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파라오 깨워라".. K-방산, 英·폴란드 찍고 이집트 '화룡점정'

국방부 공동취재단,허고운 기자 2022. 8.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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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공군·KAI 등 민관군 수출팀 20여일 강행군
"'한국 기술력+이집트 잠재력' 최상 조합" 평가도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3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인근 기지 피라미드 일대에서 진행된 피라미드 에어쇼 2022에서 이집트 공군 특수비행팀 실버스타즈와 우정비행을 하고 있다. (공군 제공) 2022.8.4/뉴스1

(카이로=뉴스1) 허고운 기자 국방부 공동취재단 = "이번 이집트 '피라미드 에어쇼'는 20일 넘는 강행군의 피날레였습니다."

영국에서 시작해 폴란드를 거쳐 이집트까지 경공격기 FA-50 수출 마케팅을 이어온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수출혁신센터장 이봉근 상무의 소회다.

4일(현지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 상무는 "방위사업청과 공군, KAI 등 방산업체로 구성된 한국 수출팀은 영국·폴란드에서 역대 최대 성과를 거뒀다"는 말로 이번 수출 마케팅 일정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이 상무에 따르면 분위기는 지난달 말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서부터 달아올랐다. 우리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화려한 공중기동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직후 우리나라로부터 KF-21 '보라매' 전투기 최초비행에 성공했다는 낭보가 날아온 것이다.

이에 에어쇼 한국 전시관엔 축하 메시지가 쏟아져 들어왔다. 안현호 KAI 사장이 공식 발표한 'FA-50 경공격기 1000대 수출 계획'도 덩달아 각국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이봉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수출혁신센터장(왼쪽 두번째)이 3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인근 기지 피라미드 일대에서 진행된 피라미드 에어쇼 2022에서 이집트 공군 총사령관과 환담하고 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2022.8.4/뉴스1

판버러의 감흥을 안고 도착한 폴란드에서도 '메가톤'급 뉴스가 터졌다. 폴란드 정부는 KAI를 비롯한 우리 업체들과 한국산 FA-50 경공격기 48대를 비롯해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대량 구매하겠단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공군 블랙이글스도 사상 최대 규모 방산 수출을 자축하듯 현란한 기동을 선보여 폴란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민관군 수출팀은 이후 숨돌릴 틈도 없이 카이로를 향해 날아왔다. 이 상무는 영국·폴란드에 이어 이집트에선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제휴하기 위한 굳건한 바탕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수출팀과 공군 조종사들이 강행군에 따른 피로를 딛고 이집트와 협력에 전력투구한 이유는 그만큼 이집트의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이집트는 방산 분야 수요 물량이 크다. 아프리카 대륙과 중동을 통틀어 최대 군사강국으로 손꼽히는 이집트는 앞으로 공군 훈련기와 전투기를 교체할 계획이다. FA-50 수출과 물량 확대는 물론, 추후 KF-21 수출까지 기대해볼 수 있단 얘기다.

3일 오전(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인근 기자 대피라미드 주변에서 열린 '피라미드 에어쇼 2022'에를 찾은 관람객 등이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피라미드 상공에 그린 태극 문양을 보며 감탄하고 있다.(공군 제공) 2022.8.4/뉴스1

업계 관계자들은 이집트의 산업 잠재력도 "상상 이상으로 크다"고 입을 모은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000달러(약 520만원)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어서 산업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집트는 이미 1964년에 음속 2배 이상 초음속 제트 전투기 시제기를 3대 제작한 저력을 갖고 있다. 미국 다음으로 보유량이 많다는 이집트 육군의 최신형 M1A1 전차 1360대의 대부분은 이집트 국내에서 면허 생산한 것들이다.

우리나라와 이집트 양측이 방산협력을 위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상호 협력을 통해 이집트의 방산부문을 비롯한 산업경쟁력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 양국 측이 인식을 같이했다.

우리나라와 이집트 양측은 올해 초 성사된 국산 K9 자주포의 이집트 수출계약 이전부터 FA-50 수출과 현지 공동생산 방안을 협의해왔다.

이 같은 양국 간 협력은 '현지화' 위주로 진행될 전망이다. 우리 측의 기술 제공을 바탕으로 현지 공장에서 해당 무기체계를 생산해 이집트군의 수요를 충족하고, 또 제3국 수출까지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3일 오전(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인근 기자 대피라미드 주변에서 열린 '피라미드 에어쇼 2022'에 참가해 피라미드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2022.8.4/뉴스1

한·이집트 양측은 생산시설 뿐만 아니라 정비 등 후속군수지원(MRO)을 위한 협력 방안도 모색 중이다.

이 상무는 "이집트는 아프리카 대륙과 중동 이슬람권에서 최고 방산능력을 갖춘 국가"라며 "공동생산과 정비 계약이 이뤄지면 카이로는 이 지역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주요 핵심거점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진욱 주이집트대사는 "방산협력은 국민 안전과 생명에 직결되는 무기체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양국 간 최고의 신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며 "이번 피라미드 에어쇼는 한·이집트 관계가 최고수준에 올랐음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블랙이글스'는 지난 3일 외국군으로선 처음으로 이집트 기자 피라미드 일대 상공에서 에어쇼를 펼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유성환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는 "고대 문명은 물론 기하학의 발상지인 이집트는 기록상으로 세계 최초의 대규모 전쟁인 메기도 전투(기원전 1457년)부터 군사적 혁신을 주도해왔다"며 "1973년 4차 중동전 초기 이집트군의 수에즈 도하작전은 역사상 최고의 도하작전으로 평가받는다"고 소개했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3일 오전(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인근 기자 대피라미드 주변에서 열린 '피라미드 에어쇼 2022'에 참가해 피라미드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뉴스1

유 교수에 따르면 기원 전 15세기 무렵 24세의 젊은 파라오 투트모세 3세가 지휘하는 이집트 군대는 복합궁 도입과 말이 끄는 전차의 부품 규격화, 적의 의표를 찌르는 사막 급속행군과 아루나 계곡을 야간에 넘는 기습을 통해 시리아-팔레스타인 도시국가 연합군을 물리치며 중동의 패권을 장악했다.

유 교수는 "오늘날에도 인구·자원 측면에서 발전 가능성이 큰 이집트와 교류 협력 확대가 필요하다"며 "한국의 기술력과 이집트의 잠재력이 결합하면 최상의 조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수출팀은 잠시 귀국해 휴식을 취한 뒤 다음 주 초 필리핀에서 수출 마케팅을 재개한다. 공군 블랙이글스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 인도, 태국, 베트남을 거쳐 필리핀에서 수출팀과 합류해 마닐라 상공을 수놓으며 유럽·아프리카·아시아 등 3개 대륙을 잇는 비행 일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조우래 KAI 수출혁신센터 상무는 "3주가 넘는 장기간 출장을 통해 영국에서 실력을 보여주며 꿈을 제시하고, 폴란드에선 초대형 계약을 따냈다"며 "또 이집트에선 아프리카 대륙과 중동 시장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통로를 개척했다"고 말했다.

조 상무는 "수출을 적극 지원해준 정부와 현지 대사관, 가는 곳마다 절정의 기량을 뽐내며 각국 언론의 격찬을 받은 공군 블랙이글스 조종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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