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이냐, 비정상이냐 내가 판단할 권리 있나

기자 2022. 8. 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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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으로 불을 붙이려면 두 손이 필요하니까 한 손만 있는 사람도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로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의 라이터가 발명됐다고 한다.

생후 3개월 된 아들이 앞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좌절했던 어느 카피라이터는, 빨대나 라이터의 사례처럼 장애를 가진 소수가 구멍을 메우면 다수에게도 좋을 수 있음을 깨닫고 분투한 끝에 장애가 있건 없건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스포츠를 개발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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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포 김사장의 요즘 소설

‘성냥으로 불을 붙이려면 두 손이 필요하니까 한 손만 있는 사람도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로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의 라이터가 발명됐다고 한다. 종일 누워서 지낼 수밖에 없는 자식이 힘겹게 물을 마시는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는 구부러지는 빨대를 고안해 냈다. 생후 3개월 된 아들이 앞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좌절했던 어느 카피라이터는, 빨대나 라이터의 사례처럼 장애를 가진 소수가 구멍을 메우면 다수에게도 좋을 수 있음을 깨닫고 분투한 끝에 장애가 있건 없건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스포츠를 개발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일종의 약함이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새로운 가치가 된다. ‘다른 관점으로 보기’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배웠다”고 ‘마이너리티 디자인’(다다서재)에 적었다.

엘리자베스 문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아들과의 대화(“빛의 속도가 1초에 30만㎞라면 어둠의 속도는 얼마예요?” “어둠에는 속도가 없단다” “더 빠를 수도 있잖아요. 먼저 존재했으니까”)에서 영감을 얻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어둠의 속도’(푸른숲)는 어둠/빛, 장애/비장애로 구분된 세상에서 어디까지가 비정상이고 어디서부터가 정상인지, 누구에게 그것을 판단할 권리가 있는지 묻는 작품이다. 작가는 대기업 특수부서에서 자폐인의 특별한 패턴 분석 능력을 살려 제품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일을 하는 주인공의 눈을 통해 선입견을 가지고 어떤 사안이든 빠르게 정상/비정상으로 결론지어 버리는 비장애인들을 묘사한다. 그중에는 “병신들은 집에나 처박혀 있어야 된다”고 말하는 인간도 있다. “우리는, 받아들여지려면 자폐인들이 우리처럼 되어야 한다고 우기려 합니다. 그건 피부색을 바꾸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죠”라고 작가는 말한다.

장애를 가진 가족과 생활하다가 삶의 관점이 바뀌었고 이러한 관점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어서 책을 쓰게 됐다는 두 작가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공고한 벽에 부딪혔지만, 그때마다 세계는 한 번에 바뀌지 않으니 하나씩 바꾸자고 다짐했다는 것이다. 세계는커녕 제 앞가림하기에 바쁜 나도 한 가지 정도는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장애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부터 해볼까.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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