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태평양에 쏠린 세계..한국은 미국과 접점 넓히기 기대

유신모 기자 2022. 8. 4.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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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경쟁 본격화 영향 주요국 '인·태 전략' 앞다퉈 발표
공급망 등 협력 확대 속 경제 유불리 놓고 각국 '동상이몽'
중·일 ‘대만 문제’ 충돌 박진 외교부 장관이 4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박 장관, 프락 속혼 캄보디아 외교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 이번 회의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험악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일 외교장관의 충돌로 왕 부장과 하야시 외무상의 면담 계획도 무산됐다. 프놈펜 | AP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4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에서 ‘경제 관계를 넘어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힌 것은 윤석열 정부 아세안 외교정책이 문재인 정부 때와 달라질 것임을 시사한다. 경제·통상 문제에 비중을 뒀던 문재인 정부 ‘신남방 정책’보다 폭이 넓고 전략적 고려가 가미된 새로운 아세안 외교를 지향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 고유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장관 발언은 한국이 독자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상하게 된 배경과 지향점을 짐작하게 해주는 단서가 들어 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인·태

바야흐로 인도·태평양의 시대다.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유럽연합(EU)·호주·인도 등 주요 국가들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이 됐다.

인도·태평양 지역은 전 세계 인구의 60% 이상,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지역이다.각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궁극적인 목표와 세부 내용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이 지역에서 중국의 패권 확대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공통의 인식이 작용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질서가 유지되어야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다. 또한 미국이 강력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펼치면서 동맹·우호국에 협력을 요구하는 현실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이 지역에 관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불가피성도 각국이 독자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모색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각국의 동상이몽

인도·태평양 전략의 원조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처음 내세운 일본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 미국의 아시아 정책의 중심축을 아시아·태평양에서 인도·태평양으로 이동시켰다. 조 바이든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개념을 확립하고 최우선적 대외전략 기조로 내세워 일본과 함께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목적은 중국 견제이다. 미국은 이를 위해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동맹국들을 결집해 중국의 세계 패권 도전을 저지하려 한다. 하지만 각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모두 미국과 뜻을 같이하는 것은 아니다.

인도는 지역 라이벌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만 안보·경제 전략에서 인도 고유의 자율성을 유지하려 한다. 유럽 국가들도 중국의 패권 도전 저지가 주목적이 아니라 미·중 충돌로 초래될 수 있는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주목하기 때문에 중국 ‘배제’보다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도 중국의 팽창에 위협을 느껴 미국의 관여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2019년 아세안 국가들이 발표한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AOIP)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상당히 수용하면서도 ‘아세안 중심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 아세안 국가들에 실익이 있어야 한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또 AOIP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포용성’에는 중국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최근에는 공급망, 사이버 안보, 재난 대처, 기후변화 등에 대한 협력까지 확대되고 있다.

■신남방 정책의 한계

아세안 국가들이 집중돼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정세는 문재인 정부가 신남방 정책을 처음 발표했을 때와 매우 달라졌다. 세계 각국이 이 지역에 몰려들면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경제·통상 문제를 넘어 군사·안보까지 포함하는 전략적 접근이 불가피해졌다. 윤석열 정부가 새로운 인도·태평양 전략 수립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수립을 통해 변화된 국제정세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외교·안보 정책과 동질성을 확보하려 한다. 특히 미국의 전략과 접점을 넓힘으로써 한·미 포괄적 동맹 강화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과도하게 몰입할 경우 반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세계 각국이 중국의 팽창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면서도 다른 목표와 접근방식, 실행 방안을 가진 인도·태평양 전략을 마련해 접점을 확대해 나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프놈펜 |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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