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주의자냐, 식물청장이냐'..서면질의서로 미리 본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유진 기자 2022. 8. 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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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지난달 2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퇴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54·경찰대 7기)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8일 실시된다. 지난 2일 출범한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신설 등을 놓고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국 신설은 물론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회의)’ 논란, 경찰대 개혁 등 현안에 있어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비슷한 입장인 윤 후보자가 ‘식물청장’이 될 것이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김성희 단장대리(경북경찰청 자치경찰부장·경무관)를 중심으로 경찰국 관련 입장과 향후 대응 기조 등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윤 후보자 측이 전날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를 살펴보면, 인사청문회 최대 쟁점인 경찰국 신설에 대해선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큰 입장 차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국, 법령 따른 것” 행안부 입장과 대동소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지난달 28일 전국 각지 경찰들이 보낸 경찰국 신설 반대 근조 화환이 세워져 있다. 한수빈 기자

경찰국 신설에 대해 윤 후보자는 “경찰국은 현행법상 장관에게 보장된 권한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측면에서 마련된 것”이라며 “경찰의 중립성과 책임성이 훼손되는 것이 없도록 면밀히 살펴나가겠다”고 했다. 경찰국 설치가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지적에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행안부는 법령상 명시된 장관의 권한을 행사하기 위한 하부조직은 별도의 법률개정 없이도 설치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제처장도 적법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사실상 법 개정이 필요 없다는 행안부의 주장에 힘을 보탠 것으로 야당 의원들의 집중 공세가 예상된다.

총경회의에 강경 대응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경찰청은 회의 참석자들이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대대적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윤 후보자는 “총경회의 전에는 모임 인원이 많지 않고 총경급의 단순한 의견수렴 과정으로 봤다”며 “다만 당일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모이고 대외적으로 입장문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었으며,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총경들의 실명 화분 전시 및 일반 경찰관들의 장외 응원도 있었다. 이 경우 자칫 집단행동으로 비쳐 고발당하는 경우 총경들이 무더기로 수사대상이 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총경회의를 두고 이상민 장관이 ‘쿠데타’에 비유한 것에 대해선 “국민적 우려를 고려하여 총경급 경찰들의 역할과 처신에 대한 사회적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특히 행안부 장관은 해당 발언에 대해 관련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경찰대 개혁’ 이슈에는 “대표적인 특혜로 지적됐던 군 전환 복무를 폐지했고, 일반대학생과 재직경찰관을 대상으로 편입학 도입을 추진해 경위 임용의 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국무총리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가 출범하면 보다 폭넓게 여론을 수렴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경찰대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민감한 현안 질문도···류삼영 총경 증인 채택은 불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연합뉴스

경찰국 외에 사회적 관심이 큰 현안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파업현장 경찰특공대 파견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윤 후보자는 “경찰특공대 운영규칙 제6조 6호에 따르면 일반 경찰력으로 대응하기가 현저히 곤란한 시설 불법점거 등 경우에는 대상자의 안전을 고려해 투입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 경우 경찰청장이나 시·도경찰청장이 특공대 투입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최근 있었던 대우조선해양 파업과 관련해서는 “경찰특공대 투입은 검토한 바 없다”며 “행안부로부터 경찰특공대 투입을 지시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수사를 독려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취지의 답을 내놨다. 윤 후보자는 “지난 6월13일 서울경찰청장이 취임 후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당 대표 사건’ 등을 포함해 여러 사건을 언급한 것으로 안다”며 “서울경찰청의 인지 수사 능력을 전체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과, 수사 간부들이 자신감과 당당함을 가지고 수사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를 당부하기 위한 취지였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8일 열리는 윤 후보자 인사청문회 증인으로는 경찰국 신설에 단식 등 반대 활동을 한 민관기 전국 경찰직장협의회장이 채택됐다. 참고인으로는 김호철 국가경찰위원장,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경찰국 설치의 위법성 문제를 지적해 왔고, 정 교수는 경찰국 신설을 권고한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회의)’를 주도했다 대기발령 조처된 류삼영 총경에 대한 증인 채택은 이뤄지지 않았다. 류 총경은 인사청문회에 출석하지 않는 대신 오는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첫 업무보고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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