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인 분할'의 건축가 김현수(下)
[효효 아키텍트-138] 경남 통영의 이타라운지는 성악가인 건축주가 카페와 숙박 시설(레지던시)을 겸하면서도 공연장의 용도로 주문했다. 통영의 대표적인 문화 거점을 만들겠다는 기대에 부응해야 했다.


지형 전체적으로는 대지와 주변, 대지 내 경계를 고려했으며 복도를 포함한 공용 공간, 압력과 물의 삼투압을 이용해 일명 사이펀(siphon) 방식으로 커피 내리는 공간을 구분하였다. 고객들이 커피를 수령해서 이동, 머물도록 중정 계단을 만들었다. 중정을 통해 수직으로 떨어지는 빛은 태아가 어머니 배 속 양수에 떠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이타라운지는 층마다 대지의 형상과 필요에 따라 외곽선과 내부의 선이 달라진다. 건물은 1, 2층에서 외부와 자유롭게 연결되고 모든 동선은 외부로 이어진다. 면의 접합과 겹침은 일정한 흐름을 유도하는 한편 흐름을 끊어 정지하게 만들기도 한다.
대로변 입면에 사용된 전벽돌을 제외하고 노출콘크리트로 마감했다. 유로폼에 후작업을 거쳐 매끈하지도 거칠지도 않은 질감의 표면을 구현했다.
김현수는 설계 의뢰를 받으면 가장 먼저 땅을 세심히 살핀 후에야 이소우의 건축 언어를 이입한다. 처음에는 건축주의 모든 요구를 받아 '씹어먹는다'. 거칠어도 모형을 다양하게 만들어 숨겨진 공간을 찾아낸다. 터와 공간이 가진 경계의 깊이와 감각적인 요소들을 고려한다. 그런 다음 사용자의 지각할 수 있는 경험들을 다양하게 시뮬레이션 해 본다.
김현수가 실무를 한 건축사사무소 핸드 플러스(hANd+) 김준성 대표에게 배운 것은 끊임없이 도전하는 건축가의 자세와 '건축가가 어떤 건축을 해 왔느냐가 중요하다'이다. 현상학적인 분석을 통해 시퀀스가 사용자의 감각을 일깨우도록 설계하는 법을 배웠다.
창원 턴어라운드(2020)와 점포주택인 창원의 올어라운드(2020)는 건축주가 동일하다.

가로수길은 도심에서 보기 드문 키 큰 메타세쿼이아 수종이 긴 축선을 가진 길의 가로수로 선택되었다. 메타세쿼이아는 보기에는 이국적이나 주민들은 강한 향과 상하수도 배관을 파괴하는 깊은 뿌리, 가을에 엄청난 양의 낙엽을 떨구는 불편한 존재이기도 하다.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올어라운드는 1층 근린생활시설, 2층 주택으로 가로수길과 가로로 접해있다.

노출 콘크리트와 가로와 병행한 전면 통창을 특징으로 하는 카페이다. 턴어라운드와 올어라운드는 가로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차이가 극명하다.
경남 함안군 산인면 모곡리 주택(2021)의 건축적 언어는 궁극적으로는 에센드와 같다. 모곡리 주택은 경계에 있다. 산자락 아래 경사지에 자리 잡은 마을과 그 경사지를 계단식으로 밀집시켜 만든 주택개발 지역 경계에 있다.
땅은 단차를 가진 필지 두 개를 합하였다. 불과 30여 분 거리의 창원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건축주는 누구나 꿈꾸는 보편적 전원주택을 바랐다.

내부에 들어서면 켜켜이 중첩된 공간들로 내외부가 전환된 듯한 느낌이 든다. 경계는 유동성을 지닌 영역 설정이다.
김현수의 건축은 루이스 칸(Louis Kahn·1901~1974)을 생각하게 한다. 칸의 건축철학은 형태-질서-디자인(Form-Order-Design), 서비스 공간(Servant and Served Space), 침묵과 빛(Silence and Light)이 핵심 개념이다. 공간의 구조는 빛에 의해서만 정의되고, 생명력 있는 자연광의 공간만이 진정한 공간이다. 칸은 "평면은 방의 사회다. 방은 서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현수는 이소우 건축사사무소를 안영주 건축가와 공동 대표 체제로 유지하고 있다. 건축사사무소가 전문화되면 해당 분야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면서 다양한 건축을 하기 위해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각종 공모전 참여와 지역 프로젝트 수주를 병행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김현수는 스위스 바젤의 헤르조그&드뫼롱(HdM) 건축사무소 출신으로 서울대 교수를 거쳐 홍콩 중문대 교수로 간 피터 윈스턴 페레토(Peter Winston Ferretto) 건축가와 오랫동안 협업하였다.
김현수가 생각하는 협업의 성장 전략은 전폭적이고 그 스펙트럼이 넓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부산오페라하우스 국제공모, 서울 서소문 밖 역사 유적지 공모, 서울 세운상가 국제공모, 서울 남산 예장자락 현상공모, 순천예술광장 국제 공모 등이다. 이들은 각각 창원과 서울에 사무실을 두고 서울에서 공모전 위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프로젝트 초기 아이디어 도출부터 최종 도면 제출까지 페레토와는 각자가 운영하는 건축사무소의 대표로서 협업하였다,
2016년 6월 순천시가 원도심 활성화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순천부읍성 관광자원화'의 국제 설계 경기 당선작을 발표했다. 해외 185팀, 국내 118팀 등 총 42개국 303개 팀이 참여했다. 1등에는 인도 studio MADE의 'The Hidden Cloister', 이소우건축사무소는 'Urban Threshold'로 3등을 차지하였다
프란시스코 사닌 심사위원장은 1등 당선작에 대해 "순천 원도심재생의 촉매제 및 랜드마크의 역할을 위한 역사 및 도시 맥락을 수용한 독창적 재해석으로 반지하의 회랑에 다양한 전시, 공연장과 광장을 중심으로 지하상가와 옥천을 연결했다"고 평가했다.

생태 도시 순천의 정체성을 지키면 좋겠다는 방향이 정해졌다. 디자인 감리까지 맡게 된 이소우는 도대체 설계안이 누구 거냐는 질문을 받게 되었다. '니네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이소우 입장에서는 대형 프로젝트를 맡아 경험함으로써 시공업체와의 관계, 대관 업무 역량을 키우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어떤 형태의 국제적 협업이든 거리낌이 없어졌다.
[프리랜서 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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