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영문명칭 '닥터' 전면에.."모기도 새냐"vs"오만 끝판왕"
기사내용 요약
복지부, 한의사 영문 명칭에 '닥터' 넣어
의협 "의사·한의사 혼동 우려…철회해야"
한의협 "혼동여지 없다 판결…생각 편협"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한의사가 '닥터(Doctor)'면 모기도 '새(Bird)'인가"(대한의사협회)
"법원 판결마저 무시하는 '오만함의 끝판왕'이다"(대한한의사협회)
최근 보건복지부가 한의사 영문 명칭에 '닥터’를 전면에 넣은 것을 두고 의사단체와 한의사단체가 정면 충돌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즉각적인 철회를 정부에 촉구하고 나서자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법원의 판결마저 무시하는 행태라며 반발했다.
한의협 국제위원회는 5일 입장문을 내고 "판결문에서는 세계 각 국가의 전통의학에 대한 영문표기는 차이니즈 메디슨(Chinese Medicine), 인디안 메디슨(Indian Medicine) 등 ‘국가명+메디슨’의 형태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어 서양의학과 혼동될 여지가 없다고 명백히 밝히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의사 영문 명칭 변경과 관련해 인간이 갖춰야할 최소한의 품격도 찾아보기 어려웠던 의협의 입장문에 대해 의료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넘어 참담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거짓 선동과 그 끝을 알 수 없는 오만함은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지난 4일 "한의사가 닥터이면 모기도 새인가, 보건복지부의 만행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국내 영문학자들의 판단을 반영해 한의사의 영문 명칭이 기존 ‘오리엔탈 메디슨 닥터(Oriental Medical Doctor)’에서 '닥터 오브 코리안 메디슨(Doctor of Korean Medicine)'으로 변경됐다는 게 한의협의 입장이다.
이들은 "국내 영문학자들도 ‘코리아 메디슨'이 가장 적합하고, 한국 의사 및 의사단체와 영문 명칭 혼동의 여지를 없애고 한의학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는 명칭이라고 판단했다"며 "연장선상에서 한의사 영문표기도 ‘닥터 오브 코리안 메디슨'을 추천해 변경하게 된 것으로, 중의사도 대만 중의사 영문면허증에 ‘닥터 오브 차이니즈 메디슨(Doctor of Chinese Medicine)’으로 표기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의 최종 판결마저 무시하며 본인들만의 편협된 생각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국민 건강을 도외시하고 묻지마식 한의약 폄훼와 발목잡기에 혈안이 된 행태는 일제 강점기 민족문화 말살 정책의 현대 버전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한의약육성법 취지에 맞춰 국민의 건강증진과 국제 보건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영문 명칭을 정립한 복지부의 혜안과 정책 방향을 적극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지난 4일 "지난달 26일 복지부는 느닷없이 한의사의 영문 명칭을 ‘Doctor of Korean Medicine’으로 변경했다"면서 "한의학의 영문 명칭을 ‘Korean Medicine’으로 변경한 이후 일어난 또 하나의 황당한 작태이며 늘 한의사들을 비호해오던 보건복지부의 민낯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의사들에게 의사면허증을 주려는 보건복지부의 음모가 숨어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세계 인구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중의학도 ‘트레디셔널 차이니즈 메디슨(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을 공식 용어로 사용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보다 안전하고 적절한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이런 추세에 비추어 보면 국민들이 의사와 한의사를 혼동하지 않기 위해서는 용어의 사용부터 세심하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번 복지부의 폭거로 국민들은 의사와 한의사를 혼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됐고 우리나라 국민에만 한정되지 않게 됐다"고 덧붙였다. 닥터는 보통 의사면허를 가진 사람, ‘메디슨 닥터’를 의미하기 때문에 닥터가 포함된 한의사의 영문 명칭을 접한 외국인들이 의사인지, 한의사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의협 측 설명이다.
이들은 "한의사 영문 명칭에 '오리엔탈'을 빼고 '닥터'를 넣은 조치를 당장 철회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더 이상 시대착오적인 한방 비호 정책을 폐기하고 한의약정책관실을 없애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또 "왜곡된 표현인 ‘코리안 메디슨’ 명칭도 함께 바로 잡기 위한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을 천명한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지난 2012년 한의학을 ‘코리안 메디슨’으로 표기한 한의협의 영문 명칭 변경에 대해 사용금지 가처분 및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4년 후 의협의 청구를 기각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26일 한의사의 영문 명칭을 ‘Oriental Medical Doctor’에서 ‘Doctor of Korean Medicine’으로 변경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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