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당첨금, 이혼하면 아내와 나눠야 하나요?"

김소연 2022. 8. 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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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진| ENA 방송화면 캡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로또 당첨금 분배 소송 에피소드. 사진| ENA
로또 당첨금은 이혼시 재산 분할 대상일까? 또 도박 판돈으로 당첨금 분배를 약속했다가 실제 당첨되면 약속은 유효할까?

인기 드라마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의 로또 당첨금 관련 에피소드가 화제가 됐다.

지난 3일 방송된 '우영우'에서 정명석(강기영 분), 우영우(박은빈 분) 변호사는 로또 복권 당첨금을 둘러싼 사건을 맡았다.

신일수(허동원 분)는 도박장에서 만난 지인 두 명과 도박 판돈으로 로또를 산 뒤 당첨되면 나누기로 했다. 3명 중 한명이 로또 1등에 당첨돼 62억원 당첨금을 받았다. 세금을 제외한 42억원을 약속대로 나누면 1인당 14억원이다. 그러나 당첨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자 신일수는 14억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 판결에 환호했다.

이 사건이 실제라면 어떨까? 도박자금으로 로또를 산 뒤 당첨금 분배를 약속했을 경우에도 이 약속은 유효하다는 판례가 있다.

지난 2007년 4월 대구에서 7인이 포커 도박을 하던 중 판돈 일부로 로또를 14장 구입한 뒤 2장씩 나눠 가지면서 '당첨자는 당첨금의 절반을, 6명은 나머지 절반을 나눠갖는다'는 약속을 했다. 이중 C씨가 1등에 당첨돼 52억여원의 당첨금을 받게 됐고 C씨는 "범죄행위인 도박 자금으로 구입한 복권의 당첨금 분배는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6인은 당첨금 분배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항소심 모두 이들의 편을 들어줬다. 2009년 대구고등법원은 "복권의 당첨금을 서로 나눠 가지기로 한 약정까지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위반돼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52억원 중 세금을 공제한 실수령액은 35억 7000만원이었다. 약정대로라면 3억원씩 받을 수 있었으나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을 낮게 보고 1인당 1억 5000만원을 요구하는 취지의 소송을 내 1인당 1억 5000만원을 받았다.

이날 '우영우'에서는 로또 1등 당첨금을 둘러싼 사건이 이어졌다.

승소 후 신일수는 우영우에게 찾아와 "로또 당첨 후 이혼하게 되면 당첨금도 나눠야 하냐"고 물으며 이혼 의사를 드러냈다. 처음 한바다 로펌을 찾아올 때만 해도 김밥집을 하며 어렵게 가정을 끌어온 아내를 끔찍히 사랑하는 듯 했으나 신일수는 도박장에서 일하는 여성과 불륜 관계였다.

우영우는 "대부분 그렇지 않다"고 설명해주면서도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신일수는 친형의 계좌로 14억을 받아 아내와 이혼하고 가족을 버리려는 계획을 세우고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첨금으로 구매한 3억 슈퍼카를 타고 아내를 쫓아오던 신일수는 덤프트럭이 덮쳐 사망했고, 아내와 자녀들은 남은 로또 당첨금 11억원과 사망보험금 3억원까지 총 14억원을 받게 되는 것으로 끝났다.

로또 당첨금과 재산 분할 얘기를 다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진| ENA

극중 우영우가 설명한 것처럼 법조계에 따르면 현실에서도 로또 당첨금은 이혼 시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다. 재산 분할은 결혼 생활 중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도가 인정돼야 하는데, 로또의 경우 원칙적으로 상대방의 기여도가 없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 재산 분할 대상이 되는 경우는 로또 구매 비용을 지불했거나, 대신 사줬거나 당첨번호를 알려줬을 때 등 로또 구입과 당첨에 기여했을 경우, 혹은 분배를 약속했을 경우 등에 한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된 판례도 있다. 지난 2014년 부산가정법원에서는 1993년 결혼한 A, B씨 부부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남편 B씨가 2011년 로또에 당첨돼 받은 22억여원을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판결했다. 아내는 "남편이 평소에 로또에 당첨되면 반을 주겠다고 말했고 공동재산으로 로또를 구입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로또당첨금은 피고가 자신의 행운에 의해 취득했을 뿐 부부가 공동으로 협력해 이룩한 재산이라고 볼 수 없다"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피고의 특유재산"이라고 봤다.

이날 방송된 신일수 로또 에피소드는 조우성 변호사가 쓴 에세이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조우성 변호사는 4일 매일경제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에피소드는 팩트인 사건이 있고 그걸 각색한 제 에세이, 그 에세이를 각색한 드라마가 있는 것"이라며 "변호사의 비밀 유지 의무가 있기 때문에 사건 그대로는 쓰지 못하고 설정들을 많이 바꿨다. 3개 사건을 제가 이은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사건 3가지는 어떤 것이었을까.

조 변호사는 "로또 당첨이 된 뒤 나누는 분쟁 사건, 이혼할 때 로또 당첨금을 나눠야 하느냐는 사건, 이혼한 뒤 남편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면서 유산이 자녀들에게 갔고 그 돈을 자녀들의 법적 대리인인 전 아내가 관리하게 된 사건이다. 한번에 묶어서 극적인 효과를 강조하려 했다"면서 "자기 분수에 맞지 않는, 예측하지 않은 횡재가 그 사람에 좋은 것 만은 아니라는 것을 어필하려고 에세이에 쓴 것"이라고 소개했다.

로또 당첨금 분배를 둘러싼 분쟁은 흔하다고 했다. 조 변호사는 "로또 당첨금 분배에 관련된 사건은 실제로도 흔한 사건 중 하나다. 서면이 아니라 구두 약속도 인정이 된다. 다툼이 생기면 증거나 증인이 필요해지는데 입증이 된다면 대부분 법정에서 분배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우영우'에서는 당첨금 배분 얘기를 증언해주기로 한 불법도박장 심부름꾼 '재떨이'가 불법체류자 신분이 들통날까봐 출석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조 변호사는 "증인으로 부르면 이길 수 있는데 여러 이유로 거부해 재판에서 지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한다. 증인 심문을 하다보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애매해 말이 헛나갈 수 있다. 그런데 녹취록을 보고 위증죄로 고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증인으로 선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또 불법체류자 등 신분상의 문제를 우려해 증인을 거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4화에 나온 삼형제의 땅 보상금 분배 사건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조 변호사는 "에세이 내용과는 다른 부분이 많지만 재미있게 봤다. 몇년 간의 이야기이다보니 축약하는 과정에서 변형된 부분이 많은 것 같다"면서 "11화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저는 사람의 욕심 때문에 벌어진 사건들을 동양 고전과 함께 풀어냈다. 긴 호흡의 글로 담담하게 드러내고 싶었는데 드라마화되다보니 사건이 이슈 위주로 지나갔다"고 아쉬운 점을 들려주기도 했다.

'우영우'는 천재적 두뇌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우영우 변호사가 대형 로펌에서 사건을 맡아 좌충우돌하면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매회 새로운 사건이 등장해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가 하면 법률 상식을 전하기도 한다.

누리꾼들은 "남편 로또 사라고 돈 줘야겠어요", "이래서 녹취가 판친다", "당첨금 받고 조강지처 버린다고 날뛰더니 권선징악이더라", "법도 아는게 힘이내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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