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 할아버지의 금연이 행복이랍니다[건협 백일장]

박효순 기자 2022. 8. 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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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강관리협회(회장 김인원, 이하 건협)은 5일 “소년한국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후원한 ‘제27회 전국 초등학생 금연글짓기 공모전’에서 서울 대치초등학교 3학년 김도형 군(보건복지부장관상)과 서울 영중초등학교 6학년 임지후 군(교육부장관상)이 대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전에는 지난해보다 900여 편이 더 응모돼 총 9143편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예심과 본심을 거쳐 942명이 입상자로 선정됐다. 전병호 심사위원장(아동문학가)은 “모든 어린이가 작품을 통해 ‘금연이 행복’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었다” 말했다.

금상은 서울 광운초등 2학년 김현도 군과 남양주 화도초등 5학년 유다현 양, 은상은 인천 해원초등 3학년 박주원 양 등 5명이 차지했다. 동상에는 울산 용연초등 4학년 김도환 등 10명, 가작에는 서울 대광초등 4학년 전하윤 등 25명이 선정됐다. 장려상 50명·입선 848명이 각각 뽑혔다. 시상식은 오는 24일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본부 추담홀에서 열린다.

■대상=아빠와의 금연 할리갈리, 서울 대치초등학교 3학년 김도형

“자기야 얼른 와서 밥 먹어!”

엄마가 큰 소리로 외쳤지만 아빠는 나오지 않으셨다. 아빠는 듣고도 나오시지 못하고 계실 것이다. 담배가 정말 몽땅 연필처럼 남을 때까지 천천히 여유를 즐기며 느긋하게 피우고 나오시기 때문이다. 아빠가 식탁 의자에 앉자마자 퀴퀴한 냄새가 맛있는 음식 냄새를 휘감았다.

갑자기 입맛이 뚝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엄마는 바쁜 회사일로 인해 아빠가 많이 힘드니까 담배만큼은 이해해주자고 하셨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바쁘고 힘드실 때 몸에 좋지 않은 담배를 피우게 되면 더 좋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우리 앞에서 티를 내진 않으시지만, 요즘 회사에 일이 너무 많아 집에 못 들어오시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래서 담배로 잔소리를 하고 싶진 않지만 이렇게 되면 아빠가 영영 금연에 성공하시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주말 중 하루는 게임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항상 같이 게임을 해주시는데, 오늘은 내가 아빠를 위해 특별한 게임을 준비했다. 바로 ‘할리갈리’라는 게임이다.

간단한 규칙의 게임이라 모두가 쉽게 할 수 있는데, 오늘은 그냥 할리갈리가 아니라 ‘금연 할리갈리’를 준비했다. 기존 게임 카드에 타르, 일산화탄소, 니코틴 등 담배의 안 좋은 성분들이 쓰여 있는 금연 카드를 붙여서 만든 것이다.

“이거 다 도형이가 만든 거니?”

처음에는 사려고 했는데, 지금은 팔지 않아서 인터넷을 보고 누나와 함께 만들었다. 누나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서 만드는 것만 도와주었지만 이것을 만들 때는 누나도 나도, 아빠의 금연이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만들었다. 독성이 가득한 타르의 캐릭터는 해골로 그렸고, 중독성이 강한 니코틴의 캐릭터는 악마로 그렸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이 담긴 카드에는 누나와 내 얼굴을 서로 그려 넣었다.

아빠는 신기하다는 듯 카드를 한 장 한 장 살펴보셨다. 금연을 하는 방법이 적힌 카드도 한참 동안 읽으셨고, 나의 삐뚤빼뚤한 글씨를 보며 웃으시기도 하셨다. 그리고 우리 얼굴이 그려진 카드를 보고 한참 동안 가만히 계셨다. 그 카드에는 ‘아빠 사랑해요’ 라고 적힌 울고 있는 우리의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아빠는 ‘금연 할리갈리’에 열심히 참여해 주셨다. 게임은 아빠가 더 잘해서 매일 지는데도 아빠랑 하는 게임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었다. 아빠는 이번에도 이겼지만 벌칙으로 딱밤을 때리거나 간지러움을 태우시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열심히 만든 이 금연 카드를 달라고 하셨다.

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빠에게 금연 카드를 드렸고, 그 카드를 다시 발견한 곳은 아빠의 지갑이었다. 아빠는 지갑에 항상 금연 카드를 넣고 다니며 담배를 피우고 싶으실 때마다 이 카드를 보며 금연을 다짐한다고 하셨다. 그 어떤 담배보다 가장 큰 중독은 우리라고 하셨다.

■대상=할아버지의 잃어버린 이를 찾아서, 서울 영중초등학교 6학년 임지후

맙소사! 할아버지의 앞니가 사라졌다! 코로나 19로 오랜만에 찾아뵌 할머니께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너무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할아버지의 이가 사라졌다니….

이게 무슨 소리지? 안 그래도 할아버지 댁에 놀러 가면 항상 멀리서부터 나와 우리를 반겨주시던 할아버지가 이번에는 웬일로 방문을 닫고 인사만 하셔서 혹시 어디가 아프신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사라진 앞니 때문이라니. 할머니께서 서운해하지 말라며 말씀해주셨다.

“할아버지께서 담배를 30여 년 동안 피우셨거든. 그런데 이가 아파서 치과에 갔더니 잇몸이 너무 망가져서 이를 빼야 한다고 하더라고. 임플란트도 못 할 만큼 잇몸이 상해서 틀니를 맞추고 오셨지. 틀니를 빼고 쉬고 계시다가 부끄러워서 못 나오신 걸 거야.”

할머니 얘기를 다 들은 나는 속상해하실 할아버지가 걱정되었다. 담배를 오래 피우신 건 알았지만 그 좋아하는 담배 때문에 이가 사라져버리다니. 새삼 담배의 무서움에 몸이 떨렸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지후야~ 틀니를 맞추시고도 할아버지 담배 못 끊으셨댄다. 네가 할아버지께 말씀 좀 드려봐. 담배 끊으면 임플란트할 수 있다고. 제발 이참에 담배 좀 끊으라고 말이야.”

지나가며 하신 할머니의 한마디였다. 아빠의 금연을 도운 경험으로 할아버지의 금연까지 도와드리면 좋을 것 같아 나는 가족들 몰래 할아버지 방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살며시 할아버지의 방문이 열리고 뻥 뚫린 앞니로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시는 할아버지와 TV 옆 통에 담겨있는 틀니를 보며 다시 한번 할아버지의 금연을 꼭 도와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할아버지, 제가 아빠 금연 성공하는 거 도와드린 이야기 아시죠? 할아버지께서도 금연하면 잇몸이 좋아져 임플란트할 수 있대요. 할아버지께서 안 아프셨으면 좋겠어요. 저랑 같이 할아버지의 잃어버린 이를 찾아서 모험을 떠나봐요.”

할아버지께서 속상하실까 봐 농담을 섞어 나의 진심을 말씀드렸다.

“허허, 우리 지후가 할아버지 걱정해줄 만큼 이렇게 컸네. 고마워. 할아버지도 이번에 틀니하면서 이제 금연해야지 하는데 잘 안되네. 지후 말대로 금연해서 이도 찾고, 건강도 찾게 할아버지 이를 찾는 모험 좀 도와 줄래?”

할아버지와 나의 마음이 통한 것 같았다. 일단 담배가 생각날 때마다 보시라고 할아버지의 핸드폰 배경화면을 뻥 뚫린 앞니로 바꿔놓고, 저녁마다 영상통화로 응원을 보내드렸다.

하루 하루 영상통화를 할 때마다 “지후가 매일 응원해주니 혼자 금연하려고 노력할 때보다 훨씬 힘들지 않고, 금연이 아니라 정말 이를 찾아서 모험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재미있네.”라고 하셔서 나도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결국 할아버지의 노력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고, 할아버지의 이를 찾는 모험의 끝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몇 달간의 노력으로 할아버지는 다음 달이면 임플란트 수술을 위한 검사를 하게 되셨다고 한다. 물론 할아버지의 이를 가져간 담배와의 이별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고 말이다. 할아버지의 금연이 고통스럽고 힘들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주셔서 더욱 감사했다. 나의 작은 응원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도 해주셔서 너무나 행복하고 자랑스러웠다. 다시는 이를 찾는 모험을 하지 않기를 바라며 할아버지의 꽉 찬 이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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