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서 한일외교장관회담..박진, 강제징용 日 성실호응 촉구(종합2보)
韓, 수출규제 장기화도 지적.."양국 협의 가속화에 공감"
(프놈펜=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한일 외교 수장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4일 오후 외교장관 회담을 진행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약 35분간 회담했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은 박 장관 취임 석 달여 만에 벌써 두 번째다. 정식 회담이 아닌 상황까지 포함하면 박 장관과 하야시 외상은 총 네차례 대면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박 장관은 회담이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나 "오늘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양국 간 과거를 직시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방안과 양국의 현안, 상호 관심사에 대해서 진지하게 의견을 교환했다"며 "앞으로 양국 간 협의를 가속화해 나가자는 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상황이 엄중한 만큼 한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과 미국, 일본 3국 간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기로 의견의 일치를 봤다"며 "아세안과의 관계 증진에 있어서도 한국과 일본의 협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우리가 오늘부터 일본, 대만, 마카오에 대한 사증 면제를 실시한다"며 "일본 측도 여기에 호응하는 조치를 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내용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문제를 비롯한 양국 현안 해결을 위해 일본측의 성실한 호응을 재차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장기화의 문제점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정식 인가를 내린 것에 대해 우리 국민의 우려가 상당히 커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오염수 배출과 관련한 논란이 충분히 검증·설명되고 안정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점도 일본측에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은 박 장관의 의견을 경청하면서도 그간 강제 징용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먼저 해결책을 가져와야한다'는 통상적인 발언 등은 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빡빡한 다자회의 일정 속에서 정치권의 일부 반대도 박 장관과 정식 회담을 다시 진행한 것은 일본 측도 한일 관계 개선 에 보다 신중하게 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최근 자민당 외교부회는 한국의 독도방어훈련과 독도 해양조사를 이유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응하지 말라고 일본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회담이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나 "일본이 이전 회담보다 더 진지해졌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측의 사증 면제 조치에 일본이 언제쯤 호응할 것인지에 대해 최근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추이를 고려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는 2주 연속 세계 최다다.
그는 "한일관계 개선의 물꼬는 완전히 터진 것 같다"며 "이제부터 제대로된 노력을 해야하는 단계로 봐야할 거 같다"고 전망했다.
양국 외교장관이 이처럼 짧은 기간 집중적인 만남을 이어가는 것은 양국 관계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민관협의회를 가동하며 일본 가해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특별현금화(매각) 명령 사건이 계류된 대법원에 의견서를 내는 등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는 수출 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등 다른 한일 현안과 연동된 한일관계 난제 중 하나다.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는 이르면 올 가을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은 자국 기업의 자산 현금화가 실현되면 양국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주장 중이다.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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