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에서 대만 문제로 일본과 충돌..박진 장관은 대만 언급 대신 "한중일 정상회의 재개해야"
3년 만에 대면회의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이 중단된 한·중·일 정상회의를 조속히 재개할 것을 제안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4일 열린 이번 회의에서 박 장관은 한·중일 3국 협력은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2년7개월째 중단된 상태로 이어지고 있는 3국 정상회의를 재개를 촉구했다.
박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협력을 통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며 “한국은 3국이 차이를 넘어 상호 호혜적인 결과를 모색해 역내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좋은 생각”이라며 지지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은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세안+3 장관회의는 아세안 국가들과 한·중·일이 참석하는 협의체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한 공동대응을 계기로 출범해 역내 ‘기능적 협력’을 논의하는 장으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회의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불거진 미·중의 군사적 긴장 고조 때문에 시종 험악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은 대만 갈등의 원인이 중국이 아닌 미국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대만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인 것에 대해 아세안 장관들이 “공개적인 충돌로 치달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하야시 외무상이 중국의 대응이 문제였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왕 부장은 “일본은 중국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박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외교부 관계자는 밝혔다.
이 같은 신경전 여파로 이번 아세안 회의를 계기로 왕 부장과 하야시 외무상이 별도로 면담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일본 언론들은 “중국 측이 대만 정세 등을 의식해 회담 직전에 최소를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프놈펜(캄보디아) | 유신모 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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