송(KBS) 인터뷰에서 "내가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며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는 시점에 공개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대표가 임명한 허은아 당 수석대변인도 전날 페이스북에 "무엇을 위한 비대위인가"라며 "현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할 때 다시 일어선 보수는 다시 고사시킬 수 있다. 문자 그대로 교각살우(矯角殺牛)"라고 써 비대위 출범은 '이준석 죽이기'라는 주장을 폈다. 

다만 이 대표의 우군으로 여겨지는 인사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이 대표가 물러설 때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이 대표 측의 가처분 신청 움직임과 관련해 "당이 지금 내홍에 휩싸였다"며 "더 혼란을 거듭하고 만약에 본인(이 대표)이 가처분에서 이기면 더 혼란해진다. 그건 수습이 안 된다"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이 혼란을 더 크게 만들 수는 없으니까 이 대표는 이쯤에서 당 대표로서 이제 손을 놓을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조해진 의원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신당 창당론을 부인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이 대표 리더십을 보면 밖에 나가서 당을 만들어서 그걸 운영하고 할 만한 그런 리더십은 아니다. 본인이 우리 당에 기여한 부분도 그런 영역의 리더십이 아니고 새로운 모습, 참신한 모습, 기성 보수정당들이 하지 못했던 소통 방식을 통해 특히 젊은 유권자 층에게 호소하는 호소력 등이지, 당이라는 거대한 정치 조직을 만들어 가지고 자기가 그걸 이끌어 나가고 이런 리더십을 갖고 있다면 우리 당이 이렇게 시끄럽겠느냐"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전 대선캠프 비전전략실장도 "이준석 대표는 명예로운 출구를 모색해야 한다"며 "징계가 억울해도 이를 이유로 강대강의 극한 싸움을 계속하는 건 또다시 여당이 진흙탕 수렁으로 빠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실장은 "억울하고 분해도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의 결정을 대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보다 성숙한 정치인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간곡히 바란다"고 썼다.

김 전 실장은 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비대위로 가기로 한 이상 조기 전당대회를 위한 실무형 비대위가 아니라 이준석 대표 잔여 임기까지의 혁신형 비대위로 가야 한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최형두 의원 역시 비대위 출범이 전당대회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비대위에서 전당대회를 준비하게 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며 "집권 초기 전당대회는 블랙홀이다. 특히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를 뒷받침하는 것이 아니라 역행하는 이벤트"라고 했다. 최 의원은 "원내 선배 동료의원들은 정부와 함께 경제민생 비대위 체제로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며 "비대위 성격도 경제 비대위로 선언하고 취임 100일부터 올 연말까지 지난 5년간 이어져 온 재정·경제·산업·민생위기 극복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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