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슬림화', 빈 자리마다 구멍 숭숭

심진용 기자 2022. 8. 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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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정수석비서관실과 정책실장 등 윤석열 정부 들어 사라진 대통령실 직제의 빈자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최근 다시 나오고 있다. ‘제왕적 통치’의 구태를 벗어나겠다며 대통령실 슬림화를 밀어붙였지만, 막상 빈자리를 메우는 작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청와대 ‘3실·8수석’ 체제를 ‘2실·5수석’ 체제로 축소 개편했다. 정책실장직을 없앴고, 민정·인사·일자리 수석직을 폐지했다. 지난 5월 당시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며 “작지만 강하고 민첩한 대통령실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두고 여권에서도 작지 않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역대 정권에서 다 이유가 있기 때문에 남겨뒀던 직제들인데, 충분한 준비 없이 폐지했다가는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까지 가장 논란이 큰 자리는 민정수석실이다. 윤 정부 출범 초부터 폐지에 대한 비판이 있엇고, 최근 들어서는 이른바 ‘건진법사’로 불리는 전모씨 관련 의혹으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대선 기간 윤 대통령 캠프에 몸 담았던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일으켰던 전씨가 최근 들어 윤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대통령실은 문제가 있다면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조사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민간인인 전씨를 실효성 있게 조사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공직기관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대통령실과 관련된 공직자의 비위 행위를 감찰하거나 조사하는 곳이기 때문에 건진법사 같은 민간인 조사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그러면서 “민정수석실 안에 친인척 팀이란 게 있어서 사실상 예방조치를 한다. 거기서도 민간인을 본격적으로 조사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정수석실이 없어진 지금은 그마저도 조사를 담당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짚었다.

대통령실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는 대신 다른 기관으로 그 기능을 이전하겠다고 했다. 민정수석실을 통해 대통령실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민정수석실 기능 이관 과정에서 논란이 계속됐다.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과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이 그 사례다.

학제개편안 논란을 비롯해 정책 조율의 문제가 잇따르며 정책실장직의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안에 대해 ‘신속히 방안을 강구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나왔지만, 불과 나흘 만에 백지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지난달 21일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 때도 청와대 활용방안을 두고 문체부와 문화재청, 대통령실간 엇박자가 노출됐다. 지난달 25일 여성가족부 업무보고에서는 “여가부 폐지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윤 대통령 지시로 역시 불통 논란이 일었다. 직전 브리핑까지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폐지 논의를 신중히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실과 부처간 창구 역할을 하며 정책 조율을 할 사람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없어진 정책실장 대신 누군가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 부분이 뚜렷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제2부속실 폐지에 대한 비판도 윤 대통령 임기 초부터 이어져왔다.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 당시 ‘지인 동행’ 논란이 일면서, 김 여사 일정과 메시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제2부속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후 나토 정상회의에 이원모 인사비서관의 부인이 동행하며 김 여사 일정을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은 재점화했다. 대통령실은 현재까지 제2부속실 부활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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