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연출에 내 모든 것 쏟아내.. 절친 정우성 사고초려 끝 출연"

권이선 2022. 8. 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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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헌트' 연출·주연 맡은 이정재 감독
한국 현대사 담은 첩보액션
서울·워싱턴·도쿄·방콕 무대로
총탄 1만발·차량 520대 동원
'이정재 연출 작품 정말 맞나?'
국내외 호평에 그저 감사할 뿐
작품 7개 하며 시나리오 작업
‘OO 출신’이라는 수식어는 때로 시야를 흐리게 한다. 기대감이 됐건, 색안경이 됐건 편견을 덧씌운다. ‘OO 출신’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은 어쨌든 부담일 수밖에 없다.

국내 최정상 배우 이정재의 감독 도전도 마찬가지다. ‘헌트‘가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자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의 감독 데뷔작은 배우 출신 감독 작품 중 역대 최대 제작비인 200억원을 따냈고, 칸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으며, 올여름 쟁쟁한 영화와 함께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이정재가 연출한 작품이 정말 맞나?’라는 평을 들었습니다. 주변에 증인단을 만들어서 반응에 답을 해야 하나 싶어요.”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난 이정재 감독은 이같이 말했다. 그는 “‘헌트’를 향한 좋은 평가에 지금은 그저 감사하다. 감히 말하지만 ‘헌트’는 내가 할 수 있는 한도에서, 또 내가 체력을 쓸 수 있는 한계에서 최대한 끌어낸 것 같다.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나의 한계라고 생각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는 말처럼 이 감독은 개봉(10일)을 일주일 앞둔 지금까지 ‘헌트’ 막바지 작업에 여념이 없다. 한국 현대사가 핵심 배경인 탓에 외국인 관객들에게는 스토리 전달이 어렵다는 일부 반응도 신경 썼다. “칸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부터 각색을 다시 했습니다. 대사도 꽤 많이 수정했고요. 정보가 많을수록 헷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보를 최대한 배제했습니다.”

‘헌트’는 외관상 첩보액션을 표방하지만 바탕에는 동백림사건 등 한국 현대사 여러 사건이 깔려 있다. 현대사에서 가져온 영화 속 사건들은 단발적 에피소드에 그치지 않고 인물의 동기와 결말에 이르기까지 핵심 역할을 한다.

영화는 1983년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에서 시작한다. 국가안전기획부 13년차 베테랑인 해외팀 차장 박평호(이정재 분)와 국내팀 차장 김정도(정우성)는 각각 팀원을 이끌고 작전에 참여한다. 공작이 번번이 실패하자 새로 취임한 안기부장은 조직 내부 스파이를 색출하라고 지시한다. 서로를 간첩 ‘동림’으로 점찍으며 충성경쟁을 벌이는 박평호와 김정도는 극 중에서 완벽한 대칭 구도를 이루며, 긴장을 더한다. 특히 서울과 워싱턴·도쿄·방콕을 무대로 총탄 1만발과 차량 520대를 동원한 액션을 선보이며 시각적 자극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영화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들의 첩보 액션 드라마다. 실감 나는 첩보 액션과 혁명·독재·국가폭력을 둘러싼 메시지가 돋보인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이 감독은 “굳이 역사적 사실을 영화에 넣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첩보 장르에만 집중해 현대극으로 만들 생각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5년 전 탄핵 정국을 지나면서 메시지 짙은 사회파 영화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심하게 갈등해야 할까. 과연 누가 우리를 이렇게 갈등하게 만든 걸까. 우리 신념은, 내 신념은 옳은 것일까. 이런 주제라면 이야기해볼 만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포기에서 용기 쪽으로 가다 보니 과감해진 것 같습니다.”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맡은 이 감독은 촬영을 마치면 직접 시나리오를 고쳐 배우들에게 보내주며 밤낮으로 작업했다. 어떻게 하면 배우가 돋보일까 고민했다는 그는 “시나리오를 직접 쓰니까 배우로서 작품에 좀 더 빠져들고 이해도가 높아지는 장점이 있었다”면서도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헌트’는 연예계 소문난 친구 사이인 이정재·정우성이 영화 ‘태양은 없다’ 후 23년 만에 재회한 작품으로도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은 팽팽한 연기 대결을 펼치는 라이벌이자 작품에 대해 가차 없이 의견을 주고받는 동반자였다. 이 감독은 “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대립군’부터 ‘오징어 게임’까지 작품을 7개 했다. 시간이 부족해 1년에 한 번씩 짬을 내 시나리오를 고쳤다. 그럴 때마다 정우성에게 보여줬는데 거절당했다”며 세 번도 아닌 ‘사고초려(四顧草廬)’ 끝에 캐스팅에 성공했다고 했다. “우리 두 사람은 동반 출연에 있을 대중의 기대치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겨우 기대치만큼 가더라도 부족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정우성은) 그 기대치까지 갈 수 있는 시나리오와 재미있는 이야기인지 보고 출연을 결정했던 것 같습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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