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이다지도 쓸쓸한 재능..다시 찍은 비비언 마이어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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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친구가 없던 사람.
'무명'의 사진작가는 "미국 사진계에 가장 놀라운 이야기 가운데 하나를 제공한 사람"이 되고, 대중들은 삶과 사진들이 공개되길 그가 원했을지를 두고도 거센 논쟁을 벌여야 했다.
19세기부터의 슬픈 가족사와 작고해 명사가 된 뒤의 소유권 다툼 등까지 보면, 비비언은 태어나길 숨어야 했던 사람이고, 그럼에도 그의 재능과 생동의 감정에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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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
앤 마크스 지음, 김소정 옮김 l 북하우스 l 3만2000원
가족과 친구가 없던 사람. 완벽히 숨겨졌거나 스스로를 숨긴 사람. 하지만 매 순간의 제 시선을 고스란히 남긴 사람. 전체 14만3000점 가운데 7000점만 현상해 별의별 제 흔적들과 함께 저장해둔 사람. 수없이 자신을 찍은 사람, 그러나 부러 시선을 돌려 또 자신을 감춘 사람. 드물게 현상할 때 작업자에게 완벽을 요구한 사람. “제발 잘해주세요” “최선을 다해주세요” “더 밝게 현상해줘요, 매끄러워도 안되고 번쩍여도 안돼요.” 아마도 한 장면을 두 번 이상 찍은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인 사람. 아마도 거리의 가장 낮은 데를 (때로 무모할 정도로) 직시했기 때문인 사람. 그가 정규 교육을 받았다는 기록은 없다. 하지만 지적이고 좌파적인 자취들은 많았다. 저장장애로 꼬박 보관해둔 자료들이 사후 드러나지 않았다면, 꼿꼿한 걸음새의 “쾌활한/너그러운/무신경한/사악한” 보모(그의 주생계였다)로만 몇몇 가족들에게 기억되었을 거다.
그가 주로 롤라이플렉스와 라이카로 찍은 사진이 2007년 미국 시카고 경매장에서 정체불명의 사진 상자를 구입한 20대 남성을 통해 2년 뒤 20장가량 온라인에 공개된 뒤 유명세를 타고, 2011년 전시회 이후 ‘전설’이 된 비비언 마이어(1926~2009)에 관한 하나같이 대립되는 정보의 편린들이다. ‘무명’의 사진작가는 “미국 사진계에 가장 놀라운 이야기 가운데 하나를 제공한 사람”이 되고, 대중들은 삶과 사진들이 공개되길 그가 원했을지를 두고도 거센 논쟁을 벌여야 했다.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제목의 다큐멘터리는 2015년 아카데미상 후보에까지 올랐고, 이 책은 여전히 비어 있는 비비언의 삶을 사진 수집가, 보모 가족, 사진 속 등장인물까지 추적해 가장 온전히 꿰어맞춘 전기를 지향했다. 19세기부터의 슬픈 가족사와 작고해 명사가 된 뒤의 소유권 다툼 등까지 보면, 비비언은 태어나길 숨어야 했던 사람이고, 그럼에도 그의 재능과 생동의 감정에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던 사람이다. 쓸쓸한 죽음까지 이다지도 숱한 역접의 삶이 또 있을까.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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