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할아버지 팔순인데.." 환자 지키다 숨진 간호사 아들 오열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김태희 기자 2022. 8. 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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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환자와 간호사 등 5명이 사망한 경기 이천시 관고동 병원 화재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 요원들이 건물에 들어서기 전 얘기를 나누고 있다. /권도현 기자

“군대에서 휴가를 받고 올라오는 도중에 소식을 들었다. 끝내 어머니를 뵙지 못하게 됐다. 내일은 가족이 모두 모여 외할아버지 팔순 잔치를 하기로 한 날이었는데…”

5일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현모 간호사(50)의 아들 장모씨(21)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 도중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이날 빈소가 마련된 병원에서 만난 장씨는 군대 복무 중으로, 전날인 4일 휴가를 받아 이날 집으로 올라오는 도중 어머니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장씨는 이날 오후 2시 어머니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은 상태였다.

그는 “오후 2시에 오랜만에 어머니를 만나 안경을 맞추려고 했는데…결국 뵙지 못하게 됐다”며 “내일은 외할아버지 팔순 생신이라 가족 모두가 모여 팔순 잔치를 할 예정이었다”고도 했다.

현 간호사는 이날 화재가 발생한 건물 4층에 위치한 투석전문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로, 이날 다량의 연기가 병원에 차올랐지만 끝까지 대피하지 않고 환자를 돌보다가 끝내 숨졌다.

장씨는 “어머니가 마지막까지 남아 환자를 챙기다가 변을 당하셨다고 들었다”며 “평소에도 언제나 정직하시고 의로운 분이셨다. 그랬기에 병원에서 탈출하지 못한 환자들을 그대로 두고 나오지 못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17분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 병원 건물에서 불이 나 투석환자 4명, 간호사 1명 등 5명이 숨졌다. 또 44명이 연기흡입 등으로 다쳤다.

건물 3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의 연기가 4층 투석전문 병원으로 흘러 들어갔지만 투석 중인 환자들은 빠르게 대피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명 피해가 컸다.

장재구 이천소방서장은 “연기가 서서히 차올라 충분히 대피할 시간이 있었지만 투석 중인 환자들이 많아 바로 대피시키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며 “간호사는 투석 환자를 지키다가 변을 당한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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