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자에 931원 보낸 日..강제동원 피해 할머니 "악의적 모욕"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4일 오후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릎 꿇고 백번 사죄해도 부족할 판에, 일본 정부는 90대 피해 할머니들에게 껌 한 통 값도 안 되는 돈을 지급해 또 한 번 피해자들을 우롱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악의적인 모욕 이외엔 더 이상 설명할 길이 없다. 후생연금 탈퇴수당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한국으로 귀환할 광복 당시에 지급됐어야 했다"면서 "후생연금의 존재 사실을 감춰온 것도 모자라 마지못해 수당을 지급하면서도 일본 정부는 피해자의 인권을 다시 한번 모독했다"고 지적했다.
시민모임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일본연금기구는 지난달 근로정신대에 강제동원됐던 정신영 할머니(92)에게 후생연금 탈퇴수당 931원을 지급했다. 931원은 일본 측이 지난달 6일 계좌로 송금한 99엔을 한화로 환산한 금액이다. 일본 측이 입금한 돈은 일제강점기 강제노동을 했던 정 할머니가 당시 가입했던 후생연금의 탈퇴수당 명목이다.
정 할머니는 1944년 5월 만 14세의 나이로 일제의 강압과 회유에 못 이겨 미쓰비시중공업의 나고야 항공기제작소로 끌려갔다. 하지만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해방 이후 고국으로 돌아왔다. 정 할머니는 일본 전범 기업에 강제동원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 위한 증거가 필요해 작년 3월 다른 피해자 11명과 함께 일본연금기구에 후생 연금 가입 기록을 확인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기록이 없다"고 무시했다. 정 할머니가 연금번호까지 기억하자, 뒤늦게 일본 측은 연금 가입 사실까지는 인정했지만 77년 전 금액을 그대로 지급했다.
일본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화폐가치를 반영하지 않고 후생연금 탈퇴수당을 지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2009년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에게도 99엔을 지급했다. 2014년에도 김재림 할머니 등 4명의 피해자에게 199엔을 지급했다.
정 할머니는 "일본이 무슨 마음으로 이 돈을 송금했는지 모르겠다"면서 "15살 어린 학생을 거짓말로 일본에 데려가서 거지도 못 먹을 밥을 줬다. 이제는 애들 과잣값도 안 되는 돈을 보내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어디에 쓰라고 이 돈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할머니들은 이제 살아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일본이 어서 사죄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일본이 이런 행태를 반복하는 데에는 한국 정부의 '저자세'가 한몫하고 있다는 게 피해자들의 지적이다. 시민모임은 "일본이 피해자를 모독하고 무시하는 데에는 우리 정부의 태도도 크게 한몫하고 있다. 한일관계 복원을 구실로 일본에 한없이 비굴하기 짝이 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달 26일 배상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미쓰비중공업의 국내 상표권과 특허권을 압류해 특별현금화명령(강제매각) 절차를 진행하는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의견서 내용에 대해 "특별현금화명령과 관련해 민관협의회와 일본과의 교섭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해 주실 것을 요청 드린다는 요지"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런 태도에 대해 시민모임은 "외교부의 의견서는 강제집행을 노골적으로 방해한 것으로 일본 정부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함 셈"이라면서 "'우리들이 죽기만 바라고 사죄도 없는데 용서할 수 있겠느냐'는 피해 할머니들의 한탄에 정부는 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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