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우디서 주먹인사하고 뺨 맞은 격"
비판 감수하고 빈살만 만난 바이든 향해 "정치적인 굴욕" 평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3일(현지시간) 하루 10만배럴 증산을 결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유가를 억제하기 위해 비판을 감수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직접 방문해 증산을 촉구했지만 지난번 회의에 비해 증산량은 오히려 대폭 줄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언론인 암살 배후로 지목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에게 주먹인사를 건네고 뺨을 맞은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OPEC+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9월 원유 증산량을 하루 10만배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회의에서 결정한 7·8월 증산량 64만8000배럴의 15%에 불과한 양으로 증산 속도를 늦춘 것이다. 하루 10만배럴은 전 세계 수요량의 0.1%, 86초 소비량에 해당한다.
OPEC+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서방의 증산 요구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증산을 이어가고 있다. OPEC+ 측은 세계 경기 침체 우려, 코로나19 재확산 추세 등을 감안해 증산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협의체에 속해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OPEC+의 ‘쥐꼬리’ 증산 결정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때인 2018년 발생한 사우디계 미국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빈살만 왕세자와 사우디를 강력 비판하며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하지만 국제 유가와 함께 미국 내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지난달 초 중동을 방문하면서 주요 산유국이자 OPEC의 실질적인 리더인 사우디를 찾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비판적인 시선을 의식한 듯 빈살만 왕세자와 악수나 포옹 대신 주먹을 부딪치는 인사를 나눴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빈살만 왕세자의 정통성을 인정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했음에도 원유 증산 약속을 받아내지 못하고 빈손 귀국했다는 비판에 대해 OPEC+의 8월 회의에서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대응해온 백악관도 옹색한 처지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중동 순방을 발표하기 전부터 증산을 추구했고, 실제로 6월 첫주에 그것을 이미 보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순방 전인 지난 6월 OPEC+가 내린 증산 결정에 이미 미국의 노력이 반영돼 있다는 논리다.
아모스 호흐슈타인 백악관 에너지 안보 보좌관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주요 관심사는 배럴 숫자가 아니라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라면서 미국 내 기름값이 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언론과 전문가들의 평가는 달랐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빈살만 왕세자와 주먹인사를 했지만 OPEC을 움직이는 데는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뺨을 맞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OPEC+의 미미한 증산 결정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치적인 모욕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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