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총기난사는 조작" 음모론자에 410만달러 배상 평결
극우음모론에 대한 징벌적 배상의 첫 선례
미국에서 일어난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을 조작이라고 주장하던 극우 음모론자 알렉스 존스가 결국 410만달러(약 53억원) 이상의 배상금을 지불하게 됐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트라비스 카운티 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존스가 유족들에게 보상적 배상금으로 410만달러를 지불하라는 평결을 4일 내렸다. 배심원들은 보상적 배상금과는 별도로 징벌적 배상금도 5일 결정할 예정이다. 징벌적 배상금은 통상적으로 보상적 배상금보다도 많아서, 존스가 내야 할 총 배상금은 410만달러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존슨에 대한 이번 평결은 앞으로 극우음모론에 대한 징벌적 배상 평결의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존스는 지난 2012년 코네티컷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난사가 조작이라고 주장해왔다. 총기 난사로 20명의 아동과 6명의 교사가 사망한 샌디훅 사건은 총기규제를 하려는 음모이고, 사건은 배우들에 의해 연출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때 사망한 닐 제시(당시 6세)의 부모인 닐 헤슬린과 스칼렛 루이스는 존스를 상대로 최소한 1억5천만달러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존스는 자신이 경영하는 극우 대안매체인 <인포워스> 등을 통해 샌디훅 사건의 조작 주장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지난 대선 등이 조작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그의 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 세력 중 핵심인 대안우익 세력이 가장 선호하는 매체였다.
존스는 샌디훅 사건과 관련해 피해 아동 부모들로부터 모두 3건의 피소를 당했고, 다른 2건의 소송에서도 패소한 상태이다. 배상액 평결이 나온 것은 이번 소송이 처음이다. 다른 두 건의 소송에서 배상금 평결은 존스가 배상금 지불을 피하려고 파산을 신청해서 연기된 상태이다. 하지만, 이번 소송의 재판에서 배상액이 결정됨에 따라 다른 두 건의 소송에서도 이에 준하는 평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두 건의 소송에서도 배상금 평결이 나오면, 존스는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특히, 이번 소송의 재판에서는 존스의 재정 상태에 대한 자료가 폭로돼, 배상금 지불을 피하려는 파산 신청 결정에도 불리하게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에서 원고 쪽은 존스가 자신의 사이트를 통해서 다이어트 보충제, 총기용품, 서바이벌 게임 용품 등을 팔거나 광고 등을 통해서 최근 몇년 동안 하루에 최대 80만달러까지 벌었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파산을 신청한 존스가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한 능력이 있음을 증명하는 자료이다.
또 존스는 배상금 외에도 지난 1월6일 미국 의회 점거 난동 사건과 관련해 형사기소될 위기에 처했다. 전날 재판에서는 그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갈무리한 파일이 공개됐다. 존스의 변호인이 실수로 원고 쪽 변호인에게 보낸 이 메시지는 샌디훅 사건에 대한 존스의 입장 뿐만 아니라 의회 점거 난동 사태에 대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번 명예훼손 사건과 관련된 존스의 주장이 담긴 휴대전화 메시지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는데, 그동안 존스는 그런 것은 없다며 제출하지 않아왔다. 전화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존스는 위증뿐만 아니라 의회 난동 사건에도 연루되는 혐의를 받게 됐다. 원고 쪽 변호인인 마크 뱅크스턴은 재판부에게 존스의 전화 메시지를 의회 난동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쪽에 넘기겠다고 허가를 요청했다.
이날 재판에서 사망한 아동의 어머니인 루이스는 “제시는 진짜 소년이었고, 나도 진짜 엄마이다”라며 “알렉스, 당신때문에 우리 나라가 더욱더 분열됐다”고 질타했다. 원고 쪽 변호인 뱅크스턴은 존스가 자신의 의견이 표현의 자유라는 주장에 대해 “말하는 것은 자유이나, 거짓말에 대해서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공박했다.
존스는 이번 재판에서는 샌디훅 사건은 실제로 일어난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그 사건을 조작이라고 주장한 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논리로 방어했다. 그는 총격 사건이 가짜이고 어떤 아동도 죽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은 무책임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특히 내가 부모들을 만난 이후로는 그 사건이 100% 진짜였다고 본다”며 “언론들이 나에게 그 주장을 철회할 기회를 안줬다”고 언론 쪽에 책임을 돌렸다.
존스는 그동안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음모론을 전파하며, 미국 우익 세력들의 대표적인 선전선동가로 자리매김하며, 상업적 이득을 취해왔다. 그는 ‘음용수에 있는 화학물질이 개구리의 동성애를 야기한다’, ’힐러러 클린턴, 레이디 가가 등이 워싱턴 피자가게 지하실에서 흡혈의식을 치뤘다’, ’뉴욕 지역의 무슬림들이 9.11테러 기념을 했다’, ’2020년 대선은 조작이다’, ’버락 오바마는 미국 태생이 아니다’ 등의 주장을 전파해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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