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랜드마크가 주말도 썰렁.. "콘텐츠로 DDP 살린다"

김윤주 기자 2022. 8. 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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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DDP 2.0 플랜' 추진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주말인데도 오가는 사람이 적어 한적한 모습이다. 식당이나 카페가 있는‘디자인장터’는 입점한 가게가 적어 텅 빈 곳이 많았다. /김윤주 기자

지난달 30일 오후에 찾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주말인데도 과거 명성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식당, 카페 거리인 ‘디자인 장터’는 공간 30여곳 중 식당 3곳, 카페 3곳, 편의점 1곳만 문을 열었다. 나머지는 입점한 가게가 없어 문이 닫혀 있었다. 전시 공간인 ‘아트홀’도 진행 중인 전시가 없어 불이 꺼졌다.

‘디자인스토어’ 등이 있는 ‘살림터’ 건물도 관람객이 적어 빈 공간이 많았다. 지난 4월부터 열리고 있는 미국 영화감독 ‘팀 버튼 특별전’에만 관람객이 있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풀린 데다 휴가철을 맞아 전국 관광지 곳곳이 북적이고 있지만 DDP는 외딴섬 같았다.

DDP를 찾은 직장인 황모(32·서울 구로구)씨는 “‘팀 버튼’ 전시를 보러 왔는데 다른 할 것이 없다”며 “DDP는 유명한 전시가 열리는 때가 아니면 다른 볼거리, 놀거리가 없어 올 일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에 사는 이모(61)씨는 “건물은 큰데 볼 만한 곳이 없어 밥만 먹고 간다”고 했다. 미국인 스미스(34)씨는 “건축에 관심이 많아 관광 코스에 넣었는데 흔한 기념품 가게도 없고 도슨트(전시 안내) 프로그램도 못 찾았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디자인 서울’을 내세우며 5000억원을 투자해 만든 DDP가 방문객이 급감하는 등 침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5년에는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꼭 가봐야 할 명소 52곳’에 포함되는 등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지만 옛말이 됐다.

4일 DDP를 운영하는 서울디자인재단에 따르면, 2019년 1171만명이었던 DDP 방문객은 2020년 671만명, 작년 739만명에 그쳤다. 2019년 72.3%까지 올라갔던 대관 가동률은 2020년 18.9%로 떨어졌고, 작년에도 43.8%에 그쳤다. 수입도 2019년 154억원에서 지난해 89억원으로 줄었다. 서울디자인재단 관계자는 “코로나 영향으로 입점 업체를 찾고 전시를 여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DDP가 활성화되지 못한 것이 코로나 영향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DDP는 오 시장 재임 때인 2009년 착공해 박원순 전 시장 시절인 2014년 개관했다. 오 시장은 2009년 4월 착공 당시 DDP를 ‘세계적 디자인 전시장’ ‘서울의 랜드마크’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은 디자인 전시장보다는 산업 지원 공간 등으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전 시장은 오 시장의 ‘디자인 서울’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고 DDP에 행사나 임대 시설을 유치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DDP가 활성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디자인재단에 대한 시의 지원금도 2011년 241억원이었지만 지난해 212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문화재단에 준 지원금은 140억원에서 588억원으로 4배가 됐다. 2019년 서울시의회가 공개한 ‘DDP 활용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개관 이후 방문객 수가 증가했지만 내부 전시나 이벤트를 찾는 유료 관람객 수는 전체 방문객 수에서 큰 비율을 차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침체한 DDP를 다시 살리기 위해 ‘DDP 2.0′이라는 이름의 DDP 활성화 플랜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DDP에 유명 미술 컬렉션을 유치하고 365일 다양한 기획전을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나 대관 사업보다 콘텐츠 생산에 집중해 언제 들러도 볼거리가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경돈 서울디자인재단 대표는 “그동안은 가게를 입점시키거나 외부 전시를 유치하는 목적으로 DDP 공간을 활용했다”며 “앞으로는 DDP에서만 볼 수 있는 전시를 많이 하고, 디자인 관련 자료를 보관해 시민들이 열람하는 식으로 공간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세계적인 건축 디자이너 자하 하디드가 DDP를 디자인했다는 점을 살려 전 세계 건축가 등의 방문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DDP 건축물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는 또 DDP를 동대문 상권과 연계해 발전시키는 방안도 추진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 경제정책실에서 동대문 상권과 DDP의 연계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DDP가 침체된 동대문 상권과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게 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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