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31] 차이를 빚어내는 시선

신수진 예술기획자·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2022. 8. 5. 03: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순택, 얄읏한 공 #BGD0301

대학 신입생 시절 심리학개론 첫 수업 시간에, 원로 교수님께서 몇 가지 질문을 하셨다. 내용은 전부 과학적으로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았으나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정형화된 생각에 관한 것이었다. 혈액형별 성격이나 성별에 따른 성향처럼 유형화하거나 일반화했을 때 오류를 범하기 쉬운 사례를 들어 ‘개인차(個人差)’가 인간에 대한 이해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강조하셨는데, 희한할 만큼 오래도록 선명한 기억으로 남았다.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남다르다. 창작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작가는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상황을 해석한다. 창작의 이러한 속성은 작가 스스로 새로운 관점을 가지려는 노력, 즉 자신이 이미 익숙해진 방식에 대한 재고(再考)와 혁신을 통해 지속된다. 사실 이건 예술가에게만 필요한 덕목은 아니다. 자신을 향한 비판적 의심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동력이 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차이를 만든다.

노순택은 관점(觀點)의 예술가다. 그의 작품은 일상적 장면을 무심히 지나치는 대신 신기하게 바라보고 의문을 품게 한다. ‘얄읏한 공(2004-2007)’ 연작에서 작가 선택한 일상은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를 배경으로 한다. 대추리는 2006년 군사기지 부지 선정과 이전 과정에서 정부와 주민들 간 충돌이 있었던 곳이다. 당시에 일련의 사건을 두고 반미 투쟁 또는 반전 평화 운동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대립하면서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작가는 이미 논쟁적 씨앗을 품고 있었던 그 시기, 그곳에서 집요하고도 의연하게 군사 시설과 중첩된 일상의 장면을 기록하였다. 어디에서 무엇을 바라보아야 할지 결정함으로써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차별적 지위를 열망하고 성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물을 먹고 있는 소는 귀에 인식표를 붙인 채 사육되고 있다. 눈동자에 반사된 하이라이트는 또렷하고, 둥그레 뜬 눈은 나를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다. 담장 너머 미군 부대엔 소 눈동자 만큼이나 둥근 레이더돔이 설치되었다. 일상을 파고든 불안과 갈등을 직면시키는 노순택의 사진 속에 당연한 건 없다. 사진은 기록하고, 보는 사람 마음은 요동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