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대에 뒤처진 당 대표 제도, 더 이상 필요한가

2022. 8. 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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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당 대표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당 대표이거나 당 대표가 되려는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당 대표라는 자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선진국에서 당을 이끄는 지도자는 원내 대표 역할을 하면서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를 쌓아간다.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중앙당의 권한을 전국위원회에 더 많이 위임하고 당 대표 자리를 원내 대표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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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당사. 동아일보DB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당 대표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당 대표이거나 당 대표가 되려는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당 대표라는 자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과 프랑스는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제 국가다. 하지만 미국은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중앙당도 없고 당 대표도 없다. 프랑스는 중앙당은 있지만 당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지도자, 즉 당수는 주로 원내 대표다. 다만 프랑스 여당의 당수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여당의 원내 대표는 원내 대표일 뿐이다. 우리나라만 특이하게 대통령과 별도로 당 대표가 있다.

당 대표는 공천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사실 당 대표를 둘러싼 모든 갈등은 바로 공천권에서 시작된다. 여당 대표가 국정 운영을 둘러싸고 대통령과 맞서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파고들어 가 보면 공천제도나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과 무관치 않다. 제1 야당은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가 차기 총선의 공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당 대표 선출에 진통을 겪고 있다.

정당의 주요 활동은 국회를 통한 입법이다. 입법은 원내 의원들을 통해 이뤄진다. 정당은 원내 대표를 중심으로 운영될 때 비로소 민생을 위한 입법에 집중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 당을 이끄는 지도자는 원내 대표 역할을 하면서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를 쌓아간다. 우리나라처럼 원외 세력에 크게 의존해 당의 대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게 선출된 당 대표가 입법 활동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선거 공천 같은 일을 주로 하니 당 대표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정당은 쉽게 권력 투쟁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정당이 걸핏하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는 것도 당 대표 중심의 정당 운영과 무관치 않다. 선진국 정당에서 비대위 체제라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는 선거에서 졌다 하면 비대위 체제다.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 역할을 이어받는다. 당 대표는 그나마 선거를 통해서 선출되지만 비대위원장은 검증도 되지 않은 명망가들이어서 민주적이지도 않다.

당 대표니 비대위니 하는 것이 어느새 시대에 뒤처진 느낌을 준다. 중앙당이 있으니 당 대표도 있고 비대위도 있다. 당사 건물을 은행에서 대출받아 사고 선거보조금으로 빚을 갚아 수십억 수백억 원의 차익을 보는 중앙당들이다. 미국처럼 아예 중앙당을 없애자는 주장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중앙당의 권한을 전국위원회에 더 많이 위임하고 당 대표 자리를 원내 대표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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