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병원에서-서효인

한겨레 2022. 8. 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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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아이가 태어났다 나는
두 발로 딛고 선 죽음을 잊으려
한다 더 멀리 뛰지도 않으려
한다 대신에 더 오래 기다리려
한다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채로
아이의 시신을 기억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체증처럼 길어지고 있다 성모병원에서
나는 아니
너는 태어났다
죽음을 두 발로 밟고 섰기에
더 멀리 뛸 수 있을 것이었다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 채로

-시집 <거기에는 없다>(현대문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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