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산·고용 위축시킨 中企적합업종 이젠 폐지할 때다

2022. 8. 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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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진출을 막아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2011년 도입된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제도가 10년 이상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폐지를 권고하고 나섰다. '중소기업 보호'라는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해당 업종의 생산과 고용만 위축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KDI가 3일 발표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적합업종 지정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제품 출하액이 모두 감소했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전체 품목 출하액에서 적합업종의 출하액 비중이 대기업은 1.2%에서 0.5%로 크게 줄었다. 이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7.9%에서 7.6%로 떨어졌다. 기업 1인당 인건비도 적합업종 지정 이후 1.3% 감소했다. KDI는 "중소기업 폐업률이 낮아지긴 했지만 중소기업의 경쟁력과 성과를 높이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중기적합업종 제도는 시행 초기부터 적지 않은 논란을 야기했다. 두부·김치·막걸리·조리김·세탁비누 등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 진출을 막았더니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 기업들이 그 빈틈을 차지한 탓이다. LED조명의 경우 2012년 중기적합업종에 지정돼 삼성전자와 LG이노텍 등이 사업을 접자 유럽산과 중국산 제품이 국내 시장을 점령했다. 중국산 김치가 급식시장을 80% 이상 잠식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중기적합업종 지정으로 국내 중소기업보다 외국 기업들이 더 혜택을 보는 꼴이다. 이와 같이 중소기업 보호 효과가 분명하지 않은데도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정 업종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은 반시장적 규제일 뿐이다.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도 방해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은 일방적인 규제로 달성하기 어렵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면서 시장을 키울 때 비로소 상생도 가능하다. 중소기업 보호라는 당초 취지는 살리지 못하면서 생산과 고용을 위축시키고 국내 기업 역차별 논란까지 야기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중기적합업종 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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