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고인돌에 포클레인 들이댔다..'김해 지석묘' 훼손 파문

김명규 기자 2022. 8. 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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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시가 세계 최대 크기로 추정되는 구산동 지석묘(경남도기념물 제280호)를 복원해 공원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적지 일부를 훼손해 말썽이 되고 있다.

기단석이 훼손된 사실은 지난 7월 28일 구산동 지석묘 사적 지정을 위한 예비조사를 위해 현장을 찾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매장·사적분과 위원들이 현장을 시찰하면서 발견해 문화재청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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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려서 안될 기단석 들어내..문화재청 긴급조사
전문가 입회 없이 복원 공사 발주..고고학계 '개탄'
기단석 등이 훼손된 경남 김해시 구산동 지석묘 현장. ⓒ 뉴스1 김명규 기자

(김해=뉴스1) 김명규 기자 = 경남 김해시가 세계 최대 크기로 추정되는 구산동 지석묘(경남도기념물 제280호)를 복원해 공원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적지 일부를 훼손해 말썽이 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5일 전문가를 급파해 피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5일 김해시 등에 따르면 시는 2020년 말부터 문화재정비 업체(이하 시공사)를 통해 구산동 지석묘 정비·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5~6월에는 상석(고인돌) 아랫부분의 박석(얇고 넓적한 돌)을 비롯한 묘역의 기단석(기초로 쌓는 돌) 일체를 들어냈다.

기단석은 상석이 세워진 시기(약 2000년전으로 추정)와 같이 축조됐던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다. 기단석은 쌓는 방식과 형태 자체를 통해서 고인돌 축조 기술을 풀 수 있는 핵심 요소로 평가받는다. 고고학적 가치가 매우 크기 때문에 함부로 건드리거나 들어내서는 안된다.

구산동 지석묘는 2007년 구산동 택지개발지구 공사 당시 땅속에서 발견됐으며 길이 10m에 너비 4.5m, 무게 350t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큰 고인돌로 알려져 있다.

묘역 크기도 너비 19m, 잔존 길이가 86m에 달해 면적 단위로도 1652㎡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다.

세계 최대 크기의 고인돌로 추정되는 김해 구산동 지석묘. ⓒ 뉴스1DB

기단석이 훼손된 사실은 지난 7월 28일 구산동 지석묘 사적 지정을 위한 예비조사를 위해 현장을 찾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매장·사적분과 위원들이 현장을 시찰하면서 발견해 문화재청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단석을 들어내는 작업을 할 당시 현장에 고고학 전문가가 입회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시는 지난 2일 복원공사 중지명령을 내렸다. 시공사가 기단석을 세척하고 다시 묘역에 배치하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문화재청도 5일 문화재위원회 매장·사적분과 위원들을 급파해 현장조사를 통해 훼손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포클레인 등의 중장비로 묘역의 기단석을 걷어내면서 고인돌 아래의 유적들도 함께 훼손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고고학자들은 지석묘가 어떤 방식으로 축조됐는지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자료들이 훼손된 것이라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문화재위원들은 훼손된 유적·유물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응급 발굴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문가는 "가락국 탄생 신화와 관련한 중요한 유적으로 추정하고 시가 학계와 함께 국가사적 지정을 추진해왔는데 이런 사고가 생겨 안타깝다"며 "기단석 아래에 있는 유물들도 중장비를 동원한 공사과정에서 훼손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사업을 발주한 가야사복원과가 유적지 복원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론 고고학에 전문성이 없는 토목직 공무원이 담당했고, 고고학계와의 소통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사고가 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해시와 시공사 관계자들이 기단석 등이 훼손된 구산동 지석묘 일대를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김명규 기자

km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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