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 세번 만났지만..강제동원 꿈쩍않는 일본, 박진 '곤혹'

정인환 2022. 8. 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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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외교장관이 한달 남짓 만에 세번이나 얼굴을 마주했지만, 양국 간 최대 현안인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일본 쪽 입장이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일본 쪽은 이날 회담에서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다" "한국 쪽이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등 그간 되풀이 해 온 완강한 주장은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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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서 35분간 양자회담
한국 외교부 '대법 의견서 제출'에도 일 변화없어
피해자 건너뛴 대법판결 연기 요청 외교부 '곤혹'
박진 외교장관은 4일 오후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 회의가 진행 중인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과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일 외교장관이 한달 남짓 만에 세번이나 얼굴을 마주했지만, 양국 간 최대 현안인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일본 쪽 입장이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법원 의견서 제출로 피해 당사자의 반발에 직면한 외교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박진 외교장관은 4일(현지시각) 오후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 회의가 진행 중인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과 35분 남짓 양자 회담을 했다. 두 장관의 만남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과 박 장관의 방일 회담에 이어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세번째 이뤄졌다.

박 장관은 이날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방일했을 때 하야시 외상과 함께 앞으로 한-일 양국 외교장관 간 ‘셔틀 외교’를 통해 대화를 지속적으로 해나가자고 공감한 데 바탕을 둔 만남”이라며 “오늘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양국 간 과거를 직시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방안과 양국의 현안 및 상호 관심사에 대해 진지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어 “한반도 상황이 엄중한 만큼 한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과 미국과 일본 3국 간 협력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기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며 “아세안과의 관계 증진에 있어서도 한국과 일본의 협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하야시 외상은 이날 오전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박 장관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등 친근감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오후 양자 회담에선 한-일 관계 교착의 핵심 원인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기존 입장에서 한발도 나아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쪽의 이런 태도는 지난 3일 집권 자민당 외교부회와 영토에 관한 특별위원회가 합동 회의를 열어 이번 회담에 반대한다는 결의를 채택하면서 이미 예견된 바다. 다만 일본 쪽은 이날 회담에서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다” “한국 쪽이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등 그간 되풀이 해 온 완강한 주장은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박 장관은)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조기 해결을 위해 일본 쪽의 성의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일본 쪽도 이를 진지하게 경청했다”고 말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달 26일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노역 피해자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에 대한 상표권·특허권 특별현금화(매각) 명령 사건을 심리 중인 대법원 민사2부와 3부에 해법 마련을 위해 다각도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의견서를 각각 제출했다. 사실상 최종 판단을 미뤄달라는 뜻이다.

하지만 피해자 쪽에 아무런 사전 설명도 하지 않은 탓에, 피해자 대리인단 쪽이 ‘신뢰 훼손’이라며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법 마련을 위해 지난달 출범한 민관협의회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외교부로선 안팎으로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진 모양새다.

프놈펜/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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