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전협의" 설명에도 '의전홀대' 논란 계속..때아닌 책임공방(종합3보)
美대사관발로 "펠로시 불쾌해해" 보도 나와..대사관측 "국회와 협력해 의전 조율"
野 "尹정부 의전참사" 공세에..정부 "의전은 국회 업무", 與 "국회의장이 사과해야"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김연정 김효정 기자 = 미국 국가의전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한을 두고 정치권이 4일 때아닌 '의전 홀대' 공방이 벌어졌다.
3일 오후 펠로시 의장이 공항에 입국할 때 국내에서 의전 인력이 아무도 나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펠로시 의장 측에서 이를 불쾌해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빠르게 확산했다.
대통령실과 국회에서는 "미국 측과 사전에 조율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놨음에도 여야는 서로 상대 진영을 겨냥한 '책임론' 공세를 벌이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펠로시 방한에 이례적인 '無의전'…국회·대통령실 "사전 협의 거쳤다"
이번 논란은 주한미국대사관이 전날 펠로시 의장을 태운 비행기가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며 불거졌다.
해당 사진에 한국 국회나 여야 의원, 정부 인사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아무도 의전을 나가지 않은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물론 국회 측에서 문의를 해 오는 기자들에게 "펠로시 의장의 도착 시간이 늦어 미국 측과 실무협의를 거쳐 공항에는 나가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설명을 내놨지만 이 역시 설득력이 높지 않다는 반응이 많았다.
직전 방문지인 대만에는 밤늦은 시각에 도착했음에도 대만 측 인사들로부터 영접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날 오전 TV조선이 주한미국대사관 관계자가 "펠로시 의장은 한국 측 의전 관계자가 아무도 안 나온 것에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는 언급을 했다고 보도하자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국 국회가 이토록 (펠로시 의장을) 냉대해도 괜찮은가"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펠로시 의장 도착 사진을 올리고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 '방한', '오산기지', '주한미국대사관'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미국 국가의전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이 입국할 당시 '의전 홀대'를 했다는 논란이 이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논란이 계속되자 국회는 이번 '무(無) 의전' 방침은 미국 측과 사전에 조율한 결과라고 적극적으로 해명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국회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펠로시 의장 측이) 뭐에 대해서 불쾌해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아프리카 친선협회 의원이 오는 것도 아니고, 미국 의전서열 3위 실력자가 오는데 의전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지 않았겠나"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국제적으로 예민한 문제였기 때문에 한국 도착시간에 대한 '보안'을 신경 쓰다 보니 의전을 생략한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도 내놨다.
이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이 미국을 떠나며 발표한 일정을 보면 방문지에 대만이 빠져있지 않았나. 미국 측에서 보안 등을 각별히 신경을 썼다"며 "(공항에 의전인력이 나가지 않은 건) 이런 부분들이 반영됐다"고 했다.
대통령실 최영범 홍보수석 역시 "미국 측이 영접을 사양해 국회 의전팀이 공항 영접까진 하진 않는 것으로 조율이 된 상황으로 안다"고 밝혔다.
주한미국대사관 측도 이날 "주한미국대사관은 미 의회 대표단 방한 시 대한민국 국회와 긴밀히 협력해 의전, 기획 관련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며 통상 사전조율이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하는 언급을 내놨다.
"의장 사과해야" vs "尹 정부 외교참사"…거칠어진 여야 책임공방
이같은 설명과 별개로 여야는 이번 일을 앞다퉈 비판하며 그 책임을 상대 진영에 추궁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선 여당에서는 이번 의전은 행정부가 아닌 국회의 잘못이라며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과 야당에 화살을 돌렸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과 오찬 일정 후 기자들과 만나 '행정부의 의전 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질문에 "미국 의회에서 방문할 때 영접을 의회에서 나가서 한다는 게 세계 공통 의전 방식"이라며 "행정부에서 안 나간 건 당연하고, 국회에서 나가야 하는 게 원칙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도 "국회의장이 파트너다. 미국 국회의장이지 않나"라며 '행정부 의전 참사'라는 비판을 반박했다.
하 의원은 특히 "국회의장은 이 심각한 결례에 대해 펠로시 의장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외교부 역시 "외국의 국회의장 등 의회 인사 방한에 대해서는 통상 우리 행정부 인사가 영접을 나가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이번 일은 윤석열 정부의 잘못이라고 주장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펠로시 의장이 방한했지만, 공항에 한국 측 의전 관계자가 아무도 안 나가 매우 불쾌해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아마추어 외교가 빚은 부끄러운 참사"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펠로시 의장의 출국장에는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 환송을 나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무총장은 이날 오찬에서 즉석에서 환송을 나가겠다고 제안했으며 이륙 전 펠로시 의장에게 한국에서 찍은 오찬장 사진 등을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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