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팍팍해도 밥은 넉넉하게[금주의 B컷]

문재원 기자 2022. 8. 5. 16: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재유행과 끝 모르고 오르는 물가에 노인 등 취약계층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비가 그치고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 있는 원각사 무료급식소를 찾았다. 계단에 올라서자 밥 짓는 냄새가 훅 끼쳐왔다. 주방은 점심 준비로 분주했다. 고물가에 무료급식소도 어렵다. 급식소를 운영하는 자광명 보살은 “가뜩이나 여름에는 장마랑 폭염으로 채소값이 오르는데, 올해엔 올라도 너무 올랐다”면서 “이제 가격은 둘째 치고 물건 구하기도 힘들어졌다”며 한숨을 지었다. 이날 메뉴는 비빔밥과 냉뭇국. 오전 11시20분경 창밖에는 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하려는 노인들이 일찌감치 줄을 서 있었다. 노인들은 반가운 인사를 건네거나 고개를 푹 숙인 채 급식소로 들어서 서둘러 한 끼를 해결했다. “여기만 오면 눈물 나요 눈물 나. 아무도 우리 밥 신경 써주는 사람이 없어요. 어제 저녁부터 굶고 온 사람이 태반인데….” 식사를 마치고 나서던 김모씨(86)가 눈시울을 붉혔다.

배식을 마치고 남은 밥이 대접 하나에 담겼다. ‘온정’이 담긴 밥에서 여전히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사진·글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