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랭했던 미·중·러..블링컨은 눈길 안 주고, 왕이·라브로프 동반 퇴장(종합)

박준호 2022. 8. 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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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블링컨, 동아시아 정상회의서 중·러에 시선 안 돌려
중·러 외무장관은 서로 어깨 두드리고 손 흔들며 인사
日 외무장관 연설 시작하자, 중·러 외무장관은 퇴장

[프놈펜(캄보디아)=AP/뉴시스]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사진 오른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가운데)이 5일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소카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 외교장관 회담에서 가까이 앉아 있다. 블링컨 장관은 캄보디아, 필리핀, 남아프리카, 콩고, 르완다로 10일 동안 순방 중이다. 2022.08.05.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5일 동아시아 외무장관들이 참석한 회의에 러시아·중국 외교장관들과 함께 했지만 눈길도 주지 않았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미국, 러시아, 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열린 동남아시아 고위 외교관들과의 회담에서 러·중 외교장관들과 함께 참석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진행한 동아시아 정상회의는 세 사람이 같은 포럼에 참석하기로 예정된 첫 회의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 여자프로농구(WNBA)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가 마약 소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러시아로부터 9년형을 선고받은 지 하루 만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번 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격노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여 대만을 포위하는 대규모 군사 훈련을 전개하며 사실상 미국을 향한 무력시위를 시작했다.

이날 미·중·러 최고 외교수장 간의 만남은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국면과 맞물려 냉랭하기만 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이미 앉아있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빠른 손짓을 한 뒤 자리를 잡았다. 라브로프 장관도 왕 부장에게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세 사람 중 가장 마지막으로 회의장에 들어온 블링컨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과 의자 6개 정도 떨어진 자리에 앉으면서 시선을 돌리지도 않았고, 라브로프 장관과 같은 테이블의 더 먼 곳에 앉아 있는 왕 부장에게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AMM) 기간 중 라브로프 장관이나 왕 부장 두 사람 중 한 사람과 따로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프놈펜(캄보이다)=AP/뉴시스]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5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12차 동아시아정상회의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2.08.05.

중국은 대만을 사실상 포위하고 있는 군사훈련에 정당성이 없다는 주요 7개국(G7)의 성명에 항의하기 위해 일본과의 4일 외교장관 회담을 취소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베이징에서 "일본은 G-7, EU 회원국들과 함께 중국을 비난하고 옳고 그름을 혼동하는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고 비난했다.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 중인 한 외교관은 익명을 조건으로 AP통신에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이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연설을 시작하자, 라브로프 장관과 왕 부장이 모두 퇴장했다"고 전했다.

동아시아정상회의 의장국인 캄보디아의 쁘락 소콘 외무장관은 "모든 대표자들이 이 포럼을 상호간의 포용과 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2시간30분간의 회의를 시작했다.

소콘 장관은 비공개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 등을 염두에 둔 듯 "매년 우리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안고 있지만 올해와 달리 우리가 동시에 이렇게 많은 위험에 직면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전날 아세안 만찬장에서 라브로프 장관은 '숨지 않은' 모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러시아 대표단이 말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접촉 가능성을 시사한 백악관의 발언에 대한 러시아측 입장인 셈이다. 왕이 외교부장은 블링컨 장관이 만찬장에 나타나자 황급히 행사장을 떠났지만, 라브로프 장관은 만찬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라브로프 장관이 숨어 있지 않는 모든 사람들과 접촉했다고 한 만큼 블링컨 장관과도 대화를 나눴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라브로프 장관이)숨지 않은 모든 사람들과 접촉이 있었다"며 "세르게이의 단추는 물론 지퍼도 손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프놈펜(캄보디아=AP/뉴시스]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이 4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일본 각료회의에서 단체사진촬영 도중 포스터를 들고 있다. 2022.08.04.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블링컨 장관이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아세안 각료회의와 별도로 기회가 된다면 석방 교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라브로프 장관과 접촉할 것이라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블링컨 장관이 라브로프의 (단추구멍을) 붙잡고 말할 기회가 있다면, 그는 그렇게라도 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앞서 라브로프 장관은 4일 캄보디아에서 열린 아세안 회의에서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아무런 교류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세안 회의에서 블링컨 장관을 만났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라브로프 장관은 "우리는 오늘 길을 건너지 않았다. 우리는 프로그램에 따라 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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