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은 석유기업에 '횡재세' 매겨 취약층 도우라"
"에너지 위기로 폭리, 부도덕한 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각국 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고유가를 기회로 막대한 이윤을 챙긴 석유기업들에 ‘횡재세’를 부과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까지 횡재세 요구에 동참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사진)은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대형 에너지 회사들의 합산 이익이 1000억달러(약 130조8200억원)에 육박한다며 횡재세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석유·가스 회사들이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등 뒤에서 이번 에너지 위기로부터 기록적인 이익을 챙기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나라 정부가 이러한 초과 이익에 세금을 매겨 그 재원을 어려운 시기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주요 석유기업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난으로 유가가 급등하며 엄청난 반사이익을 챙겼다. 세계 1~5위 석유기업인 엑손모빌, 셰브론, 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토털에너지는 지난 2분기에만 약 600억달러(약 78조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5개사 합산 분기 실적으로 역대 최고치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석유기업들을 겨냥해 “이러한 괴물 같은 탐욕은 우리의 유일한 집(지구)을 파괴하면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벌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횡재세는 기업이 비정상적으로 유리한 시장 요인으로 인해 부당하게 높은 수익을 올린 데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고안됐다.
각국의 횡재세 도입 논의도 탄력을 받고 있다. 영국은 지난 5월 셸과 BP 등 고유가로 떼돈을 번 자국 석유업체와 가스업체에 대해 25%의 초과 이윤세를 부과하고 이를 통해 150억파운드(약 24조원)의 재원을 마련키로 했다. 폭등한 물가 탓에 생활고를 겪는 약 1600만명의 저소득 계층을 지원할 방침이다.
■영·이탈리아, 석유기업에 ‘25% 초과 이윤세’ 부과
이탈리아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500만유로(약 67억원) 이상 이익을 낸 에너지 기업에 25%의 횡재세를 추가로 물리기로 했다.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는 미국에서도 횡재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민주당은 이윤율이 10%를 넘어서는 석유회사에 추가로 21%의 세금을 물리는 징벌적 과세 법안을 발의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국제유가가 내렸음에도 휘발유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는 석유기업에 대해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들을 희생시켜 자신들의 이익을 챙겨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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