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명 사상 이천 상가 화재.."스크린골프장서 첫 발화" 추정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강정의 기자 2022. 8. 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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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소방서장 "사망 간호사 마지막까지 환자 챙겼다"
4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이천 상가.|연합뉴스 제공

경기 이천시의 한 상가건물에서 불이 나 5명 숨지고 42명이 부상을 당했다. 화재는 3층 스크린골프장에서 발화됐지만 짙은 연기가 4층 신장투석전문의원을 뒤덮으면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와 의료진들이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5일 오전 10시 17분쯤 경기 이천시 관고동의 학산빌딩 3층 스크린골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오전 10시 31분쯤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소방당국은 펌프차 등 장비 40대와 110명을 동원해 1시간 12분 만인 오전 11시 29분쯤 완전히 불을 껐다. 3층에서 발생한 불길은 다른 층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짙은 연기가 위층에 있는 신장투석전문병원인 A의원으로 유입됐다.

A의원에서는 60대 남성과 70대 여성, 80대 남성 2명 등 고령의 투석환자 4명과 50대 여성 간호사 1명 등 5명이 연기를 흡입해 숨졌다. 또 상가 건물 안에 있던 42명도 연기 흡입 등으로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 중 3명은 중상이다. 당시 A의원에는 환자 33명과 의료진 13명 등 46명이 있었다.

불이 났을 당시 건물 내 비상벨이 울렸고, 최초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이 옥내 소화전을 사용하는 등 소방시설은 정상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병원 내에 있던 환자들은 노약자들이 많았고 신장투석 중인 경우까지 있어 대피가 어려웠던 것으로 소방당국은 봤다. 장재구 이천소방서장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대피했을 텐데,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많아 인명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병원 내에 근무 중이던 간호사 등 의료진들은 환자들을 대피시켰지만 이 과정에서 간호사 현모씨(50)가 숨졌다. 현씨는 부친의 팔순 잔치를 하루 앞두고 숨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강 소방서장은 “숨진 간호사분은 마지막까지 환자들을 보호하려다 변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화재전문팀, 소방 관계자 등 11명으로 이뤄진 합동감식팀은 이날 오후 3시부터 현장감식 작업을 벌였다. 합동감식팀은 불은 스크린골프장 1번 방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여운철 경기남부청 과학수사대장은 “발화 원인은 추가 감식 및 국과수의 조사 후에 판단할 예정”이라며 “전기적 요소 또는 용접 등의 발화로 추정되지만, 작업자의 과실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확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 과학수사대장은 이어 “스크린골프장 1번방 내부는 완전 전소됐지만, 나머지 방은 전소가 덜했다”고 덧붙였다.

일반 철골조에 연면적 2585㎡ 규모인 학산빌딩 음식점, 사무실, 한의원, 스크린골프장, 병원 등이 입주해 있다. 불이 난 스크린골프장과 인명피해가 컸던 A의원에는 화재를 자동으로 탐지하는 장비만 설치됐을 뿐, 스프링클러는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스크린골프장은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필요가 없으며, A의원도 입원 전용 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은 것이 위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천 상가 건물 화재와 관련, 노규호 수사부장 등 경찰관 70명으로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화재 원인은 물론 안전관리 전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천시도 김경희 시장을 본부장으로 학산빌딩 화재 참사와 관련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 운영에 들어갔다. 화재 현장을 찾은 김동연 경기지사는 “신속히 화재를 진압하고 구조작업을 벌였으나, 인명피해가 발생해 유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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