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5세 입학' 철회 요구 확산.."강남 학부형 위한 시장주의 발상"

이승륜 기자 2022. 8. 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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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학부모 등의 반발 여론이 거세다. 시민사회가 정부의 개선안에 반대하는 것은 해당 정책이 아동의 발달 체계를 무시한 시장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정책 당사자인 학부모·교사는 물론 유·초등 교육 소관 기관인 시·도교육청과 사전논의 없이 관련 업무보고가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무개념 정책” 철회 요구하는 시민사회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5일 학부모 어린이집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만5세 입학’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우선 참석자들은 제대로 준비 정부 정책이 섣불리 알려져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했다. 2018년 출생 아동을 가진 시민 A 씨는 “정책이 사회적 목소리가 쌓여 나왔다는 느낌이 안 든다. 대신 학부모에게 과제가 주어진 느낌이 들었다”며 “저희 아이는 장애가 있다. 이런 경우 취학 준비 과정이 짧아지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세 딸을 키우는 학부모 B 씨는 “엄마들이 아니라고 하는 게 상식이지, 어떻게 대통령과 장관의 생각이 상식이냐”고 비판했다. 두 딸 아빠 C 씨는 “멀쩡히 있다가 삶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는데 (정부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최후의 선을 건드렸다”고 지적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도 전국유치원학부모협의회,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경기도공립유치원교사연합회 등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의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이경미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회장은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절차 하나 없이 전형적인 탁상공론으로 진행된 만 5세 조기취학 정책 철회를 공식적으로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책 철회와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다. 범국민연대가 시행한 ‘만 5세 입학’ 반대 서명에는 이날 오전  21만여 명이 참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떤 의견수렴과 어떤 공론화가 더 필요한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앞서 정부는 2025년도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5세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다가 반발이 거세자 공론화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한 발 물러섰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없는세상,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 16개 단체 대표들과 만나 취학연령 하향 학제개편안 관련 간담회를 열고 단체 대표 의견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아동 발달 무시한 강남 학부모 발상”

지난 4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이 만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와 만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철회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미래교육연구팀장은 ‘아이들을 조기에 공교육 체제에 들여 출발선상에서의 교육격차를 없애겠다’는 정부 논리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박 팀장은 “만5세의 93.3%가 유아교육기관에 다니고 있고 이미 유치원은 교육기본법, 유아교육법상 ‘학교’이라는 점으로 볼 때 3~5세는 공교육 체계로 진입해있는 셈”이라며 “유아교육법상 만3~5세 교육을 완전 무상으로 실시하고 4~5세를 의무교육으로 한다면 국가책임 유아교육을 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팀장은 취학연령 하향 논란에 대한 해법으로 정부의 학제개편안 철회와 더불어 만5세 유아학교 체제의 의무교육실현, 유보통합을 제안했다.
권정윤 한국4년제유아교사양성대학교수협의회장은 “만5세는 아직 유아기를 충분히 즐기고 뛰어놀아야 한다. 아이들을 조기 취학시킨다면 학교 부적응 아이들을 더 많이 양산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효선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이런 중대한 교육정책을 유·초등 교육을 소관하고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시·도교육감과 전혀 협의없이 내놨다는 것은 시도교육청 입장에서는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라며 “서울시교육청은 국민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본질적인 고민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누리꾼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학령 인구가 빨라지면 청년의 사회 진출 속도가 빨라져 좋은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상당수는 적응 부재로 인한 학력 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한 학부형은 “자녀의 교육을 전담할 수 없는 맞벌이 부부들은 겨우 공교육의 빈공간을 일부 사교육으로 매우고 있다”며 “그런데 부적응이 생긴 아이들을 더 사교육에 맡기라는 말이냐. 전업주부가 가능하면서 사교육 지원 여력이 빵빵한 일부 강남 학부형들만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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