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두현 지휘자 "게임음악도 영화음악처럼 인정받을 것"

최은상 기자 2022. 8. 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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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 오케스트라 이끈 주역..무명 작곡가를 존중하는 배려 아쉬워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 지휘자 안두현

"게임음악은 영화음악처럼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름 없는 게임작곡가들이 박수를 받아야 한다. 그들이 있었기에 이 공연이 존재한다."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은 안두현 지휘자는 게임음악의 미래를 밝게 평가하면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 메이플스토리 BGM 작곡가들에게 존경을 보냈다. 동시에 훌륭한 작곡가들이 잘 알려지지 않는 환경에 아쉬움을 표했다. 

안두현 지휘자는 '창작'에 대한 인식을 게임회사들이 더 넓혀준다면 작곡가들이 더 열의를 갖고 창작열을 불태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임 속에서는 작곡가가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공연할 때 작곡가의 이름이 프로그램 북에라도 명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두현 지휘자는 모스크바 챔버 오케스트라, 양평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하트하트 오케스트라 등 유명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은 경력이 있다. 현재 27만 팔로워를 보유한 페이스북 페이지 '클래식에미치다'의 총책임 운영자로서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 오케스트라는 지난 7월 부산 및 서울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마쳤다. 두 달간의 휴식기를 가진 뒤 10월부터 익산-인천-여수-대구 순으로 다시 전국 투어가 진행될 예정이다. 

 

Q. 이전 콘서트에서 "한국에서 제일 핫한 지휘자"로 본인을 소개한 적이 있다. '안두현'이라는 사람이 갖는 지휘자로서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음악에는 다양한 장르가 있다. 장르마다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데, 타 장르의 음악을 클래식처럼 다루면 자연스럽지 않다. 결국 여러 장르 음악에 대한 탐구와 애정이 있어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들을 듣고 좋아했다. 어떤 장르의 음악을 주더라도 서로 다른 접근 방식으로 음악을 대할 수 있는 게 강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Q. 실제로 메이플스토리를 하는지 궁금하다.

게임을 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 콘솔게임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조차 할 시간이 없었다. 언제 한번 날 잡고 피씨방에 갈까 한다. 다만 게임플레이 영상과 배경스토리들은 다 찾아보고 연주를 준비했다. 

 

Q. 이전 이력을 살펴봤을 때 모스크바 챔버 오케스트라, 하트하트 오케스트라 등 전통적인 클래식 지휘자의 느낌이 강했다. 메이플스토리 오케스트라가 색다르게 느껴졌을 텐데 소감이 궁금하다. 

사실 지휘자들 중에서도 다른 장르 음악에도 강하다는 평가가 있어서 이미 영화음악, 탱고,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을 다뤄왔다. 영화음악같이 어떠한 스토리나 배경을 묘사하는 음악에 관심이 많아서 새롭다기보다는 더 행복하게 즐겼다. 게임음악이 영화음악 시장만큼이나 커질 것이고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Q. 메이플스토리 오케스트라와 같은 게임 관련 공연은 기존 오케스트라와 어떤 점이 다른가?

게임음악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장르를 추구한다.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이 게임 스토리나 맵, 배경에 따라 모두 표출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세계다. 다만 오케스트라로 연주되지 않았던 미디(MIDI) 음악이 많다. 실제로 연주되지 않았던 음악을 공연장에서 실현시키는 과정에서의 집중도가 필요하다. 게임에서 듣던 음악과 실제 소리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 간극을 게임 유저들이 최소한으로 느끼고, 라이브가 갖는 장점을 전달하는 과정이 어렵다. 장르가 다른 음악이 연달아 펼쳐지는 상황에서 각 곡마다의 색깔을 표현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Q. 악장과 악장 사이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관람 매너라고 들었지만, 메이플스토리 오케스트라에서는 박수가 참 많이 나왔다. 딱딱한 규정이나 관습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줬는데, 지휘자로서 이런 분위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클래식 공연은 소리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다듬어진 클래식만의 예절이 생겼다. 딱딱한 관습이 아니라 클래식을 듣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악장과 악장 사이의 박수를 안 치는 것도 전체적으로 하나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음악은 스토리의 연결성을 지니더라도 애초에 작곡가가 음악끼리의 연결성을 생각했다기보다 게임장면에서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말 그대로 하나의 게임이라는 테두리는 같더라도 개별곡이다. 심지어 작곡가도 서로 다르다. 독립적인 곡을 다룰 때는 이름 모르는 각 작곡가들이 박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있었기에 이 공연이 존재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게임 속에서는 작곡가들이 드러나지 않지만 공연으로 실현될 때는 각 작곡가의 이름들이 각 곡마다 프로그램 북에라도 명시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창작에 대한 인식을 게임회사들이 좀 더 새롭게 해준다면 이름 없는 작곡가들도 좀 더 열의를 갖고 창작열을 불태울 것이다. 

 

Q. 복장에 관한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기존 공연 문화는 정장을 차려입는 등 격식있는 문화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번 메이플스토리 오케스트라의 경우 자유분방한 복장이었다. 지휘자로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좋았다. 나조차도 옷이 몇 벌 없던 유학시절에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클래식 공연을 봤다. 격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도 있지만 예술이란 인간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과정이다. 우리가 어떻게 입든 그것도 우리의 인생이고 세계다. 드레스코드로 인해 대중들이 클래식 공연장에 접근하는 걸 부담느끼지 않아야 한다. 다만,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Q. 대부분의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보면 입을 굳게 다문 장엄한 모습이 대부분인데, 안두현 지휘자가 곡을 지휘할 때 입으로 '빰빰빰' 혹은 '둥둥둥' 같은 의성어를 중얼거리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본인만의 습관이나 포인트인가? 

음악에 심취하면 자연스럽게 스타일이 나오는 음악가들이 많다. 미국의 전설적인 지휘자인 레너드 번스타인도 그랬고, 피아니스트 글렌굴드 녹음에는 흥얼거리는 소리가 함께 녹음된 경우도 있다. 클래식은 생각보다 그렇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 각자의 스타일이 존재할 뿐이다. 만약 그걸 규정하고 그렇다고 말하는 클래식 음악가가 있다면 그 사람이 편협한 것이다.  

 

Q. 유일한 한국어명 곡 '청운'에서 바이올린 솔로 파트의 경쾌한 음색은 마치 전통 악기의 소리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신선이 나타난 듯한 느낌을 준 청운이란 곡은 어떤 점에 신경 쓰며 지휘했는지 궁금하다.

바이올린 솔로가 중요하기 때문에 느낌은 오케스트라 악장이었던 정진희 선생님이 가시려는 방향을 존중했다. 뒤에서 바이올린 솔로에서 바이올린 전체로 확대되는 부분으로 돌입할 때 분위기가 업되는 과정을 관객들이 좀 더 극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그리고 한마디에 6개의 음이 이어지며 음악적 굴곡을 타는 것에도 신경을 썼다.

신선이 사는 듯한 느낌이 드는 '청운골'의 BGM이 바로 청운이다. 

 

Q. '꿈의 도시 레헬른'은 군단장 루시드가 만들어낸 꿈의 세계를 표현한 만큼 몽환적인 분위기가 굉장히 중요했던 곡이다. 특히 바이올린의 선율이 매력적이었는데 특별히 신경쓴 게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몽환적이기보다는 환상의 세계 같은 느낌이 있었다. 다양한 놀이기구가 움직이고 불꽃이 튀기는 놀이동산 같은 느낌이 컸다고 생각했다. 환상적으로 그리기 위해 모든 단원들이 흥을 타면서 연주하도록 감정 몰입에 신경을 썼다. 

 

Q. 군단장 윌의 3페이즈 곡 '바스러지는 빛'은 초기 제네시스 해방 유저에게는 공포 그 자체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거미줄이 죄어오며 고조되는 공포감을 트럼본으로 잘 표현해 낸 느낌인데, 청취자가 느끼는 공포감과 긴장감을 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준 포인트가 있는지 궁금하다.

강렬한 악센트와 악상, 다이내믹이 중요한 곡이었다. 이런 부분들은 말로 디렉션을 주기보다는 지휘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원곡인 미디 음악에서의 금관보다 더 강렬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그것이 라이브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타악기가 보여주는 힘이 느껴지는데도 신경을 썼고, 특히 일사분란한 현악기의 리듬이 더 드러나는데도 중점을 두었다.

Q. '검은마법사'는 메이플스토리의 최종보스였던 만큼 유저들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 의미가 남다른 만큼 '어둠의 왕좌' 연주를 통해 검은마법사라는 존재가 주는 압도적인 힘을 느끼게 하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썼을 것으로 보인다. 도입부의 웅장한 호른의 합주가 돋보였는데, 특별히 고심한 부분이 있는지?

음향도 중요하지만 현악기의 리드미컬한 흐름이 관건이었다. 시작에서 살려줘야 나중에 금관이 터질 때 어색함 없이 자연스레 확장된다. 시작부터 강하게 나가면서도 뒤에서 맥이 안빠지려면 끝까지 텐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오케스트라 단원 선생님들이 열정적으로 연주해 주지 않았다면 그런 스케일의 음악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케스트라 단원 선생님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 

 

Q. 지휘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곡은 어떤 것이며 곡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재미있게도 '일리야드 무어'였다. 발랄하면서도 경쾌한 느낌이 개인적으로 힐링이 되었다. 힘을 빼고 신나게 가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인생의 행복과 닮아있었다. 피아노 연주가 너무나 중요한 음악이었고, 피아니스트로 참여한 심수현 연주자님이 정말 열심히 준비해 주셨다. 

 

Q. 약 2시간 동안 40개가 넘는 곡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지휘자의 입장에서 연습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곡은 무엇인가?

특정 곡이 어렵다기보다는 오케스트라를 위해 쓰이지 않은 곡들을 편곡해서 연주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컴퓨터음악일 때 가장 좋은 음악을 오케스트라로 표현하는 것은 케이준 소스로 페퍼로니 피자를 만들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어떻게 해도 원곡의 느낌을 살릴 수 없기 때문에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템포가 달라지는 것이다. 템포의 변화를 줌으로써 어색한 느낌을 없애는 것이다. 게임 속 템포에 익숙했던 유저분들이 이런 관점도 알고 음악을 듣는다면 더 즐거운 공연이 될 것이다.  

 

Q. 연습 및 준비 과정에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박수가 안 나오는데 제가 일부러 박수를 유도하는 과정이 재밌었다. 그때부터 박수를 쳐주시는데 단원들도 한 곡이 끝나고 다른 곡으로 넘어갈 때 긴장을 풀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한다. 음악들이 성격이 다 다르기 때문에 곡마다 분위기를 새로 잡아야하는데 적막감이 흐르면 우리도 감정선을 잡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모든 곡의 이름 모르는 작곡가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박수를 쳐주었으면 한다. 

 

Q.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으면 가장 뿌듯한지 궁금하다.

"역시 이 음악은, 이 콘서트는 안두현 지휘자다"라고 평가받을 때 행복하다. 게임음악들이 내가 가장 멋지게 행복하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걸 느끼는 과정이었다. 

 

Q. 현재 전국 투어를 진행 중이다. 각 지역마다 분위기나 느낌이 다를 것 같은데 어떤지 궁금하다. 

지역마다 관객 반응이 다르다. 하지만 모든 관객이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 것은 모두가 하나다. 나에게는 지역마다의 차이보다는 그들이 가진 진심이 더 중요하다. 

 

Q. 마지막으로 메이플스토리 유저들과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게임으로 하나가 된 여러분들은 저에게 새로운 관객이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말했다. "공연에 와서 평가하는 100명의 관객보다 나의 공연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한명의 관객이 나에게는 더 소중하다" 그 누구보다 진심이고 행복해하는 메이플스토리의 관객들을 보았다. 이미 여러분은 어떤 관객보다 훌륭한 관객들이다. 저와 아르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행복해하신 여러분에게 너무 감사하고, 게임음악시장이 더 활성화되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anews9413@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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