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지구가 우리를 사랑한다고 말했어

한겨레 2022. 8. 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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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는 심리적 스트레스를 부른다.

나 또한 '기후 우울'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연구자로서 책 속에 파묻혀 있다가 <우리가 구할 수 있는 모든 것> 에서 희망을 보았다.

이 책에서 한 문화비평가는 기후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심리적 스트레스와 정신질환, 우울증에 대처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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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경의 과학 읽기]

기후 변화에 대응해 나름의 실천을 펴고 있는 전세계 여성들의 모습.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이들의 발언을 담은 프로젝트다. 누리집 갈무리

우리가 구할 수 있는 모든 것
기후위기 앞의 진실, 용기 그리고 해법
아야나 엘리자베스 존슨·캐서린 케이(K) 윌킨스 엮음, 김현우 외 옮김 l 나름북스(2022)

기후 변화는 심리적 스트레스를 부른다. 폭염과 가뭄, 산불 등 자연재해 소식을 ‘괜찮은 척’ 무시할 만큼 우리 신경줄은 튼튼하지 않다. 기후 위기와 인류세의 문제는 파고들수록 사안이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학계의 인류세 연구자들은 입을 모아 단 하나의 해법 같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지구적 차원의 위기를 돌파하려면 과학기술은 물론, 역사, 철학, 문학, 예술 등 모든 학문이 나서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지만 어디에서 시작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 형편이다.

나 또한 ‘기후 우울’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연구자로서 책 속에 파묻혀 있다가 <우리가 구할 수 있는 모든 것>에서 희망을 보았다. 해양생물학자 아야나 엘리자베스 존슨과 작가 캐서린 케이(K) 윌킨슨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여성 기후활동가 60여명의 이야기를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는데 “여기에서 시작하면 되겠구나” 하는 영감을 준다. “세상을 재구성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목소리를 내는 이들의 행보는 실로 담대하고 거침없다. 과학이나 인문학의 학문적 담론이 무색할 정도로 깊이 있고 ‘실험적인’ 이야기가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왜 우리가 이런 위기에 떠밀려왔는지, 인류세의 현실을 진단하고 이해하며 경험하는 과정 하나 하나에서 해법을 찾아간다. 자연과 세상을 지배하는 자본주의, 가부장제, 식민주의, 인종차별, 불평등에 맞서, 가치관과 생활 방식의 총체적 변화를 추구하였다.

여성 기후활동가들은 인종과 세대, 지역의 차이를 아우르며 자신만의 창의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바꿔나갔다. 이들이 중요시하는 것은 감정, 언어, 이야기, 문화의 전환이다. 2017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린 연구에 의하면 수렵 채집사회 중에서 훌륭한 이야기꾼을 가진 사회가 더 협력적이었다고 한다. 이야기와 언어, 이미지는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규범과 제도, 사회 시스템을 바꿀 힘을 가진다. 이 책에서 한 문화비평가는 기후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지구를 망쳤다고 체념하지 말고, 지구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써보자는 것이다. “이것이 불가능하게 들린다면 자신에게 물어보라. 왜 안 되는가?” 이렇게 정곡을 찌르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상상하고 찾아나서도록 재촉한다.

“세상의 일은 진흙처럼 흔하다”는 시가 말하듯 “도움이 되는 존재”로 거듭나는 활동가들의 이야기는 감동적이기 그지없다. 식물학자나 기후학자, 인류학자 들은 식물의 상호공생을 배우고 토착 주민의 지혜를 재발견하였다. 건축가는 생명을 위한 탄소 제로 건물, ‘바이오필릭’(biophilic, 친생물적) 디자인을 설계하고, 패션 모델은 소비적인 패션 산업을 개혁하기 위해 ‘모델 마피아’를 설립하고, 조경사는 주변의 망가진 경관을 수리하고 공동 정원 가꾸기에 나섰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심리적 스트레스와 정신질환, 우울증에 대처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하였다. ‘인류세 사전 제작’과 ‘적응하는 마음’, ‘기후 회복력’과 같은 프로젝트는 기후 재난에 대비해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고, 지친 우리의 마음을 일으켜 세워주었다.

“지구가 우리를 사랑한다고 말했어.” 이 책의 글들은 섬세하게 다듬어진 문장 사이로 뜨거운 열정을 전한다. “서로에 대한, 지구에 대한, 모든 존재에 대한, 정의에 대한, 생명을 주는 미래에 대한 맹렬한 사랑”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고.

정인경/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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