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주변에 미사일 퍼부은 중국, 훈련 수위 조절하며 출구전략 모색할까

김혜리 기자 2022. 8. 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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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중국 본토 미상의 장소에서 발사체가 하얀 포연을 뿜으며 발사되는 모습으로 중국 관영 CCTV 영상을 캡처한 사진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응하는 실사격 훈련 첫날인 이날 대만 주변 해역에 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 AP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항의하며 4일 대만 주변 해상에 11발의 탄도미사일을 퍼부은 중국이 5일에도 군사훈련을 이어갔다. 하지만 전날과 같은 탄도미사일 발사나 실탄 사격은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이 “대만 해협의 기존 질서를 바꾸려 하지 말라”며 경고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중국도 연일 강공모드를 이어가기는 부담스러워 보인다. 일각에선 중국이 화력 시위의 수준을 조절하면서 대만에 대한 경제 제재를 지속하는 쪽으로 이번 사태의 출구를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만을 관할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5일 “계획에 따라 대만 북부, 서남부, 동부 해·공역에서 실전화 연합훈련을 계속해 전구 부대의 연합작전 능력을 지속적으로 점검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전날의 탄도 미사일 및 장사정포 발사와 같은 실탄사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만 국방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오전 11시에 여러 대의 중국 전투기와 군함이 대만 해협 주변에서 훈련을 실시했으며 여러 차례 대만해협의 중간선을 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매우 도발적인 행위”라 비판했다.

다만 이날 중국의 군사훈련 수위는 전날보다 한층 낮아졌다. 중국군은 전날 오후 대만 주변 해역에 둥펑 계열 탄도미사일 11발을 발사했다. 일부 미사일은 대만 상공을 지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대만과 중국의 경계선으로 여겨지는 대만해협 중간선 주변 해역을 목표로 장거리포 정밀타격 훈련도 했다. 하지만 중국군은 훈련 이틀째인 5일에도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으며 위협을 가하긴 했지만 실탄 사격은 하지 않았다.

중국은 대만 주변 6개 해역에서 7일까지 군사훈련 시행을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전날 수준의 고강도 무력시위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군 동부전구 대변인은 전날 “모든 실탄 사격 훈련 임무는 이미 원만히 끝났다”면서 “관련 해·공역에 대한 통제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대만해협의 긴장을 더 이상 고조시킨다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응을 불러올 수도 있다. 미국은 이미 중국군의 군사적 행동을 사실상 현상 변경 시도로 규정하고 경고에 나선 상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중국은 ‘뉴노멀’을 구축하기 위해 현 상태를 변화시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거부할 것”이라 강조했다. 또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필리핀해에 체류 중인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에 현지에 머무르면서 상황을 주시하라고 지시했다. 중국도 이번 훈련에는 핵 추진 잠수함을 거느린 항모 전단을 파견한 상황이어서 자칫 양측 항모가 대치하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중국 입장에서도 이번 사태가 4차 대만해협 위기로 번지고 미국과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피해야 할 상황이다.

국제사회의 반발도 거세다. 주요 7개국(G7) 외교부 장관들과 유럽연합(EU) 고위 대표는 지난 3일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의 공격적인 군사훈련이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힘이 아닌 평화적 수단으로 양안 간 의견 차이를 해소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G7 대사들을 불러 내정간섭이라고 항의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게다가 중국으로선 이번 사태에서 대만 통일을 고려한 고강도 군사훈련까지 실시하며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대만 상공을 지나가는 탄도미사일 발사로 대만인들의 공포감을 자극했고, 국내에선 반미정서와 애국주의를 고양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짓는 데 유리한 여론도 형성했다.

이 때문에 중국이 고강도 군사훈련을 이어가는 대신 이번 사태의 출구를 모색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화력 시위의 수위를 조금씩 낮추면서 대신 경제 제재를 통해 대만에 대한 압박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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