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달궤도선] 전문가들 "다누리 발사로 우주탐사 서막 열렸다"

고재원 기자 ,이영애 기자 2022. 8. 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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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AR 해제 또는 완화, 국가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국 최초 달 궤도선 '다누리(KPLO)' 가 5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미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됐다. 카리 TV 캡챠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KPLO)’가 5일 오전 8시 8분(현지시간 4일 오후 7시 8분)경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다누리는 135일간 565만6000km에 걸친 여행 끝에 올 12월 달 궤도에 도착한다.

그 뒤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2월부터 12월까지 달의 100km 상공을 돌며 달 착륙 후보지 탐색, 자기장과 감마선 측정 연구, 우주인터넷 기술 검증 등 과학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지난 6월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와 맞물려 한국 우주탐사의 서막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종암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다누리 발사는 한국의 우주 탐사가 이제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마치 나로호 발사 때 한국 우주발사체의 첫 시작을 알렸듯이 다누리 역시 그런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이어 “다누리 발사는 한국이 다른 행성으로 탐사활동을 하는 첫 이정표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박재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항법팀 선임연구원(다누리 임무 운영팀장) 역시 "우주탐사가 처음인 한국이 새로운 가능성에 첫 발을 내딛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심우주 탐사, 항행 등 모든 것이 처음이다”고 강조했다. 

다누리는 한국 역사상 최초의 달 궤도선이다. 2007년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세부 로드맵에 명시된 후 15년만에 개발됐다. 실제 개발은 2016년 착수돼 약 7년간 2367억원이 투입됐다. 이번 다누리 발사로 일찍이 달 탐사를 시작한 미국이나 러시아, 유럽, 일본, 인도 등 우주 선진국과 함께 국제 우주 개발 플레이어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민섭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선임연구원은 “우주에 갈 수 있는지 없는지는 핵무기 소유 만큼이나 국제사회에서의 지위를 결정짓는 일”이라며 “우주 탐사를 국가들이 전략 기술로 삼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번 다누리 발사가 항법, 통신기술, 궤적 설계 기술 등 국내 우주 기술 발전의 장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가령 국내 기술로 500km 저궤도나 3만8000km 정지궤도까지 위성을 올린 적은 있지만 156만km라는 대장정을 떠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정 선임연구원은 "과학적으로 달은 지구와 함께 태어났다"며 "풍화작용이 없는 달은 지구보다 과거를 더 쉽게 연구하기 좋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천문연 연구팀은 광시야편광카메라로 달의 표면을 관측해 지도를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지구의 과거를 분석하는 연구를 계획 중이다. 이 또한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연구다. 정 선임연구원은 다누리 탑재체 6개 중 하나인 광시야편광카메라 개발을 주도했다.

한국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를 실은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이 날아오르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 "ITAR 해제 또는 완화, 국가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다누리의 도전은 이제 시작됐다. 임무 목표 궤도 진입까지 4개월이 넘게 남았다. 다누리 개발에 참여한 연구자들도 섣불리 성공여부를 판단하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박 선임연구원은 "팰컨9이 성공적으로 발사했으니 25%의 성공이라고 본다"며 "다누리가 무사히 달에 접근하면 절반, 1년간 과학 임무를 수행해야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ITAR은 미국이 우주 공간에서 균형을 잡는 자이로 등 자국 부품이 들어간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을 다른 나라 발사체로 발사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한국이 미국산 위성 부품이 들어간 위성을 쏘려면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는 우주발사체 누리호를 개발하고도 국가 안보나 우주 탐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실용급 위성을 쏘기 힘들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에 고성능 위성 부품에 대한 수출통제체제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국가우주위원회의 시라크 파리크 사무총장은 미국 내 관계 기관들이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향후 관련 논의를 이어가자고 답한 바 있다. 

김종암 교수는 “한미 공조와 같은 명분으로 ITAR 해제 또는 완화를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ITAR에 묶여 있다 보면 국내 우주개발 발전이 기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과기정통부 한 부처가 아닌 국가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이영애 기자 jawon1212@donga.com,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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