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프라·반도체에 韓기업 투자 협력.. 안보·기술 동맹 강화

김현우 2022. 8. 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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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의장 공동회견문 내용·의미
김진표 "핵심산업중심 대미투자급증
1조2000억 규모 美 인프라 개선 사업
美 의회가 韓 기업 참여 길 열어주길"
펠로시 주한미군 격려.. 안보의지 확인
韓 입장 고려해 中 직접 언급은 피해
한·미동맹 70주년 결의안 채택 합의

김진표 국회의장과 낸시 펠로시 미 의회 하원의장이 4일 국회에서 회담을 갖고 입법부 차원의 양국 간 외교·안보 및 경제협력을 약속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억지력을 확보하는 한편 첨단 기술 협력을 포함한 경제 공조를 협의했다. 두 의장은 회담 직후 내놓은 공동언론발표문에 △실질적 북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양국 정부 노력 △미국 진출 한국 기업에 대한 미 의회 차원 협조 △양국 의회의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결의안 채택 등을 담아 구체화했다.

특히 우리 측은 미국에서 통과된 ‘인프라법’과 ‘반도체 및 과학지원법’을 거론하며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대한 미 의회 차원 협조를 당부했다. 미국의 국가 단위 인프라 개선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미국 내 반도체 업체 지원금 혜택을 한국 기업도 누릴 수 있게 길을 터 달라는 요구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언론 발표를 통해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인프라법은 낙후된 도로나 교량을 보수하거나 광대역 인터넷망을 확대하는 등 총 1조2000억달러 규모 인프라 개선 계획이다. 반도체 및 과학 지원법은 반도체 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면 보조금과 연구비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총 590억달러 규모다.

미 측이 통과시킨 반도체법은 결국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를 타개하는 한편,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맞서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노림수다. 앞서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반도체 협력을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도 방한 전, 대만을 방문했을 당시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 수장을 만나 ‘반도체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김 의장은 공동언론발표 직전 진행한 회담 자리에서 펠로시 의장에게 “미국은 한국의 제2 투자 대상자로 등극했고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최근 대미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은 미 전역에 1800개 이상 법인이, 6만명가량 근로자를 고용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펠로시 의장 지역구인 캘리포니아에 가장 많은 1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에는 생산기반의 확충과 좋은 일자리를, 한국에는 시장 확대와 성장기회를 제공하고 있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국 의회의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결의안 공동 채택을 제안하며 협력 의사를 밝혔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오른쪽)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진표 국회의장(왼쪽)과의 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펠로시 의장은 “이번 주요 순방 목적 중 하나가 안보”라며 “안보에 대한 우리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여러 방법 중 하나는 주한미군에게 감사를 표하고, 우리 동맹국인 한국에 감사를 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경제적 성장, 지역에 있어서 중요한 경제 관계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방안을 논의하고 경제위기와 코로나 문제 등 중요한 현안을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펠로시 의장은 보라색 정장에 보라색 구두를 신고 국회 본청에 들어섰다. 태극기와 성조기가 그려진 마스크와 배지를 각각 착용한 채였다. 전통의장대의 사열을 받고 본청에 들어선 펠로시 의장은 김 의장 안내를 받으며 회담장으로 이동했다. 이날 회담에는 국민의힘 권성동·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김상희 국회 부의장, 윤재옥 외교통일위원장과 윤상현·이원욱·이재정 여야 외통위원들이 동석했다. 미 측에서는 펠로시 의장 아들, 폴 펠로시 주니어와 마크 타카노 하원 보훈위원장, 그레고리 믹스 외무위원장과 라자 크리슈나무르티·수잔 델베네·앤디 킴 하원 의원,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참석했다.

다만 펠로시 의장은 이날 지난 대만 방문에서처럼 중국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펠로시 의장은 지난 차이잉원 대만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대만 민주주의를 보장하려는 미국의 결심은 매우 확고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대만 출국 날 공개된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혹독한 인권 무시는 지속하고 있다. 대만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보다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날 회담과 오찬자리에서 양안 관계 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알려졌다. 양측은 공동언론발표 이후 질의·응답도 생략하며 말을 아꼈다. 국회 관계자는 “미 측과 협의 끝에 회담과 공동언론발표만 공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wit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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