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떠나자 대만 봉쇄 작전..중, 무력통일 가정 미사일시위

이종섭 기자 2022. 8. 4.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육해공군 총동원 실탄 사격 훈련
7개 구역서 4일 동안 '고립' 나서
대만 국방부는 방어시스템 가동
펠로시, 판문점 방문 후 일본으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사진)의 대만 방문이 끝나자마자 중국이 대만을 포위한 채 주변 해역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대대적인 무력시위에 들어갔다. 대만을 고립시키는 형태의 봉쇄 작전으로, 무력통일 시나리오를 가정한 군사훈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사전 예고한 대로 4일 낮 12시(현지시간)를 기해 대만 주변 해역과 공역에서 육해공군을 총동원한 군사훈련과 실탄사격을 시작했다. 대만을 관할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이날 오후 1시쯤 육군부대가 대만해협 동부 특정 구역에 정밀 타격을 진행했고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며 훈련 개시 사실을 확인했다. 스이(施毅) 동부전구 대변인은 “4일 오후 동부전구 로켓부대가 대만 동부 외해 여러 지역에 여러 형태의 재래식 미사일을 집중 타격했다”며 “미사일은 모두 목표물을 명중시켰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도 이날 오후 1시56분부터 오후 4시까지 중국군이 수도 타이베이와 남부 항구도시 가오슝 앞바다 등 동북부 및 서남부 해역을 향해 둥펑(東風·DF) 계열 탄도미사일 1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는 즉각 방어시스템을 가동하고 전투 준비 태세를 강화했다면서 중국의 미사일 발사는 비이성적 행동이라고 규탄했다.

중국은 이날 무력시위에 사상 최대 규모인 100여대의 군용기를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투기, 폭격기, 공중급유기 등 다양한 기종의 군용기가 총동원됐다. 이번 훈련은 대만을 빙 둘러싼 형태로 설정된 6개 구역에서 오는 7일 낮 12시까지 3일간 진행하는 것으로 예고됐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번 훈련이 대만에 대한 무력통일을 가정한 봉쇄 작전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설정된 6개 훈련 구역은 지룽항과 가오슝항, 화롄항 등 대만의 주요 항구와 항행로를 둘러싸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훈련은 만약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경우 섬 전체를 봉쇄하고 평화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라고 전했다. 대만 예비역 중장인 솨이화민은 “이번 훈련은 대만 무력통일의 옵션 중 하나를 테스트하는 것으로 훈련이 장기화되면 대만이 실질적으로 봉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방한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전화통화,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 등을 한 뒤 일본으로 떠났다. 펠로시 의장은 방한 일정에서 대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펠로시 의장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미 동맹은 여러 관점에서 중요하지만, 특히 도덕성 면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고, 윤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는 데 미 의회와도 긴밀히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대만 “중국 훈련 공역 우회하는 대체 항로 확보”

중국군의 훈련 구역에는 대만이 설정한 영해도 포함돼 있다. 제중(揭仲) 대만 국가정책연구기금회 연구원은 중국이 설정한 대만 서남부와 북부, 동북부 3개 훈련 구역이 대만이 2009년 선포한 12해리(22.224㎞) 영해 이내에 진입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서남부와 북부 훈련 구역 중에는 대만 육지에서 10해리가 되지 않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쑨리팡(孫立方) 대만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이는 대만의 주권 침해”라고 주장했지만,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로 영해를 주장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과 유럽연합(EU) 고위 대표는 3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펠로시 의장 방문을 구실로 대만해협에서 공격적 군사 활동을 벌이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지역을 불안정하게 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에 대해 “이는 국제법에 부합하며, 도발자에 대한 경고이자 대만해협 평화를 수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일단 이번 훈련을 3일간으로 예고했지만 만약 이후에도 비슷한 훈련이 반복되거나 장기화된다면 대만은 가시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 섬나라인 대만은 천연가스나 원유 등 전략물자를 해상 운송에 의지하고 있다.

대만 행정원은 우선 18개 국제선 항로가 중국 군사훈련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대체 항로를 확보했으며, 해상 운송 역시훈련 구역을 모두 우회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3일 동안 900대가량의 항공편 운항 시간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4일에만 항공편 최소 40편이 취소됐다고 차이나타임스는 보도했다.

대만 교통부 항항국(航港局)은 이날 공고를 통해 “중국이 오늘 기습적으로 대만 동부 해역을 추가해 훈련 구역을 7곳으로 늘렸고 기간도 8일 오전 10시로 연장했다”면서 “추가된 훈련 구역은 대만 화롄항에서 70해리 떨어진 곳으로 항공기 운항에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