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이상민 탄핵' 발언에..민주당 '또 역풍 불라' 술렁
탄핵에 찬성 안 하는 의원은 '수박'으로 낙인찍힐 우려 나와
이 후보 측 "법률가적 시각으로 원론적 입장 냈을 뿐" 선 그어
더불어민주당이 8·2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후보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추진 발언으로 술렁이고 있다. 당내에선 ‘탄핵은 마지막 카드’로 보는 기류가 우세했으나, 이 후보 발언으로 탄핵 찬반이 ‘수박’(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의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섣불리 탄핵을 추진하면 당이 강성 지지층에게 끌려갔다가 역풍을 맞았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즌2’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후보는 지난 3일 제2차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현 정부가 정부조직법에 없는 경찰국을 만들겠다는 등 시행령에 의존하는 행정을 시도하는데, (이 장관에 대한) 강력한 탄핵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도부 입장과 결을 달리한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이 장관 탄핵 추진에 대해 “원론적으로 모든 방안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당 핵심 관계자는 “법률 검토가 끝나지 않았고 여론도 지켜봐야 해서 탄핵은 시기상조”라며 “오는 8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의원들도 탄핵 추진에 신중론을 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초선 의원은 “탄핵은 윤석열 정부의 모든 실정을 덮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거친 발언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이 장관이 계속 자리를 지키는 것이 오히려 당에 이익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 다선 의원은 “경찰국 신설로 누군가가 불이익을 받은 사실이 나오면 탄핵할 수 있는데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최고위원 후보인 고영인 의원은 “국민과 호흡하려면 해임 건의안을 거쳐 탄핵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 발언으로 당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 의원은 4일 제주지역 지지자 모임에서 “당심, 민심, 여심(여의도의 마음)이 비슷해야 하는데, 어떻게 극단적으로 다를 수 있나. 이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의원들을 질타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 후보가 탄핵에 찬성 안 할 경우 ‘수박’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유도한다면, 그런 식의 낙인찍기는 당내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며 “검수완박 입법 때도 다수 의석이라고 힘자랑했다가 역풍을 맞지 않았나”라고 되물었다.
이 후보가 후폭풍을 고려해 당장 탄핵안을 발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탄핵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이 의원이 탄핵안을 직접 발의한다고는 하지 않았다”며 “법률가적 시각의 분석이고 원론적 입장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한 재선 의원은 “이 의원이 지금은 전당대회 승리를 위해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 의원 지지층)의 요구에 편승하고 있지만, 당을 이끌어가는 지도부가 된다면 국민적 명분을 확보할 균형된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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