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수장, 관계 개선 물꼬 텄다지만.. 넘어야 할 산 여전해

김선영 2022. 8. 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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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만에 다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
강제동원 문제 해결 등 논의
3년 만엔 프놈펜서 모인 한·중·일 외교장관
박진 "한·미·일 정상회의 조속 개최" 제안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이 지난달 18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지 17일 만에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다시 머리를 맞댔다. 

박 장관은 4일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소카호텔에서 하야시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지난 5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한·일 외교장관회담은 이번이 두 번째다. 한·일 외교수장은 주요 현안 가운데서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인 강제동원 피해자의 배상 문제를 두고 해법을 찾기 위해 또다시 재회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강제동원 배상 문제의 조기 해결을 위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4일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양자회담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착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회담은 양국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열려 시선이 쏠렸다.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한 접점을 찾기 위해 지난달 민관협의회를 가동시켰지만 최근 외교부가 대법원에 관련 의견서를 제출하자 피해자 측은 신뢰가 깨졌다며 협의회 불참을 통보하며 난항을 겪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자민당 일각에서 한국의 독도방어훈련과 독도 해양조사 등의 이유로 양국의 외교수장 간 회담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회담에서 일본 측은 박 장관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결이 급선무라며 한국이 먼저 해법을 가져와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지는 않았다고 알려졌다.

박 장관은 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담은 (지난달) 하야시 외무상과 한·일 양국 외교장관 간의 셔틀 외교를 통해 대화를 지속적으로 해나가자고 공감한 데 바탕을 둔 것”이라며 “양국 간의 과거를 즉시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방안과 양국의 현안과 또 상호 관심사에 대해서 진지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상황이 엄중한 만큼 한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과 미국, 일본 3국 간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기로 의견의 일치를 봤다”며 “아세안과의 관계 증진에 있어서도 한국과 일본의 협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오늘부터 일본, 대만, 마카오에 대한 사증(비자)면제를 실시한다”며 “일본 측도 여기에 호응하는 조치를 해 줄 것을 기대한다는 내용을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서울시는 ‘제100차 해외유입 상황평가 관계부처 회의’에서 8월 한 달간 일본·대만·마카오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허용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회담과 관련해 “한·일관계 개선의 물꼬는 완전히 터진 것 같다”며 “이제부터 제대로 된 노력을 해야하는 단계로 봐야할 거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박 장관은 앞서 제25차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를 공동 주재하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단호히 대응해 나가되,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고 대북외교에서 유연하고 열린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아세안 국가들의 지지를 요청한 가운데 참가국들 대부분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이어진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도 공동 주재했다. 특히 박 장관은 취임 후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하야시 외무상과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대면했다. 한·중·일 외교장관이 대면한 것은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은 북핵 문제에 대한 참가국들의 협조를 요청하고, 조정국 대표로서 한·중·일 3국의 협력이 긴요하다며 가까운 시일 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박 장관은 회의에서 “한국은 3국이 차이를 넘어 상호 호혜적인 결과를 모색해 역내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프놈펜=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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