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법인·플랫폼 이해관계 복잡한데..국토부 땜질처방에 업계 분통

박종화 2022. 8. 4.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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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학회 택시대란 토론회]
"심야 택시 운임 1.3배 높아지면
택시 공급 늘고 호출 실패율 줄어"
개인·법인택시 "기본요금 올려야"
국토부, 플랫폼 규제완화 움직임에
개인·법인 공동전선 구축해 대응
개선 방향 두고서 개인·법인 갈려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심야 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해 국토교통부가 이달 말 발표할 ‘속전속결식’ 택시 대란 대책을 두고 택시업계는 ‘탁상공론’의 전형이라며 땜질식 처방에 그칠 것이라며 요금인상과 택시기사 처우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개인·법인택시 업계는 택시 면허를 갖고도 면허를 놀리거나 다른 업종으로 전직하면서 이탈하는 택시기사 ‘엑소더스’를 막을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택시 대란은 종식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을 끌어들이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이참에 요금 체계 개편 등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4일 대한교통학회 택시 대란 토론회에서 국토부는 탄력요금제를 포함한 심야 택시 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택시 대란을 잡겠다고 했다. 개인택시 3부제(이틀 일하고 하루 쉬도록 강제하는 제도) 해제, 목적지 미표시 강제 배차제, 리스제(개인이 법인 소유 택시를 빌려 영업하는 제도) 도입 등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런 방안으로도 택시 공급이 늘지 않으면 ‘타다 베이직’과 같은 타입 1 플랫폼 택시(렌터카를 빌려 택시를 운행하는 형태) 규제를 풀겠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양찬윤 국토부 택시정책팀장은 “기사 분들이 더 많이 나와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이 빠르고 편하게 택시를 이용할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개인·법인·플랫폼 택시업계, 이해득실 따라 주장 달라
개인·법인택시 업계는 현행 구조상 탄력요금제를 도입하면 그 혜택은 고스란히 플랫폼 택시에만 돌아간다고 했다. 불충분한 공급 확대 대책 탓에 플랫폼 택시 규제를 완화하는 명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개인택시평의회 소속 기사인 손병준 씨는 이날 토론장 밖에서 1인 시위를 하며 “현재 국토부가 추진하는 방안은 플랫폼 택시만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박호철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심야 택시 운임이 1.3배 높아지면 택시 공급이 50% 늘어나고 호출 실패율은 1.1%로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탄력요금제가 택시 대란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공급을 50% 정도는 증가시켜야지 택시난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다”며 “탄력요금제 할증률을 적어도 20%~30% 사이에서 정해 공급이 이뤄질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탄력요금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플랫폼 택시, 개인·법인택시 업계가 대립하자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박 교수는 플랫폼택시가 아닌 택시에도 건당 최대 3000원씩 심야 탄력 호출료를 정액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밖에 법인택시 업계는 리스제 도입을 원하지만 개인택시 업계는 법에서 금지한 도급택시에 해당할뿐더러 개인택시 사업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했다. 개인택시 업계는 대신 3부제 규제를 해제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플랫폼 택시업계는 이번 대책을 규제 완화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현재 타입1 플랫폼 택시는 국토부에서 총량을 규제하고 있고 매출의 5%를 사회적 기여금으로 내고 있어서다. 국토부는 “(플랫폼택시를 통해) 택시 공급 자체를 늘리는 부분도 검토 대상에 넣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수 카카오모빌리티 정책협력실장은 “민간에 자율적으로 시장 기능을 맡겨두면 현재 같은 택시 대란을 막을 수 있지 않나 싶다”며 규제 완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강제 배차제엔 “기사가 호출 앱을 꺼놓는 등 오히려 부작용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택시업계 “정상화하려면 할증률 조정 아닌 요금 올려야”

택시업계는 특정 시간대 할증률 조정이 아닌 택시요금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려야 택시대란 사태를 정상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양덕 법인택시연합회 전무는 “택시 대수가 부족한 게 아니다. 문제는 기사가 없다는 것이다”며 “버스처럼 준공영제를 인정해서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든지 아니면 경쟁 체제로 갈 수 있도록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호철 교수의 분석결과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면서 서울 택시 수요는 지난해보다 2.3배 늘었다. 그에 반해 택시 운전자는 코로나19 발병 전인 2019년보다 33%나 줄었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아 택시대란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아울러 택시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코로나19 전보다 15% 줄어드는 등 업계 자체가 불황인 데다가 택배 등 경쟁 업종에 미치지 못하면서 인력 수급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수급 불일치로 심야 시간대(밤 10시~새벽 2시) 호출 실패율은 76.9%까지 치솟았다.

박 교수는 “택시요금 현실화와 정기적인 요금조정 절차 구축, 요금의 다양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심야 시간대 운전자의 근무여건 개선 등을 통한 택시 운임·요금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진지한 고민과 개선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도한 요금 내더라도 이용해라?”…택시 소비자 부담 대책은 ‘뒷전’

이번 국토부 대책을 두고 전문가들은 소비자 부담 완화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택시업계나 국토부 모두 일정 부분 요금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데 동의한다. 문제는 폭이다. 박호철 교수의 설문조사에서 택시 소비자 가운데는 현행 요금 1만원을 기준으로 5000~1만원을 더 내겠다는 응답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은주 경제정의실천연합 간사는 “공급을 늘리면서도 소비자가 과도하게 요금을 부담하지 않도록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시민과 노동자가 택시 구조 개편 논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모빌리티 산업 개편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박 교수는 “대리운전과 유사한 희망 요금제 도입, 공공자전거 등 대체 이동수단 지원, 앱 미터기 기반 요금제 다양화 등을 중·장기 과제로 정해 체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종화 (be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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