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도비증후군

김기철 2022. 8. 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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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첫 내각에서 낙마한 장관급 인사 4명 중 3명이 대학교수 출신이다. 자녀의 의대 편입 특혜 의혹으로 정호영 경북대 의대 교수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서 낙마했고, 김인철 한국외대 교수는 자녀의 장학금 특혜 의혹과 '방석집 학위 논문 심사'가 드러나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서 자진 사퇴했다. 송옥렬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술자리에서 제자들을 성희롱한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서 물러났다.

여기에 음주운전, 논문 표절 의혹처럼 교육부 장관으로서는 부적격인 흠결에도 청문회 없이 임명된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까지 포함하면 교수 출신 인사 4명 모두 일반인의 눈높이에는 한참 부족했다. 특히 박 부총리는 '취학연령 하향' 논란 사태를 통해 교육부 장관으로서 '백년대계'를 추진할 능력도, 민주적 조정 능력도 없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윤석열 정부뿐 아니라 이전 정부에서도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하거나 논란을 일으킨 장관 후보자 중에 교수 출신이 유독 많았다. 그 이유가 뭘까. 교수들이 대학원생들과 맺는 불평등한 관계로 인해 사회 통념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비민주적인 관행에 물들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출신인 트렌트 백스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 대학의 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를 '도비증후군'이라고 명명했다. '도비'는 '해리포터'에 나오는 '노예'를 의미한다. 즉 한국에서 대학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는 정상적인 사제 관계가 아니라 주종 관계라는 얘기다. 대학원생들의 미래를 손아귀에 쥐고 있는 교수들이 이 권력을 이용해 제자들을 착취하고 자신들을 특권 계급화했다.

박 부총리는 "내년 3월 학교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알려졌다. 새로운 학기는 9월에도 시작되는데 굳이 내년 3월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싶다.

낙마한 교수 출신 장관 후보자들은 모두 학교로 돌아갔다. 그들이 드러낸 흠결로 보자면 모든 자격 중에 스승의 자격이 가장 미달인 사람들인데 말이다.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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