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원 탈환 앞둔 현대차.. '투자 귀재'도 500주 샀다

전월 글로벌 판매량 32만여대
2분기 역대급 최대 실적 기록
하반기도 전망 밝아 주가 기대

유진 오 현대자동차 사외이사. 현대차 홈페이지

현대자동차 주가가 최근 강세를 보이면서 20만원 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과거 현대차 지분을 보유한 경험이 있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더 캐피탈그룹 파트너즈' 출신의 사외이사도 1억원가량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글로벌 투자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등 주가 부양책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개편 관점에서도 긍정적인 시그널이란 평이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 19만6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17만원까지 떨어졌던 지난 6월17일에 비해서는 15.6% 올랐다. 현대차 주가가 마지막으로 20만원 선에서 장을 마감한 시점은 지난 1월21일(20만원)로, 20만원을 넘을 경우 무려 8개월 만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유진 오(54·사진) 현대차 사외이사는 지난달 26일 현대차 주식을 1주당 19만1000원에 500주를 매입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매입 규모는 총 9550만원으로, 현 사외이사 중 자사주를 보유한 것은 유진 오 이사가 유일하다.

한국계 미국인인 오 이사는 하버드대 사학과를 나와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미국 더 캐피탈그룹 컴퍼니즈에서 25년간 경력을 쌓았다. 그는 1993~2016년까지 캐피탈그룹서 한국·일본·호주 담당 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를 지냈고, 2010~2017년 기간엔 캐피탈 인터내셔널에서 파트너를 역임하는 등 글로벌 투자 전문가로 손꼽힌다.

오 이사가 속했던 더 캐피탈그룹 컴퍼니즈는 2017~2019년 기간 현대차 지분을 5% 이상 보유하는 등 회사와 각별한 사이를 유지해 왔다. 그는 2019년 현대차 사외이사로 선임됐으며, 임기는 오는 2025년까지다. 현대차 측은 이에 대해 "글로벌 비즈니스 분야의 전문가로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도 현대차 주식을 열심히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7월1일부터 이달 3일까지 2850억원을 순매수 했으며, 특히 유진 오 이사가 매입한 직후인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6거래일 동안에만 1390억원을 사들였다. 외국인의 주식 매입은 주식시장에서 통상 호재로 풀이된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관심이 높아진 데는 현대차가 역대 최대 2분기 실적을 기록한 것에 더해 올 하반기에도 호실적을 낼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지난달 글로벌 판매량이 32만5999대로 작년 동월보다 4.0% 늘어 지난 2월 이후 5개월 만에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올 상반기까지 이어졌던 반도체 수급난이 해소돼 가는 과정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에 일부 증권사들은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을 역대 최대치인 10조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이전 역대 최대치는 2012년 기록한 8조4406억원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투자 전문가는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을 놓고 주가부양에 힘을 싣기 위한 취지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작년 11월부터 올 2월까지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이는 등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일부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조만간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면서, 현대차 주가가 오를 경우 이런 과정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은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성장이 둔화된 선진국 시장 대비 신흥국 판매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며 "상반기 호실적을 바탕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 부족 사태에 대한 대응을 통해 실적 개선세가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