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소득 7천 달러 태국은 왜 저출산 국가가 됐을까
[앵커]
동남아에서 말레이시아 다음으로 경제가 튼튼하다는 태국은 하지만 출산율이 무섭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태국의 출산율은 왜 주변 베트남의 절반밖에 안될까요?
방콕 김원장특파원 연결합니다.
태국의 출산율이 1.09명밖에 안된다구요?
정말인가요?
[기자]
네, 지난해 기준 1.09명입니다.
주변 베트남이 2.53명이니까 절반에도 크게 못미칩니다.
태국은 1인당 국민 소득이 8천달러가 안되는데, 출산율은 1인당 소득이 8만 달러인 스위스 수준입니다.
아이를 안낳다보니 갈수록 늙어갑니다.
태국인의 중위연령, 그러니까 온 국민을 한줄로 세워서 가장 가운데 있는 사람의 나이는 '41'세입니다.
베트남이 32세, 라오스가 20세니까 태국이 얼마나 빨리 늙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속도가 빠르다는 한국의 중위연령이 43세니까요.
젊은 인구가 줄고있다는 이부분은 글로벌 기업들이 태국에 투자를 주저하는 큰 이유중 하나입니다.
[앵커]
태국이 이렇게 유독 다른 동남아국가들보다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뭔가요?
[기자]
주변 국가들보다 산업화 도시화가 빨리 됐지만, 그만큼 도시 젊은이들의 삶이 빡빡하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들어보시죠.
[사리니 아차반누타쿨/경제학박사 : "친구들은 아이를 낳으면 죄를 짓는 것 같다고 해요. 왜냐하면 아이들을 잘 키우기 힘들고 나(부모)보다 더 나은 삶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죠."]
이곳 방콕만 해도 대학 졸업하고 취업하면 월 급여가 500달러 정도.
우리돈 7~80여만원 수준인데, 기름값 등 생활 물가는 계속 치솟고 있습니다.
반면 빈부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특히 교육이나 의료복지는 매우 열악합니다.
쉽게말해 도시에서 아이낳고 기르기 가 너무 힘든 겁니다.
반면 주변 라오스나 캄보디아 같은 나라들은 아직 산업화가 덜 돼, 자녀들이 농업 등 1차산업에서 여전히 중요한 노동력이고, 도시화도 덜 돼 비용도 그만큼 높지 않아서 아직은 출산율이 유지가 되는겁니다.
같은 맥락으로 출산율이 빠르게 줄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가 중국입니다.
[앵커]
중국은 불과 몇년전까지 법적으로 한가구에 아이 한 명만 허용했었는데, 이제는 출산율이 무섭게 떨어지고 있다구요?
[기자]
중국은 2016년에 한자녀 정책을 포기하고 두자녀 정책으로 돌아섰는데, 그래도 무섭게 출산율이 떨어지자 지난해 5월에 세자녀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면서 지난해에는 1년만에 신생아 수가 18%나 줄었습니다.
그야말로 인구절벽입니다.
보통 국민소득 3만달러 수준의 국가들이 겪는 고령화를 만3천달러 수준에서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해마다 65세 이상 인구가 1천만 명이상 늘고 있는데요.
"중국은 부자가 되기도 전에 늙어버릴 것" 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유엔 세계인구전망을 보면 내년에는 인도의 인구가 중국보다 더 많아집니다.
[앵커]
태국과 중국의 저출산이 아무리 심각해도 우리보다는 나은거죠?
[기자]
네, 최소 합계출산율이 2.1은 돼야 인구가 줄지 않는데, 통계청 통계로 우리는 합계출산율이 0.81명입니다.
1.3명인 일본보다도 훨씬 낮고, 전세계에서 압도적으로 제일 출산율이 낮습니다.
저출산의 원인이 산업화가 진행중인 동남아나 중국과는 조금 다르지만, "아이낳고 기르기 힘든 사회"라는 근본 원인은 같을 겁니다.
인구감소만큼 경제에 치명적인 것은 없습니다.
우리 잠재성장률이 0%를 향해 가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가 생산가능인구가 줄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인구가 줄어드는데도 우리 GDP는 매년 성장하죠.
누군가는 더 생산하고 소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걸 어떻게 더 잘 나눌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절실해 보입니다.
방콕이였습니다.
촬영:이윤민
김원장 기자 (kim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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